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호

[시마당] 화음 넣기

  • 곽문영

    입력2023-05-1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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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오후마다 모여 합주를 했다 공연 계획도 없이 매주 연습곡이 늘어나고 있었다 기타 두 명 베이스 한 명 드럼 한 명에 보컬은 따로 없었다 밴드를 결성할 때부터 넷의 노래 실력이 비슷비슷했다 곡이 정해지면 자원을 하거나 돌아가며 한 소절씩 불러보고 즉석에서 보컬을 정하는 방식이었다 비틀스가 우리 같은 구성이었다고 상호가 말한 적 있었다

    상호는 중학교 때 교회 찬양팀에 들어가 처음 드럼을 배웠다고 했다 넷 중 유일하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상호는 쉬는 시간에도 홀로 드럼 앞을 지키고 있었다 우리가 담배를 피우러 다녀올 때마다 혼자 찬송곡을 틀어놓고 드럼을 연주하곤 했다 지난겨울 우리는 상호의 제안으로 비틀스의 노래들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멤버 모두가 보컬인 비틀스의 노래에는 화음이 많아서 우리는 처음으로 각자의 앞에 마이크를 하나씩 놓아야 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둘이 아닌 셋이 서로 다른 음을 내야 했는데 화음이 익숙하지 않은 나는 자주 다른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은 음을 부르곤 했다 나와 함께 기타를 치던 상근이는 가끔 원곡에 없는 화음도 즉흥적으로 만들어 내곤 했는데 자주 듣고 연습하다 보면 기본음에 어울리는 화음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고 했다 가끔 모두의 화음이 맞아떨어지는 순간마다 그 신기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느라 연주를 놓치기도 했다

    겨울 동안 비틀스의 노래들을 들으면서 나는 존과 폴과 조지의 목소리를 조금씩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겨울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는 <Don’t Let Me Down>이라는 곡이었다 그들이 해체하기 직전에 만든 곡이라고 상호가 알려줬다 존의 절규하는 듯한 창법으로 시작하는 노래였다 노래를 들으며 후렴까지 기다린 나는 조심스럽게 존의 목소리 위에 3도 높은 화음을 올려 보았다 그 순간 폴이 나와 똑같은 화음으로 함께 노래하기 시작했다

    [Gettyimage]

    [Gettyimage]

    곽문영
    ● 1985년 충북 청주 출생
    ● 2018 창작과비평사 신인시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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