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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사례로 본 한국 의료시장의 앞날

의료시장 개방, 병원경영평가 시스템 도입 검토해야

  • 글: 민도영 조세연구원 재정분석센터 연구원

일본의 사례로 본 한국 의료시장의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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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의료계도 병원에 대한 평가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런데 의료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요 평가 내용은 ‘의료의 질’이다. 의사들은 병원이 서열화될 경우 한 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을 우려하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병원 평가에서 ‘의료의 질’은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의료의 질’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해서 수익을 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가 이하의 의료 수가 부문에선 진료가 많을수록 적자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정부와 의료계는 의료의 질 평가와 함께 병원의 경영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시민단체 역시 의료 서비스의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게 좀더 혜택을 줄 수 있는 경영평가 기준을 대안으로 제시해야만 한다. 아무리 국민의 혜택을 부르짖더라도 병원이 무너지거나 정부의 부담이 늘어난다면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넘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시장 개방의 대처 방안으로서 병원의 경영 상태를 강화하는 정책이 나와야만 한다.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의료의 질은 유지되기 힘들다.

피치 레이팅스의 경우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병원 평가 시장에 참여했다. 미국도 매년 의료의 질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있는데 그와 동시에 경영의 질 평가도 자리를 잡은 상태다. 피치 레이팅스가 처음 시장에 참여할 당시 미국도 비용 절감 압력이 높아져 병원 경영환경이 무척 어려웠다. 따라서 이를 돌파할 수 있는 직접 금융의 필요성이 제기돼 신용평가 회사들이 의료시장 개방에 참여하게 됐다.

일본의 경우도 진료 보수 인하 등의 제도 개정을 거쳐 미국과 같은 상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의료법인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양극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피치 레이팅스를 비롯한 세계 주요 신용평가 회사들이 의료기관을 평가하는 방법은 시장에서의 우위성, 관리 체제, 재무 등 일반 기업 평가 항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병원을 사회를 떠받치는 공공기관으로 보지 않고 수익을 내야 하는 주식회사로 본다는 방증이다. 다만 같은 재무라고 해도 기업과 병원이 다른 만큼 회계법인의 감사 등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활용해 구축하고 있다.

또 의료의 질이 경쟁력의 원천인 만큼 이 부분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일본 의료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신용평가 회사들은 우선 데이터가 정리된 병원에서 모델을 만들고 병원과 협력하는 형태로 등급 평가 체제를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공시제도 시급히 도입해야

물론 우리 의료시장에 이 제도가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필자가 최근에 만난 피치 레이팅스의 오사무 고바야시 이사는 아직 한국의 의료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일본에서도 병원의 재무 자료를 완전히 신뢰할 수 없는데, 한국 병원들의 정보는 훨씬 더 열악하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의료시장이 외국인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만큼 적절한 환경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반면 피치 레이팅스의 일본 의료시장 평가 책임자인 요코 아카시 이사는 한국이 금융권을 개혁했던 것처럼 의료개혁을 추진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무척 높다는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제 국내 의료계도 직접 금융에 관심을 돌려야 할 시기다. 영리병원 제도 도입은 곧 시장을 무한경쟁으로 몰아갈 것이고, 자금력이 달리는 병원은 의료의 질 확보에 앞서 도태되고 말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은행에 담보를 제공하고 대출을 받는 간접 금융에만 의존했던 병원들에게 무한경쟁이 허용되는 철저한 자본주의 방식으로 자금을 직접 조달하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그런데 직접 금융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경영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등급 평가는 승자와 패자를 선명하게 나누는 작용을 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각 병원의 환자 유치능력이나 의료의 질뿐만 아니라 자금 조달력, 경쟁력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병원들은 경영 환경에서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현재 진행중인 의료의 질 평가 외에도 병원의 경영 내용을 평가하기 위한 신용과 마케팅 등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신뢰성 높은 정보공시제도를 시급히 준비해야만 한다.

우리 시장에 맞는 경영 평가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지 않는다면, 국내 병원은 외국 투자가는 물론 상업자본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발생하는 폐해와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신동아 200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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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민도영 조세연구원 재정분석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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