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파악 규모 1만900명, 추가 파병 가능성
北 실전 경험 획득, 안보 위협 고조
러시아 핵·미사일 핵심 기술 전수받을 것
2017년 이미 250만 명 살상 핵 보유했는데…
병사 1인당 월급 2000달러, ‘김정은 통치 자금’
목숨 잃는 北 병사 많아지면 동요할 것
살상 무기 지원은 최후 상황으로 검토해야
참관단 파견 절실, 안보엔 여야 없어야
이성권 의원은 11월 11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러·우전쟁 파병은 대한민국에 안보 위협”이라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이성권(56) 국회 정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는 11월 11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말을 이어갔다.
10월 18일 국가정보원(국정원)이 “10월 8~13일 북한이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했다”고 밝히면서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에 파병한 사실이 알려졌다. 29일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선 “현재 북한군의 파병 규모는 3000여 명이고 연말까지 총 1만900여 명이 러시아로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회 정보위의 소관 기관은 국정원이다. 국가 안보 및 기밀을 다루는 국정원 특성상 정보위 회의는 간사 선임, 국정원장 청문회 등 전면 공개해도 무방한 사안만 공개로 진행하고, 이외의 사안은 비공개로 진행한다. 다만 비공개 회의의 경우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공개 가능한, 최소 범위에 한해 위원장 혹은 간사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내용을 밝힌다. 따라서 이 의원은 국정원과 국민 간 몇 명 안 되는 ‘소통 창구’인 셈이다.
북·러 간 군사협력 강화와 이를 통한 북한군의 전력 강화는 그와 국경을 맞댄 우리나라의 안보 위협과 직결되는 문제다.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 의원을 만났다. 그는 “국가 안보·기밀이 결부돼 있는 사안이라 신중히 말할 수밖에 없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북한군은 이번 파병으로 인해 경제적·군사적 이득을 얻을 것이고, 특히 핵·미사일 능력 강화는 대한민국 안보에 중차대한 위협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정원이 파악한 북한의 파병 상황은 어떤가.
“국정원이 10월 29일 밝힌 대로 규모는 현재 3000명, 연말까지 1만900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위성사진, 정보 자산, 휴민트(HUMINT·인간정보) 등 국정원만의 여러 정보 수집 방법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 미국, 우크라이나 등 각국 기관은 1만2000명이 파병된다는 분석도 내놓지만 이는 우리의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고 본다. 분명한 것은 전쟁 상황에 따라 추가 파병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파병 규모 더 커질 수 있어”
‘파병’이 아니라 ‘참전’이라고 봐도 될까.
“그렇다. 예컨대 시설 복구를 위해 ‘공병(工兵)’을 보내는 수준이라면 파병이라고 볼 수 있겠으나, 현재 파병된 북한군 성격을 보면 실제 전쟁에 참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국정원에 따르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북한 ‘특수작전군’ 11군단으로 파악됐다. 한국의 특수전사령부(특전사) 격으로, ‘폭풍군단’으로도 불린다. 예하엔 ‘번개’로 불리는 경보병여단과 ‘우뢰’로 불리는 항공육전단, ‘벼락’으로 불리는 저격여단 등 10개 여단이 있다. 전체 병력 규모는 4만~8만 명으로, 이번에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하기로 한 병력은 이 가운데 4개 여단 규모로 추정된다.
11월 5일 한 우크라이나 언론인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훈련받는 북한군의 모습이라며 공개한 사진(위). 10월 4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공개한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 훈련 모습. [뉴스1, 텔레그램]
“지켜봐야 한다. 현재 파악된 바에 따르면 파병된 병사들의 나이는 대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다. 어리다는 이유로 전투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그렇게 봐선 안 된다. 북한은 18세에 강제 입대를 하기 때문이다. 최소 3~4년은 군사훈련을 받았을 것이고, 충분히 전투 능력을 갖췄다고 봐야 한다. 다만 ‘폭풍군단’은 대개 산악지대인 한반도에서 후방 침투, 교란, 암살, 시설물 폭파, 시가전 등을 목표로 훈련된 부대다. 그런데 전장인 쿠르스크는 아주 넓은 평원으로, 그들이 북한에서 훈련받아 온 환경과 전혀 다르다. 엄폐물이 적은 개활지에서, 설령 참호에 숨는다 해도 드론으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는 환경을 그들이 극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만약 이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총알받이’가 돼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김정은이 참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정권 공고화를 위함일까.
“그만의 계산법이 있긴 할 것이다. 먼저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파병 군인 1명당 2000달러(약 280만 원)의 월급을 받는다. 1만여 명이라면 상당한 액수다. 러시아가 군인들 각자 계좌로 보내줄 리가 없고, 김정은 정권에 총액을 지급할 것이다. 아마 그 가운데 병사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10분의 1도 안 될 테고, 대부분은 김정은의 통치 자금이 되리라 본다. 다음은 군사적 이득이다. 북한군이 실전 경험을 쌓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이득이다. 또 파병에 대한 반대급부로 러시아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군 정찰위성, 핵기술 등 첨단 군사기술을 전수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계산법이 맞아떨어진다면 정권 강화에 유효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오히려 정권에 독이 될 수 있는 변수도 분명 있다.”
독이 되는 변수?
“북한 주민 처지에선 ‘남의 나라’ 전쟁에 자식을 보내는 것 아닌가. 전쟁에서 목숨을 잃는 병사들이 많아진다면 북한 내 동요가 상당할 것으로 본다. 이미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에 북한 당국이 비밀누설 방지를 이유로 장교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파병 군인 가족들을 집단 이주·격리하며, 파병 군인이 ‘훈련’을 갔다고 거짓 설명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화한 사실도 포착됐다.”
“핵 한 방에 수도권 궤멸”
10월 31일 북한은 ICBM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하루 전인 30일(현지 시간) 한미 국방장관이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개최하고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가장 강력히 규탄”한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이에 항의하듯 ICBM을 쏘아 올린 것이다. 북한이 ICBM 도발을 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자 지난해 12월 18일 화성-18형을 발사한 지 10개월 만이다. 이번에 발사한 것은 더 신형인 화성-19형이다. 이번 ICBM 발사에 러시아로부터 지원받은 기술이 반영됐는지 주목됐다. 이 의원은 “기술적으로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은 맞지만 아직 러시아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았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했다.
아직 러시아의 기술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인가.
“확신할 수 없다는 말이다. 물론 화성-18형에 비해 화성-19형은 12분 더 날았고, 사정거리도 늘었다. 하지만 단순히 거리를 늘린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핵심적인 것은 이번 ICBM도 ‘정상 각도(45도)’가 아닌 ‘고각 발사’를 했다는 점이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하기 위해선 정상 각도로 발사해야 하고, 발사 후 탄두가 대기권에 진입할 때 6000도 이상의 열을 견뎌야 한다. 하지만 고각 발사는 수직에 가까울 정도로 높이 쏘아 올려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대기권에 접촉하는 면이 짧아 정상 각도 발사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또 북한은 다탄두 ICBM을 개발하고 싶어 한다. 하나의 탄두 안에 최소 3개에서 16개의 탄두가 들어가고, 그게 공중에서 분산돼 여러 타깃을 타격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아직 분산된 다탄두가 각각의 목표물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수준엔 이르지 못했다. 즉 북한은 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로부터 기술을 지원받길 바랄 것인데, 아직까진 그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다만 북한의 파병 목적에 해당 기술을 지원받는 것이 있음은 분명하다.”
11월 4일(현지 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최선희 북한 외무상(장관급)과 악수하고 있다. [AP 뉴시스]
“그렇다. 파병에 따른 반대급부를 놓고 협상을 했으리라 본다. 아마 파병 전부터 양국 간에 협상 혹은 계약이 있었을 텐데, 이에 대한 재확인·재협상을 했을 것이다.”
핵무기 기술지원 가능성은 어떤가.
“충분하다. 특히 이 점이 한국에 결정적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총, 포, 군함 등 흔히 말하는 ‘재래식 전력’은 한국이 북한에 비해 월등하다. 재래식 전력으로만 남과 북이 맞붙으면 우리가 북한을 압도할 수 있다. 북한이 이러한 전력 비대칭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것이 핵이다. 2006년 첫 실험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6차례 핵실험을 했는데, 그 위력이 막강하다. 예컨대 2016년 9월 5차 핵실험 때 북핵 파괴력이 10킬로톤(㏏)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서울 시내에 떨어뜨린다면 25만 명이 즉사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 후인 2017년 9월 6차 핵실험 때엔 그 위력이 100~200㏏ 수준으로 증가했다. 서울 시내 타격 시 250만~500만 명이 죽는다는 말이다. 이 상태에서 북핵이 더 고도화된다면 핵 한 방으로 우리나라 수도권은 궤멸이다. 우리나라의 재래식 전력이 무의미해짐은 물론이다. 그나마 월등히 앞선 재래식 전력마저 북한군이 러·우전쟁에서 실전 경험을 쌓고, 무기체계도 발전시킨다면 따라잡힐 수 있다. 여러모로 한국의 군사·안보 위기 상황이다.”
“野, 왜 기회 버리는 우를 범하나”
이 의원은 이와 같은 우려와 함께 “한국도 전황을 파악하기 위해 참관단을 파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이 러·우전쟁에 파병함에 따라 한국도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10월 29일 국정원은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우리 군이 현대전과 북한군의 전투 역량을 파악하는 데 참관단(모니터링단)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도 이에 호응하는 양상이다. 10월 30일(현지 시간) 한미안보협의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우크라이나에 참관단·전황분석단을 보내는 것이 군의 당연한 임무”라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다만 야권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회의에서 김병주 의원은 “참관단이라는 이름으로 국회 동의를 피해 파병하는 꼼수”라며 “해외에 한 명이라도 보내는 것은 파병이고 이는 국회 동의 사항”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만약 윤석열 정권에서 전쟁터에 국회 동의 없이 참관단을 파견한다면 국방부 장관 탄핵 등 다양한 법적 강구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 [지호영 기자]
“야권이 이 부분에서만큼은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꿨으면 한다. 북한은 전장에 가서 실전 경험을 축적하고, 여러 무기도 시험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것을 못 하고 있다. 직접 총을 들고 전투를 하진 않더라도, 상황은 분석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예컨대 북한군이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 실제 전투력은 어느 정도인지, 무기체계는 어떤지 등을 알아야 한다. 남북한은 군사적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왜 군인이 훈련을 하겠나. 결국 전쟁 상황을 염두에 두는 것 아닌가. 북한과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는데, 그때를 대비해서 우리도 경험을 쌓아야 하지 않나. 왜 그 기회를 버리려고 하는 것인가. 참 어리석은 일이다. 사실 이는 제도적으로도 국회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는 일이다.”
근거는 있나.
“헌법상 ‘부대 단위’의 파병을 한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만 개인 단위 파병은 국방부 장관의 권한으로 가능하다. 실제 노무현 정부 때 이라크전에는 참관단이 군부대 파병 전에 국회 동의 없이 갔다.”
참관단 파견에 더해 무기 지원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10월 24일 윤석열 대통령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직후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는데,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살상 무기 지원도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11월 1일 송순호 민주당 의원은 “살상 무기 지원과 파병으로 전쟁을 부추긴다면 인류의 적이자 대한민국의 적이 된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원 가능성이 있나.
“살상 무기 지원은 결정된 바 없다. 윤 대통령은 북·러가 ‘레드라인’을 넘는, 최악의 상황에선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밝힌 것이다. 전쟁 발발 후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의료, 헬맷, 방독면 등 인도적·비살상적 지원을 해왔고, 이 수준까진 러시아도 용인하고 있다. 현재로선 지금처럼 북·러가 선을 넘지 않고, 우리도 살상 무기를 보내지 않는 단계에서 전쟁이 종식될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설령 상황이 악화된다면 지대공미사일 등 공격을 막는 무기를 보낼 수는 있겠으나… 살상 무기 지원은 최후의 상황에 검토돼야 할 사안으로 본다.”
이 의원은 “안보엔 여야가 없다. 미국은 여야의 정치적 견해가 달라도 안보·외교에서만큼은 같은 목소리를 내는데, 우리나라 야권은 무조건 반대부터 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야권에 이 말을 전하고 싶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회는 행정부를 감시·견제하는 기능을 가지면서도 국익을 위해선 정부에 힘을 보태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일은 북한의 파병을 규탄하는 여야 공동 결의문을 통해 북·러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 한국의 여야가 힘을 모으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참관단 파견도 결국 우리나라 국민의 생명·재산을 지키기 위함이다. 야권도 ‘안 된다’는 결론을 정해놓지 말고, 대승적으로 재고해 주길 정중히 요청한다. 때를 놓치면 우리 안보를 지킬 기회를 잃는다.”
신동아 12월호 표지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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