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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험한 물’? 해양심층수 실체 논란

“효과 부풀린 사기, 과학적 근거 없다”VS“가능성 언급한 것, 효과 주장한 적 없다”

‘영험한 물’? 해양심층수 실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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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중순, 학술회의에 참석한 해양학자들이 쉬는 시간에 담소를 나눴다. 누군가의 한 마디로 화제가 ‘해양심층수’로 옮겨졌다. “심층수는 그냥 물인데, 마치 몸에 좋은 것처럼 떠든다” “의약품에도 활용된다는데 그런 논문을 본 적이 없다.”… 정부가 1조원의 신산업 기반을 마련했다고 발표한 해양심층수가 별것 아니란 말인가. ‘생명수’로 알려진 해양심층수 효과 논란, 그리고 몇 가지 확인된 진실.
‘영험한 물’? 해양심층수 실체 논란
한국해양연구원의 해양심층수 연구단지가 들어선 강원도 고성군. 연구단지 뒤쪽으로 푸른 동해가 펼쳐져 있다. 연구원들은 500m 깊이의 바다 밑에서 해양심층수를 끌어올리고 있을 것이다. 근처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들어갔다. 큼지막한 지도가 벽에 걸려 있고, 고성군을 가리키는 곳에 신문기사 스크랩 몇 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중 ‘바다 밑서 생명水 펑펑, 고성군 돈벼락 꿈’이라는 제목이 눈에 띈다. 지난해 연구센터가 심층수를 본격적으로 뽑아올리던 시기에 맞춰 씌어진 기사다.

“연간 1조원대 해양 신산업 창출”

‘돈벼락 꿈’이라…. 사무실에 앉아 있던 고성개발주식회사 신웅재 상무에게 정말 ‘그런 꿈’을 꾸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분위기는 들떠 있지만, 이 지역 일대가 관광개발진흥지구로 묶이는 바람에 10년 동안 땅을 팔지 못해 아직은 조용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우럭이나 명태 양식장에 심층수를 공급했더니 세 배나 빨리 자랐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져 심층수가 상품화하면 지역 개발은 시간문제”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해양심층수가 활력을 잃은 동해안 일대 주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까.

고성군에서 가까운 거진 앞바다는 과거 명태 산지로 유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민들 표현에 따르면 “바다가 바짝 말랐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 냉수성 어류인 명태, 대구가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어린 고기마저 마구잡이로 잡는가 하면, 바닷속에 방치된 그물이 냉수성 어류의 이동을 막았다. 해마다 이맘때 열리는 명태 축제에서 국산 명태가 사라진 지 오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이 해양심층수 개발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해양심층수가 지역 개발의 꿈을 이뤄줄 것으로 기대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각종 언론매체에서 해양심층수를 ‘신비의 물’인 양 보도하고 있다. 이들은 앞을 다퉈 일본과 미국 하와이의 심층수 개발 현장을 보여주며 몸과 피부에 좋은 ‘생명수’로 소개했다.

해양수산부는 수년 전부터 심층수의 특성 및 활용분야에 대한 보도자료를 만들어 언론에 제공하면서 심층수를 홍보했다. 2004년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해양심층수는 유기물이나 병원균이 거의 없고, 풍부한 영양염을 보유해 해양식물 배양 및 의약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지난해 12월 고성군 연구센터가 심층수를 육지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자 “연간 1조원대 해양 신산업의 창출 기반을 이룩한 큰 성과”라며 자축했다.

연구센터도 마찬가지다. 홈페이지에 심층수 활용방안이 나열돼 있는데 이것만 보면 훌륭한 해상자원임에 틀림없다. 예컨대 심층수는 당뇨약, 투석액, 신약 등의 약품에 활용될 수 있고, 피부염 치료, 해양요법 등 의료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 생수나 기능성 음료수는 물론, 식품 첨가제와 화장품, 화장수, 약용수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돼 있다.

동해는 ‘축소판 해양’

그런데 해양화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홍보 내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모 대학의 해양학 교수는 “해양수산부나 한국해양연구원에서 밝힌 내용 중 어떤 것도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없는데도 마치 신비의 물인 양 떠드는 것은 개인적으로 ‘사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어느 신문기사를 보니 동해 심층수는 북아메리카 북동부 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의 그린랜드에서 출발한 심층수가 1500년에 걸쳐 태평양까지 도달해 동해로 넘어온 것으로 돼 있다. 4000년이 걸렸다는 얘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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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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