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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분권 실현으로 지자체 ‘생활밀착’ 정책 늘려야

포스트 코로나 복지정책, 디테일이 답이다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재정분권 실현으로 지자체 ‘생활밀착’ 정책 늘려야

  • ● 文정부 지방 재정분권 계획 2단계에서 지지부진
    ● 1단계 계획으로 늘어난 지방세 서울시 예산 1% 수준
    ● 서울시, 취업부터 주거까지 청년 맞춤 정책 내놔
    ● 신혼부부 전세지원금 늘리고 공공어린이집도 확충
    ● 시민의 발 ‘따릉이’ 적자 메울 예산 필요
    ● 지방세 비중 늘려도 지역상생발전기금으로 균형발전 가능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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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에서 무덤까지.”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베버리지가 1942년 발표한 ‘베버리지 보고서’에서 사용한 어구(語句)다. 이후 국가의 이상적인 복지 서비스를 의미하는 구절로 자주 인용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가난이 만연하고 질병이 창궐했다. 2020년 한국에서는 자영업자가 폐업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세를 떨친다. 다만 사회가 다각화하며 국민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디테일한 복지정책이 요구된다. 이는 중앙정부가 주민들의 삶에 가까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협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자립을 통한 지방분권’ 공약 시행이 부처 간 의견 충돌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2019년부터 이뤄진 1단계 재정분권으로 늘어난 세수(稅收)는 각 지자체에서 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복지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는 2단계 재정분권 시행을 통해 고질적인 지자체 재정난을 해결해 달라고 요구한다.

지방분권, 재정 확충이 출발

3월 서울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에게 긴급수당을 지원했다. [서울시 제공]

3월 서울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에게 긴급수당을 지원했다. [서울시 제공]

지방분권은 중앙정부 중심의 권한을 지자체에 배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1995년 지자체장 선거가 직선으로 치러지며 지방자치 시대가 열렸지만 중앙정부의 입김은 여전히 센 편이다. 중앙정부가 큰 틀을 짜면 지자체가 실행하는 톱다운 방식이 관습처럼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결국 돈이다. 지자체의 정책 자율성을 높이려면 지자체가 안정적인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9년 기준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77대 23이다. 중앙정부 호주머니에 들어 있는 돈이 지자체의 세 배가 넘는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임기 말까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으로 조정하고 이후 지방세를 전체 세수의 40%까지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재정분권은 2단계 플랜을 따라 시행된다. 정부는 2019년부터 이뤄진 1단계 재정분권을 통해 부가가치세 중 지방소비세율을 11%에서 21%로 인상하고 3조6000억 원 상당의 국고보조사업도 지자체 사업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8조7178억 원의 지방세가 확충됐다. 

2단계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부가가치세뿐 아니라 여타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지자체는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대로면 2021년부터 2단계 재정분권을 시행한다는 계획은 실현 불가능하다. 지자체에서는 지방소비세율과 법인 지방소득세율을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른 시일 내에 지방세가 확충돼야 진행 중인 복지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1000만 명이 거주하는 서울도 재정난을 겪는다. 서울시는 재정 수요액과 실제 수입액의 차이를 보전받지 못하는 미교부 지자체다. 코로나19도 덮쳤다. 감염병 극복에 시 예산이 편성되며 서울시 재정 여력은 더 줄었다. 1단계 재정분권으로 서울시 재정이 4397억 원 증가했지만 이는 서울시 1년 예산인 35조2808억 원(2020년 기준)의 1.2%에 불과하다. 2019년 기준 서울시가 사회복지 분야에 사용한 예산만 10조 원이 넘는다.

취준 지원금에 코로나 긴급 수당까지

서울시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청년 복지에 약 7000억 원을 사용했다. 코로나19로 고용 시장이 장기 침체에 접어들며 청년들의 삶은 더 고달파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당월 청년(15~29세) 체감 실업률은 25.6%다. 구직을 단념하거나 일을 쉬고 있는 비경제활동인구도 2015년 이후 꾸준히 늘었다. 

고용노동부가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제공하고 있지만 대상자가 고등학교나 대학 졸업 후 2년 이내 청년으로 정해져 있다. 올해 서울시는 2016년부터 지급하던 청년수당 기준을 졸업 후 2년이 지난 19~34세 청년으로 변경했다. 고용노동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을 위해 예산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청년수당 지급 대상자로 선정되면 최장 6개월 동안 매달 50만 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2020년부터 대상자가 큰 폭으로 확대됐다. 2019년 6528명이 청년수당을 받았지만 올해는 두 차례에 걸쳐 총 3만 명에게 청년수당을 지원했다. 여기에 904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3월 서울시는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청년을 위한 긴급청년수당도 지급했다. 자영업이 큰 타격을 입자 청년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급 예정 인원(500명)의 두 배가 넘는 1150명이 신청하며 긴급청년수당은 조기 마감됐다. 

청년들의 걱정은 취업뿐만이 아니다. 서울은 뉴욕·홍콩 등과 함께 주거난이 심각한 도시로 꼽힌다. 서울시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왔다. 2011년 17만8533호이던 공공임대주택 수는 2019년 5월 기준 30만6285호로 약 1.7배 늘어났다.

일자리는 구했는데 살 집이 없다면

5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마포구 서교동 역세권 청년주택. 청년 1인 가구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청약 신청을 받았다. [서울시 제공]

5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마포구 서교동 역세권 청년주택. 청년 1인 가구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청약 신청을 받았다. [서울시 제공]

민관 협력도 주택 공급의 한 축이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6년 시작된 해당 사업은 통학이나 출·퇴근이 용이한 도심 지역에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청년들에게 살 집을 제공하는 것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에 입주하는 이들은 최대 4500만 원까지 임차보증금을 무이자로 대출받을 수 있다.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 사업도 있다. 전세대출에 따른 이자 일부를 서울시가 지원하는 것이다. 2018년부터 진행한 해당 사업으로 신혼부부들의 주거비 부담이 줄었다. 

지방재정 확충 이후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이자지원 사업’도 확대됐다. 올해부터 부부 합산 소득기준이 8000만 원 이하에서 9000만 원 이하로, 지원기간도 최장 8년에서 10년으로 바뀌었다. 상반기 기준 1만903가구에 사는 신혼부부가 전세대출 이자에 대한 짐을 덜었다. 2019년(4338가구)과 비교할 때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예산 22억 원을 새로 편성했다. 

육아도 신혼부부의 큰 고민거리다. 원비가 저렴한 국공립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일은 로또 당첨에 비유된다. 서울시는 2019년 국공립어린이집 관련 예산 699억 원의 90%를 이용률이 낮은 비(非)강남권 보육시설 설립에 사용했다. 이에 따라 비강남권에 89개소의 국공립 어린이집이 새로 문을 열었다. 초등학생 돌봄 환경 조성도 진행된다. 보육과 동시에 문화·예술 체험이 가능한 거점형 키움센터는 2019년 1개소에 불과했지만 2021년까지 25개소로, 일반형 키움센터는 2022년까지 현재의 두 배(400개소)로 늘릴 계획이다. 

노인 돌봄 ‘데이케어센터’에도 서울시 예산 154억 원이 투입된다. 데이케어센터는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을 가진 노인층이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도 집 가까운 곳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이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31개 데이케어센터가 시 지원을 받아 설립됐고 2019년 기준 391개소가 운영 중이다.

‘따릉이’ 하루 5만 시민 이용… 적자 폭 메워야

8월 12일 한 시민이 서울시 공공 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뉴스1]

8월 12일 한 시민이 서울시 공공 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돌봄 서비스뿐 아니라 공공 교통수단 역시 지자체가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업무다. 2015년 처음 운영을 시작한 서울시 공공 자전거 ‘따릉이’는 매해 두 배 이상의 이용자 성장세를 보였다. 2019년 기준 따릉이를 이용한 서울 시민은 하루 평균 5만 명이 넘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따릉이 이용자가 더 늘어났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출·퇴근길 혼잡한 버스나 지하철을 피해 자전거를 택하는 것이다. 7월 기준 따릉이 회원 수는 231만7195명으로 지난해 172만9854명과 비교해 34% 증가했다. 늘어난 수요에 맞춰 서울시는 2022년까지 1만 대 확충 계획을 밝혔다.
 
따릉이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2018년에 책정된 따릉이 예산은 217억 원이지만 그해 78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서울시는 시민 편의를 우선에 두고 따릉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적자 폭이 늘어날 경우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사회경제적 상황이 급변하면서 정책 수립에서도 다양성·효율성이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지자체의 역할은 중요해졌으나 재원 조달 능력을 보여주는 재정자립도는 반대다.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2017년 53.6%에서 2019년 51.4%로 감소했다. 4월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14조3000억 원 중 3조1000억 원을 지방비 부담으로 책정하며 지방 재정 상황이 더 악화할 위기에 처했다. 앞으로 정부에 2단계 재정분권 시행을 요구하는 지자체의 목소리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재정분권이 시행돼 지자체 예산이 늘어나면 수도권 지역의 발전 쏠림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에서 충당되는 소득세와 법인세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2019년 발표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방재정 지원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재정분권 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정 집중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광역 지자체 간 조정뿐 아니라 기초 지자체 간의 격차 해소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수도권 쏠림 우려…지역상생발전기금으로 해결

지자체 측은 지역상생발전기금을 통해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역상생발전기금은 서울시·인천시·경기도 지방세 세입 중 일부를 재원으로 마련해 대부분 비수도권의 재정지원사업 및 융자지원 목적으로 운용된다. 10년(2010~2019)간 3개 지자체에서 모인 3조8070억 원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 발전을 위해 사용됐다. 서울시는 올해 2015억 원을 출연한다. 

이재은 경기대 명예교수는 2019년 12월 열린 한국지방재정학회 세미나에서 “지방분권의 성공은 재정분권의 여하에 달려 있다”며 “지방세 확충을 통한 재정분권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전체의 재정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아 2020년 10월호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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