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호

“식구끼린데, 뭐” 긴장 풀면 코로나 덮친다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0-09-03 10: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질본 “코로나 가족 간 전파 위험, 42배 더 높다”

    • 영국 연구진 “코로나 확진자 70% 가정 내 감염”

    • 한집 사는 사람끼리도 감염 수칙 지켜야

    • 손 씻기, 눈•코•입 안 만지기는 기본

    • 식기 및 수건 공유도 당분간 삼가야

    • 힘들어도 거리 둬야 코로나 잡힌다

    8월 27일 서울 성동구청 직원들이 관내 자가격리자 집을 방문, 자가격리 이행 준수 여부를 불시점검 하고 있다. [성동구청 제공]

    8월 27일 서울 성동구청 직원들이 관내 자가격리자 집을 방문, 자가격리 이행 준수 여부를 불시점검 하고 있다. [성동구청 제공]

    경기 용인시에 사는 40대 A씨는 8월 21일부터 몸살기운을 느꼈다. 29일 지역 보건소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30일 확진됐다. 이후 방역요원이 A씨 자택으로 출동해 아내와 10대 자녀 세 명 검체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이들도 모두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당국은 A씨가 다른 가족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A씨 감염경로는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지금까지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장소에 가거나, 감염자로 의심될 만한 사람과 접촉한 일이 없다. 이른바 ‘깜깜이’ 환자다. A씨가 몸살기운을 느끼고도 바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은 데는 이런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 그 결과는 일가족 감염으로 이어졌다.

    코로나 가족 간 전파 위험, 일반 접촉의 42배

    8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환기를 시키고 있다. [뉴스1]

    8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환기를 시키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 크게 확산한 상황에서 ‘설마’ 하는 생각은 가까운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코로나19가 야외보다 실내 공간에서 더 쉽게 전파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한집에서 살며 생활물품을 공유하는 가족 구성원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기면 집단감염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 사실은 질병관리본부(질본) 연구로도 확인된다. 질본이 국내 초기 코로나19 환자 30명의 접촉자 2370명을 분석한 결과, 가족 간 접촉을 통해 ‘2차 감염’이 발생한 비율은 7.56%로 나타났다. 일반 접촉(0.18%)보다 42배 높은 수준이다. 영국 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도 8월 14일 “가정 내 감염이 영국 전체 코로나19 감염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정 내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코로나19 신규 발병을 통제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 전병률 차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가정 내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더욱 신경써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코로나19 위협으로부터 나와 내 가족을 지킬 방법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집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해야 할 공간이다. 집안에서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란 말인가. 

    “발열이나 기침 같은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전혀 없고, 코로나19 감염 의심자와 접촉하지 않은 사람은 일단 예외다. 코로나19의 경우 무증상 감염자가 매우 많다. 또 최근 감염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깜깜이 환자도 급증 추세다. 앞서 설명한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도 자신도 모르는 새 코로나19에 감염돼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 해도 이들에게까지 가정 내 방역수칙 준수를 요구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은 방역당국이 자가격리 대상으로 정해 14일간 외부 출입을 통제하지 않나. 

    “방역당국이 자가격리를 명한 사람은 반드시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이때 가족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전문가들은 방역당국 감시망 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해도 위험 요인이 있다고 생각되면 스스로 자가격리에 준하는 생활을 할 것을 권한다. 발열•기침 등 코로나19를 의심할 만한 증상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 코로나19 관련 위험장소 또는 위험인물과 접촉 경험이 있는 사람이 그 대상이다. 현재 보건당국은 열이 나거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은 일단 외출하지 말 것을 권한다. 그런 사람이 집에 있을 때 평소처럼 생활하면 가족이 위험해질 수 있다. 자기 몸 상태를 예민하게 살피고, 이상이 있다고 느끼면 가족 보호를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창 있는 방에 혼자 머물러야

    코로나19 자가격리자와 함께 생활할 경우 집 안에서도 밀접 접촉 시 마스크를 쓰고 손 씻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6월 1일 대구 달서구 본영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선생님에게 손 씻는 법을 배우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자가격리자와 함께 생활할 경우 집 안에서도 밀접 접촉 시 마스크를 쓰고 손 씻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6월 1일 대구 달서구 본영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선생님에게 손 씻는 법을 배우고 있다. [뉴스1]

    -구체적으로 어떤 수칙을 지켜야 하나. 

    “코로나19 전파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접촉’이다. 자가격리자는 집안에서 가족과 생활공간을 분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외부와 연결된 창이 있는 방을 혼자 사용하고, 수시로 환기를 해야 한다. 밥을 혼자 먹고, 식기도 가족과 공유하지 않으며, 화장실과 세면대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게 좋다. 옷과 침구도 따로 세탁해야 한다.” 

    -혼자 방과 화장실을 사용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우면 어떻게 하나. 

    “사람 간에 되도록 최대한 거리를 둬야 한다. 2m 이내에 같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면 구성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병원체는 천과 나무에서 1일, 유리에서 2일, 스테인리스와 플라스틱에서 4일, 의료용 마스크 겉면에서는 최대 7일까지 생존한다. 가족이 공간을 분리할 수 없다면 집안 곳곳에 병원체가 퍼질 수 있다. 변기, 세면대를 비롯해 사람 손이 자주 닿는 모든 것(문고리, 전등 스위치, 수도꼭지, 리모컨, 의자, 탁자, 벽면 등)을 수시로 소독하면 좋다. 기어 다니는 어린이가 있는 가정은 바닥도 소독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영국 공중보건국은 샤워 공간을 가족이 함께 사용할 경우 순번을 정해 자가격리자가 마지막으로 사용하고, 이후 반드시 소독하라는 지침을 냈다.” 

    -코로나19 전파를 막으려면 집안을 어떻게 소독해야 하나. 

    “첫째 명심할 것은 환기다. 공기 중 오염원이 외부로 배출될 수 있도록 수시로 창을 열어 환기하는 게 좋다. 공기청정기가 있어도 환기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이후 적절한 소독제를 천에 적셔 소독대상을 닦고 일정시간 그대로 뒀다 깨끗한 물을 적신 천으로 다시 닦아낸다.” 


    소독제를 공중에 분사하는 것으로는 코로나19를 막기 어렵다. 방역당국은 소독제를 묻힌 천으로 물체 표면을 닦으라고 권한다. 5월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소독제 묻힌 천으로 벤치를 닦고 있다.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소독제를 공중에 분사하는 것으로는 코로나19를 막기 어렵다. 방역당국은 소독제를 묻힌 천으로 물체 표면을 닦으라고 권한다. 5월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소독제 묻힌 천으로 벤치를 닦고 있다.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적절한 소독제와 사용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가정용 락스는 좋은 소독제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예방 목적으로 일상 표면을 소독할 때 차아염소산나트륨을 0.05%로 희석해 사용하라고 한다. 가정용 락스가 바로 차아염소산나트륨 5% 희석액이다. 이것에 물에 더 섞어 0.05% 농도로 만들면 된다. 일반 락스 뚜껑 용량이 10㎖이니, 1ℓ 물에 락스 한 뚜껑 분량을 섞으면 차아염소산나트륨 0.05% 희석액이 된다. 이 액체를 천에 적셔 소독 대상을 닦고 5분 이상 뒀다가 물 적신 천으로 다시 닦아내면 된다. 에탄올 70~90%, 과산화수소 0.5% 등도 일상 표면 소독제로 사용할 수 있다. 에탄올은 1분, 과산화수소는 5분 이상 뒀다가 물수건으로 닦아내면 된다. 

    소독제 농도를 높인다고 소독 효과가 커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보건당국 권고량만큼만 사용하는 게 좋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코로나19 대응 소독 안내’ 지침에 구체적 내용이 담겨 있다.” 

    -소독약을 집 곳곳에 분사하는 건 어떤가. 

    “바람직하지 않다. 실내 공간에 소독제를 분사하면 눈과 호흡기, 피부 등에 큰 자극을 줄 수 있는 반면 오염물질 제거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공기 중 오염농도를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환기다. 수시로 환기하고, 사람 손이 자주 닿는 물체 표면을 소독제로 닦아내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다.”

    수시로 손 씻고 얼굴에 손대지 말아야

    7월 21일 KTX 호남선 광주송정역에서 공무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입구 계단과 손잡이 등을 소독제로 닦고 있다. [박영철 동아일보 기자]

    7월 21일 KTX 호남선 광주송정역에서 공무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입구 계단과 손잡이 등을 소독제로 닦고 있다. [박영철 동아일보 기자]

    -코로나19 자가격리 기간 동안 소독 및 환기는 얼마나 자주 해야 하나. 

    “자주 할수록 좋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를 보완할 방법이 손 씻기다. 자가격리자와 그 가족이 손만 잘 씻어도 감염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손을 씻을 때는 손 전체에 비누를 골고루 묻힌 뒤 손등, 손바닥, 손가락, 손톱 등을 구석구석 빠짐없이 문지르고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어내야 한다. 이렇게 30초가량 꼼꼼히 손을 닦으면 바이러스가 흐르는 물과 비누에 다 씻겨 내려간다. 세면대 사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알코올이 60% 이상 함유된 손소독제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손 씻기와 더불어 또 하나 지켜야 할 것이 얼굴 만지지 않기다. 코로나19 병원체는 사람의 눈, 코, 입 등 점막을 통해 인체에 침투한다. 무심코 얼굴을 만지면 감염이 시작될 수 있다.” 

    -그 외 강조할 점이 있나. 

    “코로나19는 전파력이 매우 강하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서 위험이 싹튼다. 코로나19 잠복기 14일 간은 일상 불편을 감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족이라도 웬만하면 자가격리 대상자와 대화나 접촉을 피할 것을 권한다. 가정 내 공간 분리가 어렵다면 가족·동거인이 일시적으로 주거지를 옮겨 따로 생활하는 것도 검토해봐야 한다. 여건이 허락하지 않을 경우, 방역당국에 자가격리자를 위한 임시생활시설 제공을 요청할 수도 있다. 단,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준비한 격리 시설을 이용할 경우 하루 10만 원 안팎의 숙식비용은 본인이 부담한다.” 

    엄중식 가천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될 경우 즉시 타인과 생활공간을 분리하는 게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진단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도 코로나19 잠복기가 끝나는 14일 동안은 외부 접촉을 피한 채 추이를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한다. 엄 교수는 “바이러스가 진단검사 후 활성화할 수도 있다”며 “검사 결과만 믿고 100%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지침’을 통해 밝힌 자가격리 해제 시점도 다음과 같다. ‘(확진환자) 접촉자가 코로나19 임상증상이 발생하지 않으면 확진환자 최종접촉일로부터 만 14일 되는 날의 정오(낮 12시)에 격리 해제’된다. 해외입국자 또한 ‘코로나19 임상증상이 발생하지 않으면 입국일로부터 만 14일이 되는 날 정오에 격리 해제’된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