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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풀 인터뷰

부산국제영화제 신인상 거머쥔 ‘대형 신인’ 황보라

“엉뚱녀 이미지 벗고 요염한 매력 보여줄 거예요”

  • 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부산국제영화제 신인상 거머쥔 ‘대형 신인’ 황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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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주는 즐거움

부산국제영화제 신인상 거머쥔 ‘대형 신인’ 황보라
▼ 성인 연기를 하려면 노출연기도 마다하지 않아야 할 텐데 자신 있어요?

“뭐든 다 해보고 싶어요. 팜 파탈 같은 역할도 하고, 액션도 하고, 미혼모에 지지리도 궁상인 한 많은 여인네도 하고…. ‘말아톤’이나 ‘아이엠샘’ 같은 진한 휴먼 드라마도 해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몽환적인 느낌의 연기를 무척 좋아해요. 하지만 어떤 역할을 하느냐보다 어떤 연기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겠죠. 배우들 중엔 단선적인 연기자가 있는가 하면 왠지 이면에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여운이 느껴지는 연기자가 있잖아요. 전도연 선배처럼 여운이 느껴지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뭐든 다 해보고 싶다는 그에게 “가장 안 어울리는 역은 뭐일 것 같냐”고 묻자 “사람들이 그래요. 넌 한스러운 여인이나 보호본능 자극하는 연약한 여인은 안 어울린다고. 난 그런 것도 하고 싶은데…” 하며 투덜거린다. “그런 것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냐”고 물었더니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하느냐는 측면에서 보면 못할 것 같기는 해요” 하며 흐흐 웃는다.

▼ ‘나는 천생 배우다’라는 확신이 드나요.



“신은 제게 아름다운 외모를 주시진 않았지만, 대신 특별한 오감을 주신 것 같아요. 오감으로 느끼며 연기할 때 느껴지는 쾌감이 있어요. 저는 희망이란 모든 고통을 연장시키는 최악의 악마라고 생각해요. 미래는 최악의 고통일 뿐이죠. 그런데 그 고통을 즐기고 싶어요. 그래서 제가 변태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웃음).”

▼ 만약 연기자가 안 됐다면 뭘 하고 싶어요?

“국문과에 들어가 공부하고 싶어요. 제 감정 하나 하나를 글로 표현한다는 게 너무 좋아요. 남은 쉽게 스쳐가는 하루고 공기고 장소지만 그걸 아름답게든 슬프게든 잔인하게든 제 식대로 표현하고 싶어요.”

그의 싸이 미니홈피를 둘러보았다. 미니홈피 다이어리엔 그가 직접 쓴 글이 몇 편 올라 있었다. 그런데 ‘명랑’ ‘엉뚱’ 이미지와는 달리 그의 글들은 ‘우울 모드’에 가깝다.

“외로워서 그런 거겠죠. 부모님이랑 떨어져 사는데다 친구도 별로 없으니까요. 가을을 타나 봐요. 그런데 늘 외롭다고 툴툴대면서도 제게 손을 내밀며 다가오는 사람을 밀어내요. 외로운 게 아주 싫은데, 그 외로움을 은근히 즐기는 것 같기도 해요.”

▼ 혼자 있을 땐 뭘 하나요.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상상을 하거나…. 저는 적막한 게 좋아요.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오후 5시에서 6시, 딱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무렵이에요. 사위가 약간 어둑해지면서 조용해지고, 뭐랄까,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설레는 느낌…, 그 시간은 영원히 기억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워요.”

자발적 왕따

▼ 학창 시절엔 어땠나요.

“요즘 아이들이 슈퍼주니어에 빠지는 것처럼 그 세대마다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게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또래들과 관심사가 달랐어요. ‘인간극장’ ‘병원24시’ 그런 리얼다큐가 좋았어요. 그리고 사랑을 해보진 않았지만 아픈 사랑이야기를 좋아했어요. 만날 그런 걸 읽었죠. 에쿠니 가오리의 ‘낙하하는 저녁’ 같은 소설요. 그렇다고 공상 속에 살지는 않았어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스타일이랄까.”

“그러다 친구들에게 왕따당하지 않았냐”고 묻자 부산에선 아니었는데, 서울로 전학 와선 학교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서울아이들은 공부에만 신경 쓰는, 정서가 메마른 애들 같았어요. 그래서 늘 저 혼자였어요. 지금도 마음을 열 친구가 부산 친구들밖에 없어요.”

그는 사랑이 그립다고 했다. 나중에 꼭 결혼을 하고 싶은 이유도 사랑이 그립기 때문이란다. 그 해소되지 않는 그리움의 목마름이 그가 연기를 갈망하는 이유가 아닐까.

그의 미니홈피에 이런 글귀가 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여자가 있다. 다이아몬드처럼 빛을 밖으로 내뿜는 여자와 진주처럼 빛을 안으로 품는 여자다.’ 그도 진주처럼 은은한 아름다움을 지닌 배우로 성장하길 바란다.

신동아 200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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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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