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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 영전은 치욕… ‘쪽 팔려’ 술도 못 사”

추미애표 인사·직제개편 검찰 내부 분위기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검찰 인사? 영전은 치욕… ‘쪽 팔려’ 술도 못 사”

  • ●“정권에 ‘무조건 충성하라’는 간결한 메시지”
    ●“보수정부도 ‘검찰 장악 시도했으나 인사 ‘능력주의’는 지켰다”
    ●“승진자 중 도태될 사람 적잖아”
    ●“‘인사 학살’ 반복되니 놀랍지 않아”
    ●“‘오버’한 정진웅에 정권 차원 보은”
    ●“최근 검찰 변화, 법적으로 불가피한 측면도”
    ●“‘형사부 우대’ 실감 못해…검·경 수사권 조정 걱정”
“다들 이번 인사에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아요. ‘인사 학살’도 반복되니 놀랍지 않네요.” (현직 형사부 평검사) 

“능력 불문하고 정권에 무조건 충성하는 사람만 등용하잖아요. 요즘 부장검사들 사이에서는 ‘지금 영전하면 치욕’이라는 말이 떠돕니다.”(현직 부장검사) 

“(광주지검 차장으로 승진한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에 대해) 몸 날려 충성했는데 그 정도 보답은 해야겠죠. 실력? 그건 잘 모르겠고요….” (현직 검찰 중간간부) 

8월 27일 법무부가 발표한 중간 간부 인사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분노와 고소(苦笑)가 교차한다. 같은 날 ‘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현직 검사들은 “또 다시 정권 코드 인사가 행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검찰 인사 대상은 중간간부(고검 검사급) 검사 585명과 평검사 45명, 총 630명이다. 법무부는 ‘인권·민생·법치를 위한 인사’를 표방했지만, 검찰 내부에서 ‘친(親) 추미애·반(反) 윤석열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차장급 보직의 꽃인 서울중앙지검 1~4차장이 모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측근으로 채워졌다<표1 참조>. 서울중앙지검 1차장에는 이성윤 지검장의 최측근인 김욱준(사법연수원 28기) 4차장이 임명됐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채널A 전직 기자 관련 사건’을 지휘한다. 최성필(28기) 의정부지검 차장은 2차장에 올랐다. 최 차장은 윤 총장 장모의 사문서 위조 혐의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3차장에 임명된 구자현 법무부 대변인은 추 장관의 측근이자 ‘입’으로 통한다. 서울중앙지검 1~3차장과 달리 검찰직제 개편에 따라 반부패수사부 등 직접수사 부서를 지휘하게 된 4차장에는 형진휘(29기) 서울고검 검사가 임명됐다.

‘육탄 압색’ 정진웅 부장검사 ‘영전’

‘육탄 압수수색’ 논란을 빚은 정진웅(29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광주지검 차장으로 영전했다. 정 부장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독직 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감찰과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고검은 인사 하루 전인 8월 26일 정 부장의 신분을 피의자로 전환했다. 

여권 관련 수사를 한 이들과 윤 총장 측근은 지방으로 대거 ‘좌천’됐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김태은(31기)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은 대구지검 형사1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부장은 윤 총장의 측근이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 막내로서 ‘삼성전자·제일모직 합병 의혹 사건’을 수사한 이복현(32기)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은 대전지검 형사3부장으로 전보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기소한 이정섭(32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수원지검 형사3부장에 임명됐다. 추미애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 수사팀을 이끌던 양인철(29기)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은 서울북부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전보됐다. 

이번 인사에 대한 검찰 내부의 주된 평가는 ‘분노’와 ‘허탈함’이다. 익명을 원한 현직 A 부장검사는 “역대 검찰 인사 중 이번만큼 메시지가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경우는 없었다. 바로 정권에 ‘무조건 충성하라’는 뜻”이라며 “지금 검찰이 당장 침묵하고 있지만 무엇이 하나 촉발되면 어느 검사든 불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 부장검사는 8월 7일에 있은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인사<표2 참조>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렸다. 당시 인사는 추 장관이 취임 직후 단행한 1월 8일 첫 인사<표3 참조>에 이어 윤 총장을 겨냥한 ‘인사 학살’이라는 비판이 검찰 안팎에서 제기됐다. A 부장검사의 말이다. 

“지난 고위 간부 인사에서 영전한 이들의 면면을 보라. 이들이 거친 보직을 살펴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다. 역대 보수정권도 인사로 검찰 장악을 시도했으나 그러면서도 조직 내에서 실력을 두루 인정받는 ‘에이스’를 발탁해 앞세웠다. 지금 정부는 능력 불문하고 권력에 무조건 충성하는 이만 등용한다. 오죽하면 지금 부장검사들 사이에서는 ‘지금 영전하면 치욕’이라는 말이 떠돈다.”

“법무부, ‘닥치고 따라오라’는 식”

중간간부급인 B 검사도 추 장관의 인사에 대해 “다른 검사들이 ‘우리를 이끌어 갈 사람’이라고 동의할 인재가 발탁되면 불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승진한 이들을 보면 오히려 도태돼야 하는 사람, 후배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이들이 적잖다”고 꼬집었다. 

이번 인사는 8월 25일 검찰 직제개편과 맞물린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법무부의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통과됐다. 대검찰청의 차장급 보직 4개(수사정보정책관·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공공수사정책관·과학수사기획관) 폐지와 직접수사부서 축소가 뼈대다. 해당 4개 보직 모두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자리다. 검찰 안팎에서 윤 총장의 ‘손발’을 자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은 “범죄 대응 역량 축소가 우려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반대했으나 사실상 법무부안이 그대로 통과됐다. 

B 검사는 직제개편에 대해 “보직이 새로 생기고 없어지는 등 디테일(detail)은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변화의 필요성과 이유”라며 “검찰 조직의 체계를 바꾸는 중요한 변화가 계속된다. 그런데 법무부는 ‘닥치고 따라오라’는 식이다. 검사들이 무기력감과 좌절감을 많이 느낀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중간간부급 C 검사도 이번 인사에 반영된 직제개편을 두고 다음과 같이 우려했다. 

“검찰 조직의 변화는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에 영향을 끼친다. 이런 식으로 ‘휙휙’ 바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 역할이 줄어도 대검의 주요 보직을 함부로 없애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대검의 수사정보정책관은 권력형 비리뿐 아니라 대기업 비리 등 다양한 수사 정보를 수집했다. 직접 수사 범위가 축소돼도 여전히 검찰의 주요 기능으로 남는 부분이다. 이런 보직을 무리하게 없애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8월 11일 법무부는 대검에 ‘2020년 하반기 검찰청 직제개편안’을 보냈다. 대검 각 부서와 일선청의 의견을 이틀 후 13일까지 수렴해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8월 14일에는 대검의 요구를 소폭 반영한 수정안을 오전 11시30분에 보내 오후 2시까지 회신을 요구하기도 했다. 11일 차호동(38기) 대구지검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법무부의 직제개편안을 겨냥해 “아무런 연구나 철학적 고민이 없다”도 비판했다. 차 검사에게 공감한 검사들의 댓글 100여 개가 달렸다. 

A 부장검사는 “추 장관의 의도는 결국 총장을 보좌하는 주요 보직을 없애 윤 총장의 힘을 빼겠다는 것이다. 직제개편 과정이 왜 그토록 조잡하고 허술했을까. 진짜 의도를 감추려고 급히 준비했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다들 이번 인사에 신경 안 써”

이번 인사 발표 직전 이선욱(27기) 춘천지검 차장 등 7명은 사의를 표했다. 이 차장검사는 법무부 형사기획과장·검찰과장 등 요직을 거친 ‘에이스’였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돈 봉투 사건’에 연루돼 한직을 전전했다. 이성윤 서울지검장을 비판했던 문찬석(24기) 광주지검장은 8월 7일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좌천’ 후 사직했다. 

그럼에도 이번 인사로 인한 일선 검사들의 반발은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검사들이 반대 의사를 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선 형사부에 재직 중인 D 검사는 “다들 이번 인사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업무로 바쁜 탓도 있지만 추 장관 취임 직후부터 ‘인사 학살’이 반복되니 ‘충격’이 줄었다”며 “추 장관이 직접 하는 인사 아닌가. 아무리 반대 의사를 이야기해도 먹히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국무회의에서 직제개편안이 통과됐다. 형사소송법·경찰청법 개정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도 이뤄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검찰의 변화는 법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도 말했다. 

다만 D 검사는 이번 인사, 특히 정진웅 부장검사의 영전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D 검사는 “결국 정권 차원에서 정 부장검사에게 보은한 것 같다. 서울중앙지검 부장 직이 승진하기 좋은 자리지만, 그 정도 물의를 일으키고 차장으로 승진한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며 “한동훈 검사장은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스마트폰을 쓰지 않았나. 거기에 ‘몸을 날린’ 것은 속된 말로 ‘오버’”라고 말했다. 

최근 법무부가 직제개편과 인사의 배경으로 내세운 ‘형사부 우대’는 어떨까. 형사부 소속인 D 검사는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과거 ‘잘 나가던’ 특수·공안 검사들도 의무적으로 형사부 경력을 쌓아야 한다는 원칙이 내부에서 생겨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자칫 경찰이 사건을 암장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찰이 부실 수사할 경우, 이를 감시·견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형사부 검사로서 업무 부담이 과중될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추 장관의 검찰 장악은 실패”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이번 중간간부 인사로 일단락된 ‘추미애표 검찰개혁’에 검사들의 반응은 대체로 회의적이었다. B 검사는 “문 정부 초반에는 검찰 개혁에 희망을 가졌다. 검찰 안에도 그동안 과오를 반성해 우리 스스로 수사 문화를 바꾸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지금은 무리한 검찰 개혁에 대해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어도 표현하기 어렵다. 자칫 개혁에 저항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이 검사들을 모두 적폐로 몰아가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A 부장검사는 “추 장관의 인사를 통한 검찰장악은 실패했다”면서도 “잇단 인사로 검찰 조직이 어떤 면에선 오히려 더 건강해졌다”며 이렇게 부연했다. 

“승진에 무리하게 매달리는 검사들이 줄었다. 조직 내에서 누가 에이스인지, 누가 열심히 일했는지 다 안다. 현 정권의 눈에 들어 영전하면 오히려 큰일이다. 지금 승진한 이들은 후배들에게 ‘쪽 팔려서’ 술 한 잔 못살 것이다. 지금 정부가 그토록 ‘검찰 개혁’을 외치더니 역설적으로 정말 검찰을 개혁한 셈이다. 

윤 총장도 취임 후 ‘윤석열 라인’을 대거 기용했다. 나도 과거 윤 총장을 모신 인연이 있지만 ‘윤석열 라인’ 중용에 반감이 있었다. 윤 총장을 향한 권력의 압박이 심해지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솔직히 지금 윤 총장에게 실질적인 권력이 있나. 그래도 다들 총장을 무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입지가 더 단단해졌다. 추 장관의 인사를 통한 검찰장악은 실패했다고 본다.”



신동아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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