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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률 전국 1위, 건양대 김희수 총장

“무한책임정신으로‘입학=취업’ 자신감 심어줍니다”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취업률 전국 1위, 건양대 김희수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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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이 살 길은 취업뿐”

안과의사로 명성을 날리던 그가 교육 사업에 뛰어든 건 1979년 고향에 건양 중·고등학교를 설립하면서부터다. 병원을 운영해 일군 부를 혼자 끌어안지 않고 고향에 환원하고 있는 이유를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이야기할 만도 한데,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그의 말엔 꾸밈이 없었다.

“서울서 돈 좀 벌었다고 하니까 고향 분들이 찾아와서 고향에 있는 한 사립 중·고등학교가 운영이 잘 안 되니 맡아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만 해도 육영사업이 뭔지도 몰랐어요. 도와달라고 하니까 해야 되나 보다 하고 시작했죠. 막상 해보니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더라고요. 그러다 논산에 대학이 필요하다고 해서 대학을 만든 거고요.”

그는 대학을 세워놓고, 학생들이 둥글둥글하게, 사람 됨됨이가 좋은 사회인으로 자라기만을 바랐다. 전국 최고의 취업률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런데 지방대학의 현실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았다. 시쳇말로 인성교육이 학생들을 밥 먹여주지 않았다.

“2001년 무렵부터 사립대, 특히 지방 사립대들이 위기감을 크게 느꼈어요. 그래서 직접 학교 운영을 맡았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인성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지방엔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 우리 대학이 살길은 취업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입학=취업’, 입학하면 졸업은 당연하고, 취업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들어보자고 했죠. 입학을 시켰으면 취업까지 학교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거죠. 저 한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취업률 1위가 되겠습니까. 교수님들과 직원들, 전 구성원이 호응해줬으니 가능했던 거죠.”



건양대 신입생들은 입학 후 진로적성검사를 받는다. 그 결과는 당사자뿐 아니라 각 학과에 통보된다. 교수들은 그것을 바탕으로 학생들과 면담하고, 진로 지도를 한다. 건양대 성경모 홍보팀장은 “1학년 때부터 취업을 향한 준비자세를 갖추도록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건양대는 2003년 취업교육 전용 건물인 ‘취업매직센터’를 열었다. 취업·진로 상담실, 모의 면접실, 어학실습실, 멀티미디어강의실 등을 갖추고 1년 내내 취업 실기 교육과 특강을 진행한다. 2006학년도 1학기에 개설된 매직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비즈니스 영어’ ‘취업영어문법’ ‘한자능력검정시험 3급 대비반’ ‘공무원시험대비 국어강좌’ ‘창의적 공학 설계를 위한 사고 방법 및 실습’ ‘언어치료교육전문가과정’ ‘실내건축기사 자격증 대비 실기연습’ ‘회계원리연습’ ‘특수아동미술치료’ ‘관광종사원 자격시험 과정’ ‘풍선공예 지도자 2급 과정’ 등 총 27개 과정이다.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사설 기관에서 과외수업을 받고 있는 강좌들이 대부분이다. 각 과정마다 담당교수가 정해져 있고, 대체로 방과 후에 수업이 진행된다.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총장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이철성 교수(교양학부)는 “기업들이 인재를 채용한 뒤에 재교육비로 상당한 비용을 지출한다고 하는데, 우리 대학 학생들은 수준별, 단계별로 진행되는 취업교육을 받고 졸업하기 때문에 실전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졌다”고 말한다.

건양대는 동아리 활동도 취업준비의 연장선상에 있다. 공연미디어학부엔 드라마, 영화이벤트, 문예창작, 광고 분야의 4개 연구동아리가 있고, 세무학과엔 세무사·공인회계사반이, 경찰행정학과에는 경찰공무원반이 활동 중이다. 총 140여 개 동아리 활성화를 위해 대학에서 매년 5000여 만원을 지원한다.

취업할 때 가장 기본적인 요건으로 간주되는 토익과 컴퓨터 관련 자격시험 대비는 지난해부터 아예 1, 2학년 정규 과목으로 만들었다. 사회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교육도 좋지만 토익을 정규 교과목으로 만들었다는 대목에선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김 총장은 “대학이 취업 정거장은 아니지 않느냐”는 화살도 각오하고 있었다.

“대학이 진리를 추구하고, 학생들에게 높은 이상을 심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저로서도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는 거죠. 학생들에게 가장 큰 고민이 뭐냐고 물으면 열이면 열, 다 취업이라고 해요. 이런 상황에선 일단 취업에 대한 고민이 해결되어야 더 나은 교육도 가능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학생들이 교양을 쌓고, 다방면에 취미를 가지면 더없이 좋겠지만 당장 입사 지원서라도 내보려면 토익 700점은 받아야 하는 게 현실 아닙니까. 지방 학생들은 취업을 준비하는 여건이 서울에 비해 열악해요. 그러니 학교가 나서서 준비를 시키는 거죠. 토익 400점대이던 학생이 수업을 들은 뒤에 500점도 받아요. 그 학생은 혼자서 더 노력해 600점, 700점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최소한 입사 지원서는 낼 수 있잖아요. 그렇게 자신감이 생기면 학생들 스스로 교양과 진리 탐구에도 관심을 갖게 될 거라고 믿어요.”

총장실에 들어오기 전 이철성 교수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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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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