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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용 “철도개발” 외치는 국민의힘, 실현가능성↓

예산 134조 원, 세금만 65조 원 투입

  • 나원식 비즈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4-03-0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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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지옥철’ 체험하고 내놓은 공약 ‘GTX’

    • ‘x-TX’로 수도권·지방 광역급행철도 줄줄이

    • 15개 中 10개 적자인 지방 공항 전철 밟을 수도

    •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들 것”

    1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 의정부시청에서 열린 GTX C노선 착공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 [뉴스1]

    1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 의정부시청에서 열린 GTX C노선 착공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 [뉴스1]

    “경전철이 2량밖에 없어서 장기, 풍무, 김포로 들어오는 교통이 아주 불편하겠더라. 더구나 젊은 세대들이 많이 사는 지역인데 출퇴근하는 데 굉장히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2022년 1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이던 시절 한 말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지옥철로 불리던 ‘김포골드라인’에 탑승해 출근길 고통을 체험했다. 이날은 윤 대통령이 수도권 광역교통 공약을 발표하는 날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김포골드라인을 타고 김포공항역에서 서울 지하철 9호선으로 갈아탄 뒤 국회의사당역으로 출근했다. 이어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지옥철이라는 표현조차 부족할 정도로 출근길부터 만만치 않았다”면서 공약을 발표했다. 2019년 착공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B·C 노선을 연장하고 D·E·F 노선을 추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약 2년이 지난 올해 1월 25일엔 GTX 개발에 대해 더 구체적 방안을 내놨다. 기존 A·B·C 노선을 충청·강원권까지 연장하고, D·E·F 노선을 신설해 한층 더 넓고 촘촘한 철도망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날 윤 대통령은 ‘출퇴근 30분 시대, 교통 격차 해소’를 주제로 열린 민생 토론회에 참석해 “선거 때부터 출퇴근 30분 시대를 약속드렸다”며 “출퇴근의 질이 바로 우리 삶의 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장 올해부터 본격적 GTX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정부 “수도권 30분, 지방 1시간 생활권 조성”

    2021년 6월 2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김포을)과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김포갑)이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삭발 결의를 하며 ‘GTX-D노선 원안 사수 및 서울 5호선 김포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2021년 6월 2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김포을)과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김포갑)이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삭발 결의를 하며 ‘GTX-D노선 원안 사수 및 서울 5호선 김포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국토교통부가 구체적 실행 방안을 내놨다. ‘교통 분야 3대 혁신 전략’이다. 1기 GTX의 구체적 타임라인을 제시했다. GTX-A(파주 운정~화성 동탄)부터 선보인다. 3월 수서~동탄 구간을 개통해 GTX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또 운정~서울역 구간도 연내 개통할 방침이다. 다만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공사 지연 문제로 전 구간 개통은 2028년에야 가능하다.



    GTX-B 노선(인천대입구~남양주 마석)은 연초 재정구간(용산~상봉)을 시작으로 상반기 안에 모든 구간 착공에 들어가 2030년 개통이 목표다. GTX-C 노선(양주 덕정~수원)은 이날 착공해 2028년 개통을 목표로 잡았다.

    국토교통부는 A·B·C 노선 연장안도 내놨다. A는 동탄에서 평택 지제까지, B는 마석에서 가평을 거쳐 춘천까지, C는 위로는 덕정에서 동두천까지, 아래로는 수원에서 화정·오산·평택·천안을 거쳐 아산까지 잇겠다는 계획이다.

    관심이 쏠린 D 노선의 경우 ‘더블 Y’자 형태로 가닥이 잡혔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영종·청라·가정·작전을 통과하는 한 축, 그리고 김포 장기에서 출발해 검단·계양을 거치는 다른 축이 부천 대장에서 모인다. 이어 삼성까지 노선이 이어진 뒤 다시 위쪽으로는 잠실 등을 거쳐 팔당으로 연결되고 아래로는 수서 등을 거쳐 원주까지 이어진다.

    E 노선은 인천~대장~연신내~덕소로 이어진다. 인천부터 대장까지는 GTX-D와 공용 구간이다. 인천에서 서울 강북권으로 가려면 E를, 강남권은 D를 타면 되는 식이다. 순환선인 F 노선은 교산~덕소~왕숙2 구간을 우선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D~F 노선까지 개통될 경우 GTX 전체 수혜 인구가 1일 평균 183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수도권 출퇴근 30분대 구현이 목표다. 이번 안은 내년 상반기 수립 예정인 ‘5차 국가철도망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정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지방에도 수도권과 같은 광역급행철도를 도입하겠다는 방안까지 내놨다. 수도권이 30분 시대라면 지방은 ‘메가시티 1시간 생활권’ 조성이 목표다. 이를 위해 이른바 ‘x-TX’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경기도 이니셜(G)을 앞에 붙인 GTX처럼 지방마다 지역에 맞는 이니셜과 ‘TX’를 결합하겠다는 의미다.

    먼저 선도 사업으로 대전~세종~충북을 잇는 광역철도를 만든다. 민간이 투자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광역급행철도로 이름은 ‘CTX(가칭)’로 짓는다. 4월 민자적격성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현재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정부대전청사에서 청주공항까지 100분가량 걸린다. CTX가 뚫리면 53분으로 단축된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정부대전청사까지 가는 소요시간은 기존 60분에서 15분으로 줄어든다.

    이번 정책은 윤 대통령의 공약을 구체화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지방권에 광역급행철도가 놓이면 인구 유출 등으로 얼어붙었던 지방에도 일부 온기가 돌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수도권과 지역 간 이동 편의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GTX 연장안에 포함된 강원 춘천이나 충남 천안·아산은 서울로 빠른 이동이 가능해진다. CTX가 놓이는 충청권도 지역 간 이동이 훨씬 원활해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방 경쟁력을 키우려면 교통 혁신으로 인프라를 깔아줘야 한다”며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 지방 대도시권에도 x-TX가 보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성 희박, 예산 134조 원 마련 어려워

    우려의 목소리와 회의적 시각이 많다. 먼저 개통까지 갈 길이 멀다는 점이 지적된다. 통상 철도가 계획된 뒤 개통까지 최장 20년이 걸리는 것으로 여겨진다. 1단계 GTX 사업인 A~C 노선조차 다 뚫리려면 2030년이 돼야 한다는 점을 봐도 철도 사업이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알 수 있다. 지방 x-TX는 이제 첫발을 내딛는 수준이다. 특히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인구나 이동 수요가 적기 때문에 지역별 광역철도망 구축은 경제성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CTX가 지나는 지역은 그간 꾸준히 인구 유입과 행정사무 수요가 늘어난 세종청사 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업성이 담보될 수 있지만 다른 지역은 산업 집적도가 높은 부산·울산·경남 등을 제외하면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정부가 ‘교통 분야 3대 혁신 전략’을 발표한 날 국회는 본회의에서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철도’ 건설사업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달빛철도는 대구와 광주의 옛 이름인 ‘달구벌’과 ‘빛고을’의 앞 글자를 따 만든 이름이다. 정치·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었던 영·호남의 대표 도시를 연결한다는 상징성과 더불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21년 국토부가 발표한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 달빛철도의 비용·편익(B/C) 값은 0.483에 그쳤다. B/C값이 1.0보다 낮으면 편익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헌정사상 최다 인원인 여야 261명의 국회의원이 달빛철도 특별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를 고려하면 x-TX 역시 경제성이 떨어져도 선거 때마다 각 지역에서 추진돼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 달빛철도는 6조~8조 원의 사업비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1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통과되고 있다. 달빛고속철도는 광주 송정역에서 출발해 전남 담양을 지나 서대구역까지 연결한다. 예상 사업비는 약 8조 원이다. [뉴스1]

    1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통과되고 있다. 달빛고속철도는 광주 송정역에서 출발해 전남 담양을 지나 서대구역까지 연결한다. 예상 사업비는 약 8조 원이다. [뉴스1]

    정부가 내놓은 ‘교통 분야 3대 혁신 전략’은 민간 재원을 포함해 약 134조 원이 투입되는 정책이다. GTX 신설과 지방 광역·도시 철도 구축에는 각각 38조 원과 18조 원이 들어간다. 철도와 도로 지하화 사업엔 65조2000억 원이 소요된다. 민간 재원으로 75조 원을 충당한다는 계획이지만 어마어마한 세금이 투입되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철도 지하화를 여야가 한목소리로 총선용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먼저 구도심 성장 정책의 하나로 철도 지하화를 제시하니 다음 날 더불어민주당이 같은 공약을 발표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정부와 정치권이 교통 개발 계획을 쏟아내는 모양새라 사실상 ‘총선용 정책’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철도뿐 아니라 선거 때만 되면 나오는 대규모 개발 공약은 ‘지방 공항 건설’이다. 현재 우리나라엔 15개 공항이 있다. 이 가운데 10개가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정상 운행을 할 경우 흑자를 낼 수 있는 곳은 인천, 김포, 김해, 제주, 대구 등 5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정치권이나 지역에서 건립을 추진하는 공항이 새만금과 가덕도, 제주, 울릉, 서산 등 10곳에 이른다.

    이런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재원 마련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많다. 정부가 무작정 빚을 늘려가며 사업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민간이 저수익성 사업에 참여할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업계 “개발 공약, 시장 혼란만 가중”

    부동산업계에선 정부와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내놓은 대규모 개발 공약이 시장만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정부가 GTX 청사진을 내놓은 뒤 관련 지역의 주택시장이 들썩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GTX-A노선 연장안에 포함된 경기 평택은 대표적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데, 이곳의 집값은 우리나라 부동산시장 전반의 침체 속에서도 상승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부동산원이 2월 1일 발표한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월 마지막 주(29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은 0.06% 하락했다. 10주 연속 내림세다. 서울, 경기, 인천 모두 하락 폭이 커졌지만 평택은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 +0.03%를 기록하며 상승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둔 정부와 정치권의 개발 공약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당장은 지역 부동산시장에 호재로 여겨질 수 있지만 통상 이런 개발계획으로 인한 집값 급등은 이후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최근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를 감안하면 실질 사업비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연장과 신설 노선 개통이 목표보다 훨씬 더 늦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개발 호재는 맞지만 시간이 필요한 장기 프로젝트이고 부동산시장 침체가 진행 중인 만큼 차분하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광역교통망 확충 지역들의 지가 상승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사업성이 높은 곳 위주로 민간 참여가 쏠릴 경우 노선별 사업 속도의 차이가 발생하거나 지역별 노선 위치, 역사 배치 등을 놓고 지자체 간 갈등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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