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호

BGF리테일, 해외시장 개척해 성장 정체 극복할까

[유통 인사이드] 몽골 편의점 10개 중 7개는 CU

  • 김민지 뉴스웨이 기자 kmj@newsway.co.kr

    입력2024-11-29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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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82위로 대기업집단 편입, 올해 5계단↑

    • 훼미리마트 꼬리표 떼고 CU로 독립

    • ‘빅3’ 점포 수 4만8000개, 시장 포화에 성장 정체

    • 몽골·말레이시아·카자흐스탄 진출로 돌파구 모색

    • 업계 최대 규모 물류센터 착공, 해외 개척 박차

    2022년 4월 20일 몽골 CU 200호점 개점식에서 BGF리테일과 센트럴 익스프레스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BGF리테일]

    2022년 4월 20일 몽골 CU 200호점 개점식에서 BGF리테일과 센트럴 익스프레스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BGF리테일]

    ‘편의점’으로 대기업 반열에 오른 곳이 있다. 대중에게 ‘CU’로 알려진 BGF리테일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라 매년 4~5월 공정자산(대기업집단 일반 계열사의 자산총액과 금융 계열사의 자본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10조 원 이상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BGF그룹은 공정자산이 2021년 말 4조8000억 원에서 2022년 말 5조700억 원으로 늘며 지난해 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됐다. 당시 대기업집단 가운데 82위이던 BGF그룹은 올해 공정자산 규모가 5조8010억 원으로 늘며 순위가 5계단 상승한 77위를 기록했다.

    BGF그룹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것은 그간 편의점 사업이 고성장했기 때문이다. 물론 BGF그룹은 소재 사업을 하는 BGF에코머티리얼즈·BGF에코사이클·BGF에코솔루션 등 계열사를 두고 있으나,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그룹 매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편의점 점포 운영 솔루션을 제공하는 BGF휴먼넷, 편의점 물류를 담당하는 BGF로지스, 편의점 간편식을 제조해 납품하는 BGF푸드 등 다른 계열사 역시 편의점 사업과 관련이 깊다.

    보광그룹 편의점 사업부 → 훼미리마트 → CU

    BGF리테일의 전신은 보광그룹 편의점사업부다. 1990년 보광그룹은 일본 훼미리마트와 라이선스 제휴를 맺고 그해 10월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점을 1호점으로 오픈했다. 이후 1994년 보광훼미리마트 별도 법인을 세우고 일본훼미리마트도 출자하며 본격적으로 편의점 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12년 보광훼미리마트는 일본훼미리마트와 라이선스 계약을 해지하고 독자 브랜드인 ‘CU’를 선보이며 ‘홀로서기’에 들어갔다. 독자 브랜드를 론칭하기 직전엔 법인명도 BGF리테일로 바꿨다. BGF리테일이 편의점을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가 일본훼미리마트를 앞섰고, 국외 점포 개설 등에서도 의견 차이가 발생하며 결별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매년 매출액의 0.05~0.25% 수준으로 지불하던 ‘훼미리마트’ 브랜드 사용 로열티도 매년 증가하며 비용이 나가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BGF리테일과 일본훼미리마트의 협력관계는 당분간 유지되는 듯했다. 보광훼미리마트 별도 법인을 세울 당시 일본훼미리마트가 출자해 보유하고 있던 지분 관계 역시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2년 후인 2014년 BGF리테일이 기업공개(IPO)를 선택하며 일본훼미리마트와의 연결고리는 완전히 끊어지게 된다.

    일본훼미리마트는 BGF리테일의 2대 주주였다. BGF리테일의 IPO 전인 2013년 말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홍석조 BGF 회장이 34.93%, 일본훼미리마트가 25%를 보유하고 있었다. 훼미리마트가 CU로 간판을 바꿔 달며 더는 일본훼미리마트에 브랜드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게 된 상황에서 일본훼미리마트가 계속해서 BGF리테일의 지분을 들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당시 일본훼미리마트 보유 지분을 홍 회장에게 넘기는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홍 회장은 이미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어 굳이 추가로 지분을 사들일 필요도 없었다. 결국 IPO를 통해 일본훼미리마트 지분을 시장에 파는 구주매출 형태로 일본훼미리마트의 ‘엑시트’가 이뤄졌다. 2016년에는 홍 회장이 보유한 보광 지분 23.75%를 모두 매각하며 보광그룹과의 관계도 정리됐다.

    브랜드 안착 성공했지만… 편의점 사업 포화에 고심

    BGF리테일이 CU 브랜드를 선보일 당시 성공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인지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가맹점주들 사이에서 “글로벌 브랜드인 훼미리마트를 보고 매장을 냈는데, 별안간 CU로 간판을 교체하라니 말도 안 된다”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등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홍 회장은 뚝심으로 브랜드 전환을 밀어붙였고, 결국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BGF리테일은 성장을 거듭했다. 최근 5년간 연결기준 매출액은 △2019년 5조9460억 원 △2020년 6조1813억 원 △2021년 6조7812억 원 △2022년 7조6158억 원 △2023년 8조1947억 원을 기록했다. 2020년 1만4923개이었던 점포 수는 지난해 1만7762개로 늘었다.

    이는 편의점업권 자체가 성장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편의점은 근거리에서 소량의 상품을 판매하는 업태 특성상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경기변동이나 소비심리 변화에 덜 민감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에도 오프라인 유통업 가운데 유일하게 타격을 입지 않은 업태가 편의점이기도 하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의 ‘2023년 연간 유통업계 매출동향’의 업태별 매출 구성비를 보면 지난해 편의점업계 매출이 온라인을 포함한 전체 유통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6.7%로 집계됐다. 이는 대형마트 매출 비중인 12.7%보다 4%포인트 높은 수치다.

    오프라인 유통업 점유율 순위는 2019년까지만 해도 대형마트가 1위, 백화점이 2위, 편의점이 3위를 유지했다. 그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체적 소비가 위축되자 2020년 유통업계 점유율 순위는 대형마트, 편의점, 백화점 순으로 뒤집혔다. 2021년에는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이 발생하며 명품을 중심으로 백화점 매출이 급증하며 점유율 순서가 백화점·편의점·대형마트로 재편됐고, 지난해도 편의점은 대형마트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런 편의점도 시장 포화에 성장세가 서서히 둔화하는 추세다. 최근 3년간 편의점 업태의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은 △2021년 6.8% △2022년 10.8% △2023년 7.3%로 집계됐다. 점포 수 기준 전년 대비 성장률은 △2021년 5.8% △2022년 8.7% △2023년 4.6%로 나타났다. 1~2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근거리 소량 구매 패턴 확산과 다양한 생활 편의 서비스 기능 강화 등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나, 지난해 편의점 3개사(CU·GS25·세븐일레븐)의 점포 수는 4만8088개로 이미 5만 개에 육박할 정도다.

    몽골·말레이시아·카자흐스탄에 깃발 꽂다

    ‌BGF리테일은 돌파구로 해외시장 개척을 택했다. BGF리테일은 2018년 4월 몽골 기업 센트럴 익스프레스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고 업계 최초로 몽골 시장에 진출했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는 본사가 현지 기업에 브랜드 사용 권한과 매장 개설, 사업 운영권을 부여하고 로열티를 수취하는 방식이다. CU가 해외시장에 진출한 것은 2012년 독자 브랜드 전환 이후 6년 만이다.

    이는 로열티를 지불하고 외국 브랜드를 사용해 오던 ‘프랜차이지(Franchisee)’ 국내 기업이 브랜드 독립 후 ‘프랜차이저(Franchisor)’로서 해외에서 로열티 수입을 벌어들이는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이어 CU는 2018년 8월 울란바토르에 몽골 1호점인 CU샹그리아점을 개점했고, 지난해 3월엔 점포 수 300개를 달성했다. 대한민국 유통 기업이 해외에서 300호점을 개점한 것은 CU가 처음이다. CU는 현재 몽골에서 총 400개가 넘는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점유율 70%가 넘는 업계 1위다. CU의 성장을 발판으로 센트럴 익스프레스는 2021년 몽골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몽골 IPO 사상 최대의 공모 금액(401억 투그릭·약 160억 원)과 청약 인원(1만여 명)을 기록했다.

    CU는 몽골 진출을 교두보로 삼아 동남아시아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BGF리테일은 말레이시아 기업인 마이뉴스 홀딩스 자회사인 MYCU리테일과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2021년 4월 업계 최초로 말레이시아 CU 1호점을 오픈, 2022년 100호점을 달성했다. 이는 말레이시아 편의점업계 역대 최단 기간 100호점 기록으로 올해 9월 말 기준으로는 146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CU는 쿠알라룸푸르를 중심으로 조호바루, 말라카, 페낭 등 말레이시아 주요 도시에 진출했다. BGF리테일은 조만간 말레이시아 동부 지역(보르네오섬)으로도 출점 범위를 확장해 향후 5년간 500개 이상 점포를 개점하겠다는 목표다.

    중앙아시아로도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6월 BGF리테일은 CU의 세 번째 해외 진출 국가로 카자흐스탄을 점찍고 현지 기업 신라인의 편의점 전문 신설 법인인 CU센트럴아시아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

    신라인은 카자흐스탄 아이스크림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최대 빙과 업체다. 카자흐스탄 및 중앙아시아 전역에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는 라면·냉동식품·유제품 등 편의점과 밀접한 상품으로 사업 영업을 확장하고 있다.

    BGF리테일이 카자흐스탄을 고른 이유는 성장잠재력에 있다. 카자흐스탄은 1인당 구매력 평가지수를 기반으로 계산한 1인당 GDP(PPP)가 지난해 3만 달러를 돌파하며 중앙아시아 5개국 가운데 1위에 오를 만큼 소비자의 구매력이 높다. 또 전체 인구 가운데 30세 미만의 청년층이 53%를 차지하는 등 편의점 산업의 성장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BGF리테일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카자흐스탄 내 근거리 쇼핑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에 주목했다. 대형마트에 비해 소형 유통 점포 환경이 여전히 낙후돼 있어 현대화된 편의점 채널의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 문화의 인기도 카자흐스탄 내 CU의 안정적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 봤다.

    “글로벌 편의점 기업으로 성장”

    부산 강서구 구랑동 BGF리테일 부산 물류센터 조감도. [BGF리테일]

    부산 강서구 구랑동 BGF리테일 부산 물류센터 조감도. [BGF리테일]

    BGF리테일은 해외시장 개척에 속도를 더할 예정이다. 올해 9월 국내 편의점업계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 건립 작업에 착수,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규 물류센터는 2026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부산 강서구 구랑동 부산 국제산업물류도시 내 연면적 12만㎡(약 3만8000평) 규모로 세워진다. 기존 BGF리테일 중앙물류센터보다 두 배가량 더 큰 규모로, 약 22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9월 3일 부산 강서구 부산 국제산업물류도시에서 열린 BGF리테일 부산 물류센터 기공식에서 홍정국 BGF 대표이사 부회장, 홍석조 BGF 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 관계자들이 시삽하고 있다(왼쪽부터). [BGF리테일]

    9월 3일 부산 강서구 부산 국제산업물류도시에서 열린 BGF리테일 부산 물류센터 기공식에서 홍정국 BGF 대표이사 부회장, 홍석조 BGF 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 관계자들이 시삽하고 있다(왼쪽부터). [BGF리테일]

    ‌기공식에는 홍 회장이 2018년 몽골 CU 매장 오픈 기념행사 이후 6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를 두고 업계는 해외 사업에 대한 홍 회장의 강한 의지를 방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몽골과 말레이시아의 성공적 진출을 기반으로 해외 사업 운영 노하우를 확보함과 동시에 한국 편의점의 경쟁력·우수성을 해외에 전파하고 있다”며 “국내시장은 지금과 같이 내실 성장에 집중하는 한편, 성장잠재력이 높은 신흥국가 진출을 통해 글로벌 CVS(편의점)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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