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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김정일-이명박 삼국지

金 기세에 밀린 盧, 부시 면담 날린 李 ‘최태민 보고서’ 놓고 혈전?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노무현-김정일-이명박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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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당하지 않기 위한 도발

그가 북한 인민이 들을 수 있는 공개석상에서 마이크를 통해 육성을 전한 것은 1992년 4월25일 조선인민군 창군 6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영웅적 조선인민군 장병들에게 영광 있으라”고 한 것이 유일하다. 왜 김 위원장은 북한 인민에게 육성을 들려주지 않는 것일까. 김정일 위원장을 몇 차례 접한 한 소식통의 분석이다.

“공개석상에 나온 김 위원장은 매우 위압적이다. 그는 한눈에 사람을 알아본다. 아는 사람을 보면 ‘당신을 안다’는 뜻으로 가벼운 손짓만 한다. 그러나 절대로 말을 걸지는 않는다. 김 위원장도 정치인이다. 당연히 대중 앞에 서면 말을 하고 싶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대단한 달변가이지만 북한 인민이 있는 자리에서는 절대로 마이크를 잡지 않는다. 무서운 절제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환호한다고 해서 마이크를 잡고 말하다 보면 실수를 하게 마련이고 그러면 카리스마가 실추된다. 김 위원장은 권력의 실체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에 공개석상에서는 절대로 말을 하지 않는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0년에 방북한 김대중 대통령에게도 기 싸움을 걸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은 한 인사는 이렇게 전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 위원장보다 16세 많은 연장자라는 이점을 갖고 있었다. 김 위원장이 민족문제로 공격을 하자 김 대통령은 ‘당신과 나는 우리나라를 둘로 나눠 통치하고 있는데, 각자가 통치하는 기간은 길고 짧다는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영원할 수 없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민족을 위해 뭔가를 남겨보자. 우리 민족이 잘살고 못사느냐는 우리에게 달렸다’라고 받아쳤다고 한다. 연장자의 위엄으로 김 위원장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일전을 벌인 적이 있기에 김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에 최선의 준비를 했다고 한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측은 일정을 하루씩 늦추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의 동선(動線)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경호상의 이유라는 등 추측이 난무했지만, 북한 사정에 정통한 사람들은 ‘김대중 대통령을 맞는 데 이상이 없도록 다시 한번 점검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이번 노 대통령의 방북은 한 달 가까이 연기됐다. ‘올여름 북한을 휩쓴 수해’가 그 이유로 거론됐다. 노 대통령은 비행기가 아닌 육로로 방북하므로, 노 대통령이 지나가는 지역을 정비하기 위해 한 달을 연기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분석은 옳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수해 정비 이상으로 준비를 했다.

북한을 자주 방문해본 사람들은 “남한 사람들을 접할 때 북한 사람들이 느끼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무시당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사전 교육을 받기 때문에 북한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그러나 도착하는 순간 북한의 국력이 형편없음을 보곤, 은연중에 ‘북한을 무시’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가 북측 사람들에게는 ‘머리를 숙여라’라는 압박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강경하게 나온다. 한국 사람들의 허점을 찔러 기선을 제압하거나 실수를 하면 강한 공격을 퍼부어 우습게보지 못하게 한다.

“젊은 대통령의 배포를 떠보았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은 “북측은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보다 네 살 연하인 데 대해 무척 신경을 썼다고 한다. 이들은 젊은 대통령을 대하는 것이 나이 든 대통령을 대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판단했다. 나이가 많은 대통령에게는 용납되는 것도 젊은 대통령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한 달을 연기해 회담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남측의 젊은 대통령에게 무시당하지 않겠다는 것이 북측의 진심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10월3일 김 위원장이 노 대통령에게 하루 더 평양에 머물라는 제의를 한 것은 노 대통령의 배포를 떠보는 동시에 진심으로 노 대통령을 잘 모시기 위해서였다. 그날 평양에는 가을비가 내렸으므로 아리랑 공연을 보기엔 결코 좋은 조건이 아니었다.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이 제의를 받아들이면 잘 모신 것이 되고, 받지 않으면 부담을 느껴 북한을 우습게보지 못 할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코 무시당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의식이 드러난 대표적인 행동이 지난해의 미사일 무더기 발사와 핵실험이다. 북한은 만만하게 보이면 당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반면 노무현 정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해왔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매개로 김대중 정부의 노선을 이은 노무현 정부는 한반도 문제는 미국을 비롯한 외세가 아니라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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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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