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북한의 러·우 전쟁 참전,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 개입 시사”

[특집 | 北 ‘폭풍군단’이 몰고 올 한반도 대폭풍]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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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입력2024-11-1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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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 발발 후 가장 강력한 공세 놓여

    • 노예 아닌 자유민으로 살기 위해 끝까지 항전

    • 러 미사일 9627발, 드론 6987대 75%가 민간 타격

    • 주권·영토 포기하는 협상 결코 없어

    • 北 참전, 우크라이나 넘어 한반도에도 안보 위협

    • 韓, 한러 관계 악화 우려로 주저한다면 더 위험해질 것

    • 6·25 겪은 한국, ‘악(惡)’에 대항하는 싸움 동참해 주길…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동아DB]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동아DB]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 러·우 전쟁이 발발한 날이다. 이로부터 어느덧 3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개전 초기만 해도 우크라이나의 항복으로 단시간에 전쟁이 끝나리라는 예측이 나왔다. 전쟁 개시 몇 시간 전, 크리스티안 린트너 당시 독일 재무장관이 우크라이나의 지원 요청에 “곧 없어질 나라에 지원해 뭐 하느냐”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런 전망이 무색하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맹공을 견디며 장기전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우크라이나 국토를 황폐화했고, 우크라이나는 식량·의료 부족에 신음하고 있다. 여기에 10월 북한군이 참전, 러시아에 힘을 보태며 어려움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이는 한국에도 ‘남 일’이 아니다. 전쟁이 길어지며 전 세계가 직·간접적 영향을 받게 된 탓이다. 특히 북·러 간 군사협력 강화는 한반도 안보 위협이라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이 러·우 전쟁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격랑의 러·우 전쟁 속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드미트로 포노마렌코(52)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러·우 전쟁이 발발한 날 한국 외교부에 신임장을 제출하며 임기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한국에 머물며 한국과 우크라이나 간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믿는다”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이 노예가 아닌 자유인으로 살기 위해선 적이 패배할 때까지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며 굳건한 항전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북한군이 러·우 전쟁에서 러시아를 돕는 것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질 경우 러시아군이 북한군을 위해 참전하리라는 전제 조건인 셈”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지속적 지원과 관심을 호소했다.

    “공격 75%가 민간 노려… 러시아는 ‘테러리스트’”

    11월 11일(현지 시간) 러시아의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 크리비리흐의 아파트 건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크리비리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고향이다. [AP 뉴시스]

    11월 11일(현지 시간) 러시아의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 크리비리흐의 아파트 건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크리비리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고향이다. [AP 뉴시스]

    현재 우크라이나 상황 및 전황은 어떻습니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지 거의 3년이 됐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군대는 지금까지 러시아의 공세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을 막아내고 있습니다. 전선 전체에 걸쳐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고, 적군은 여러 방향에서 공격을 중단하지 않고 있으며, 공중 및 장거리 무기와 포탄의 전력 우위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포탄 중 많은 것이 북한에서 왔고요. 현재로서는 러시아 점령군의 공세가 멈출 조짐이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러시아는 최근 북한군을 전쟁에 끌어들였습니다. 매우 위협적입니다.”

    전쟁 초기엔 우크라이나가 빠르게 무너져 전쟁이 금방 끝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오랜 기간 싸움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국민, 군대, 정부, 그리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하나로 단결했기 때문입니다. 민관(民官)이 협동해서 침략자에 저항하기 위한 모든 것을 하고 있죠. 물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우방국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성공은 거두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군대가 승리할 가능성은 어떻다고 봅니까.

    “간단히 답할 수 있습니다. 저는 우크라이나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에겐 다른 선택이 없습니다. 적과 싸워 우리 땅에서 그들을 몰아내는 것이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입니다. 우리 국민이 노예가 아닌, 자유로운 국민으로 살아갈 권리를 지키기 위해선 점령군이 패배할 때까지 저항해야 합니다. 이는 피비린내 나는 러시아 독재정권이 제기하는 중대한 위협에 직면한 모든 진보·민주 국가가 따라야 할, 유일하게 올바른 행동 방침이기 때문입니다.”

    식량, 의료용품, 군사 장비 등 보급 상황은 어떻습니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가운데 하나를 상대로 한 전쟁입니다. 보급이 충분하긴 어렵죠. 당연히 보급 부족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을 꼽자면 무엇입니까.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위협 및 테러입니다. 러시아군은 미사일, 다연장로켓시스템, 유도 폭탄, 공격용 드론으로 중요 기반 시설과 주거 지역을 공격해서 시설 파괴는 물론 상당한 인명 피해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9627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6987대 이상의 공격용 드론을 띄웠습니다. 이 가운데 약 75%가 ‘민간 시설’을 타격했습니다. 이처럼 러시아는 민간인 시설을 노리고, 민간인을 살상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략이 ‘테러리스트적’임을 방증합니다.”

    러시아와 협상할 계획은 없습니까.

    “세계엔 지속 가능한 평화가 필요합니다. 우크라이나 역시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이 전쟁을 끝내고 싶습니다. 다만 평화는 ‘침략자를 달래는 것’으로 얻어져선 안 됩니다. 협상 또한 우크라이나에 불의를 강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선 안 됩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정의로운 평화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주권·영토를 희생하는 방식의 어떠한 양보도 거부합니다. 우크라이나의 영토는 완전히 회복, 보전돼야 합니다. 불행히도 러시아는 여전히 침략을 멈추려는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으며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200회 이상 러시아와 협상을 벌였습니다. 특히 2015년 돈바스 지역 분쟁에선 저도 협상 테이블의 일원이었는데, 10번 이상 휴전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항상 깨졌습니다. 그 후 결국 2022년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습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 없는 휴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계속 점령하게끔 하고, 우크라이나의 독립·주권을 파괴할 토대를 마련할 뿐입니다.”

    “한국 주저하는 동안 북한 더 강해져”

    참전한 북한군 상황은 어떻습니까.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 쿠르스크 지역에 1만2000명의 북한군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곧 그 수가 1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전황 관련 정보는 우크라이나 군 당국이 관할하는 부분입니다. 외교관으로서 어떤 예측·추측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돼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습니다.”

    북한의 참전이 우크라이나 안보에 어느 정도의 위협으로 다가옵니까.‌

    “중대한 위협입니다. 그리고 이는 우크라이나의 안보뿐 아니라 세계 안보에도 큰 위협입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6월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맺으며 유대를 강화해 왔습니다. 이는 러시아가 북한에 정밀 무기와 첨단 군사 기술을 전달할 수 있음을 의미하고, 한반도의 안보 균형을 무너뜨리고 세계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일입니다. 또 북한군이 러·우 전쟁에 참전한다는 것은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군이 북한군을 도와 참전하는 명분이 될 수 있습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우크라이나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국제 사회의 도움이 있어 큰 힘이 된다”며 “한국도 우리에게 상당한 도움을 준 국가 가운데 하나”라고 감사를 표했다. 한국은 그간 우크라이나에 의료, 방어구 등 인도적·비살상적 지원을 해왔다. 다만 북한군이 러·우 전쟁에 참전하며 한국도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10월 24일 윤석열 대통령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쟁 발발 후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인도적·비살상적 지원을 해왔습니다. 도움이 됐습니까.

    “물론입니다. 우크라이나 국민 모두는 한국이 제공한 지원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뢰 제거 지원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유대를 강화함에 따라 한국에서도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한국으로선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이 결국 살상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크라이나와 한국은 양측이 모두 수용 가능한 수준을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설령 한국이 당장 살상 무기를 지원하기 어렵다면, 방공 시스템, 레이더, 대드론 시스템과 같은 방어용 무기를 보내줘도 우크라이나엔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한다면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할 수 있습니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공급하면 전쟁의 결과를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바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저는 그러한 주한 러시아 대사의 ‘은근한 위협’이 오히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 전쟁의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비롯했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위협을 할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요. 러·우 전쟁에서 전 세계는 러시아군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강한 군대라는 신화가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러시아는 이제 북한군의 도움까지 받아야 하는 지경입니다. 또 한국이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걱정해 주저하는 동안 러시아와 북한은 군사동맹을 맺었고, 북한은 군사력을 강화했습니다. 이는 결국 한국의 안보를 더 위태롭게 했습니다. 지금 상태라면 북한이 참전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핵·미사일 기술을 이전받는 것을 막지 못할 것입니다.”‌

    11월 6일(현지 시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한 것도 러·우 전쟁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평소 “내가 대통령에 당선하면 24시간 내 러·우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는 지난해 5월 11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위해 200조 원이 넘는 군사적 지원을 했다. 미국이 더는 손해를 봐선 안 된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러·우 전쟁을 하루 만에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된 영토를 포기하게 해서라도 휴전 협상을 성공시키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됐다.

    “한국도 惡과의 싸움에 동참해 주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새 대통령이 됐습니다. 그는 미국의 부담을 덜 수 있다면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조건이라도 종전 협상을 할 인물로 인식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저는 그것이 현실적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서 얘기했듯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정의로운 평화’ 회복을 목표로 하는 제안을 환영합니다. 다만 제안은 두 가지 요소에 기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 없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과 ‘포괄적이고,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의 기초가 되는 유엔 헌장 원칙에 기반한,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 내에서 우크라이나의 주권·영토 보전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마지막으로 한국 국민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며 다음과 같은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세계는 지금 전환점에 있습니다.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미래나 유럽의 위상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이는 러시아와 모든 국제질서 간 전쟁입니다. 현재 국제질서는 러시아에 의해 파괴될 위협 아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러시아의 침략이 계속될수록 세계에 더 많은 혼란이 야기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어떤 국가도 ‘불량 정권’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오늘날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한국인들의 따뜻한 마음, 인도적 지원, 지지에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인들이 70여 년 전 6·25전쟁을 겪었기에 우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가치관에 충실하고, 자유세계와 단결해 주십시오. 우리와 함께 이 악(惡)에 대항하는 싸움에 동참,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현준 기자

    이현준 기자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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