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호

어떤 전쟁도 결코 ‘남의 전쟁’이 될 수 없다

[책 속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外

  • 구자홍 기자, 고재석 기자

    jhkoo@donga.com, jayko@donga.com

    입력2023-03-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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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지음, 박누리·박상현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16쪽, 1만6000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지음, 박누리·박상현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16쪽, 1만6000원

    2월 24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꼭 1년이다. 대한민국 지구 반대편 동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LNG 가격 폭등을 야기했고, 난방비 인상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체감할 만큼 큰 영향을 끼쳤다. 전쟁이 1년 넘게 장기화하면서 이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상적인 일처럼 여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직접 총을 들고 침략자 러시아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은 “우크라이나를 잊지 말라”고 호소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승리’”라며 세계인에게 “우크라이나인들이 어떤 사람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책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취임한 2019년부터 전시 지도자로 거듭난 현재까지 4년 가까이 자국 국민과 세계를 상대로 발신해 온 연설 가운데 19편을 담은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승인한 유일한 공식 저서로, 그는 이 책에 실릴 연설문을 직접 고르고 서문까지 썼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세기에 벌어지는 어떤 전쟁도 결코 ‘남의 전쟁’이 될 수 없다며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이 전쟁에 맞서 세계시민이 함께 싸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두 나라의 영토 분쟁이 아닌 모든 국가가 직면한 가치의 위기라고 규정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시대와 장소, 형태를 바꿔가며 지속돼 온 폭력과 전쟁을 더는 무관심으로, 지정학적 뉴스로, 방관자 입장으로 대하지 말아달라”며 “세계 시민이 각자의 일상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바로 지금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시민이, 대한민국 국민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힘을 보태달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절절한 연대 호소에 호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가 공식 승인한 책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를 구입하는 것이다. 이 책 판매로 거둬들인 인세는 전액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설립된 유나이티드24(u24.gov.ua)에 기부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
    이해영 지음, 사계절출판사, 336쪽, 1만8000원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인 저자는 “전쟁과 평화는 천당과 지옥처럼 어떤 방법을 써도 절대 이을 수 없는 사건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전쟁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분이 아니라 전쟁을 통해 얻으려는 상호 이익이 무엇인지, 어떤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지 숨겨진 배경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즉 상호 이익과 전략적 목표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시 살펴보면 세계질서를 재편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마이클 베클리·할 브랜즈 지음, 김종수 옮김, 부키, 416쪽, 2만 원

    글로벌 패권을 두고 벌이는 미·중 대결을 어떤 이는 100년에 걸쳐 진행될 마라톤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이 책 저자들은 10년 내에 군사적 충돌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 구간에 들어섰다고 진단한다. 저자들은 중국이 선제공격을 가할 가장 유력한 목표는 대만이며, 그 시기는 2020년대 중반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이 군사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는 이유는 뭘까. 저자들은 세계 패권국에 도전한 중국이 이미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에 접어들었기에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모든 것을 걸고 정면 승부를 벌일 수 있다고 전망한다. 동유럽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 동아시아에도 새로운 전운이 드리우는 것일까.


    정치무당 김어준
    양극단 정치 주범, 정치 무당 김어준이다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284쪽, 1만6000원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284쪽, 1만6000원

    김어준은 정치 무당이다. 김어준으로 인해 정치 무속의 세계가 열렸다. 정치는 김어준을 타락시켰고, 김어준은 정치를 타락시켰다. 방송도 타락했다. 진보 논객의 대명사인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그렇게 생각한다.

    과거엔 달랐다. 강 교수는 1999년에 김어준을 옹호하고 예찬한 글을 썼다. 그로부터 13년 뒤에는 책 ‘멘토의 시대’를 펴내면서 ‘명랑 사회 구현의 선구자: 교주형 멘토 김어준’이라는 글을 실었다. 김어준을 통찰과 해학을 겸비한 인물로 평했다. 강 교수의 구분대로라면 ‘전기 김어준’이다. 이 글은 이번 책의 1장에 그대로 실렸다. “10년 전에 내가 김어준에 대해 갖고 있던 호감을 그대로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이유에서다.

    2~4장은 2022년 ‘신동아’에 3개월간(9~11월호) 연재한 내용을 뼈대로 삼되 4배로 늘려 쓴 것이다. 연재 당시에도 적잖은 화제가 됐는데, 추가된 대목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2~4장이 다루는 ‘후기 김어준’은 명랑과 해학 대신 음모론을 무기 삼았다. 객관성·공정성·정치적 중립성을 버리고 극단적 편향성을 향해 질주했다.

    TBS는 판을 깔아줬다. 김어준의 입에서 세월호 고의 침몰설, 제18대 대선 개표 조작설, 미투 공작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신천지 개입설 등 온갖 음모론이 쏟아졌다. “사석에서나 할 수 있는 거친 말을 공영방송 마이크에 대고 배설하듯” 내뱉었다. 노골적인 공작이 횡행했다.

    강 교수가 보기에 이것은 단지 김어준의 문제가 아니다. “그에게 공영방송의 마이크를 넘겨준 TBS와 그 행태를 보호해 주는 시스템”이 문제다. 현행대로라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성은 늘 6:3의 비율로 여권에 유리하게 돼 있다. 이를테면 김어준은 제도가 만든 ‘방송의 정치화’ 덕분에 방탄 혜택을 누리고 살았다.

    지금의 김어준은 유튜버다. 2월 7일 현재 구독자는 122만 명이다. 옳고 그름을 논외로 하면 여전히 대중의 관심을 끄는 기교는 탁월하다. 6일 올라온 영상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가 얼굴을 공개했다. 조회수에 목마른 언론은 방송 내용을 스포츠 중계하듯 보도했다. 그에게 비판적인 언론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늘날 우리는 모두 김어준의 늪에 빠져 있다.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위기의 쓸모
    브루스 파일러 지음, 조영학 옮김, 동아시아, 448쪽, 2만2000원

    응시한 시험에서 떨어지기. 지원한 회사에서 퇴짜 맞기. 구애한 이성에게 거절당하기. 건강검진에서 질병 발견하기. 승진에서 누락되기.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 통보받기…. 누구나 일생을 살면서 원하든 원치 않든 크고 작은 변화를 경험한다. 성인 한 사람이 평균 30∼40번의 변화를 겪는다고 한다. 일상을 송두리째 흔드는 이 같은 ‘삶의 지진’을 만나면 살아갈 희망을 잃기 십상이다. 그러나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아 인정·기념·포기·창조·공유·개시·진술이라는 생애 전환 7가지 도구를 활용해 새로운 꿈을 발견하고 생애 전환의 기회로 삼은 이들도 있다. 저자는 생애 전환 도구를 적절히 활용하면 누구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리더라면 한번은 만나게 될 이슈들
    예지은 지음, 삼성글로벌리서치, 296쪽, 1만7000원

    리더십은 직원과 조직이 함께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발휘된다. 하나의 정형화된 모델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정도(正道)는 있다. 직원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존중하며 그들의 의견과 고충에 귀 기울여 그들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 책은 리더십의 정도를 걸으려는 리더들에게 필요한 세 가지 리더십에 대해 다루고 있다. 5만 피트 리더십은 큰 그림그리기, 50피트 리더십은 단기 목표 달성, 5피트 리더십은 자기 관리를 의미한다. 저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세 가지 리더십 비중을 조절해 끊임없이 발전시키려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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