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간 1조원대 해양 신산업 창출”
‘돈벼락 꿈’이라…. 사무실에 앉아 있던 고성개발주식회사 신웅재 상무에게 정말 ‘그런 꿈’을 꾸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분위기는 들떠 있지만, 이 지역 일대가 관광개발진흥지구로 묶이는 바람에 10년 동안 땅을 팔지 못해 아직은 조용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우럭이나 명태 양식장에 심층수를 공급했더니 세 배나 빨리 자랐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져 심층수가 상품화하면 지역 개발은 시간문제”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해양심층수가 활력을 잃은 동해안 일대 주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까.
고성군에서 가까운 거진 앞바다는 과거 명태 산지로 유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민들 표현에 따르면 “바다가 바짝 말랐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 냉수성 어류인 명태, 대구가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어린 고기마저 마구잡이로 잡는가 하면, 바닷속에 방치된 그물이 냉수성 어류의 이동을 막았다. 해마다 이맘때 열리는 명태 축제에서 국산 명태가 사라진 지 오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이 해양심층수 개발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해양심층수가 지역 개발의 꿈을 이뤄줄 것으로 기대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각종 언론매체에서 해양심층수를 ‘신비의 물’인 양 보도하고 있다. 이들은 앞을 다퉈 일본과 미국 하와이의 심층수 개발 현장을 보여주며 몸과 피부에 좋은 ‘생명수’로 소개했다.
해양수산부는 수년 전부터 심층수의 특성 및 활용분야에 대한 보도자료를 만들어 언론에 제공하면서 심층수를 홍보했다. 2004년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해양심층수는 유기물이나 병원균이 거의 없고, 풍부한 영양염을 보유해 해양식물 배양 및 의약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지난해 12월 고성군 연구센터가 심층수를 육지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자 “연간 1조원대 해양 신산업의 창출 기반을 이룩한 큰 성과”라며 자축했다.
연구센터도 마찬가지다. 홈페이지에 심층수 활용방안이 나열돼 있는데 이것만 보면 훌륭한 해상자원임에 틀림없다. 예컨대 심층수는 당뇨약, 투석액, 신약 등의 약품에 활용될 수 있고, 피부염 치료, 해양요법 등 의료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 생수나 기능성 음료수는 물론, 식품 첨가제와 화장품, 화장수, 약용수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돼 있다.
동해는 ‘축소판 해양’
그런데 해양화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홍보 내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모 대학의 해양학 교수는 “해양수산부나 한국해양연구원에서 밝힌 내용 중 어떤 것도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없는데도 마치 신비의 물인 양 떠드는 것은 개인적으로 ‘사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어느 신문기사를 보니 동해 심층수는 북아메리카 북동부 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의 그린랜드에서 출발한 심층수가 1500년에 걸쳐 태평양까지 도달해 동해로 넘어온 것으로 돼 있다. 4000년이 걸렸다는 얘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