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제명, 내 입 막으려는 수작
러 지휘받는 북한군은 사실상 용병
北軍 제네바협약상 파병 인정 안 돼
러·우戰, 새로운 전쟁 양상 볼 기회
‘참관단 안 된다’는 김병주도 군 시절 참관단 파병
北도 국제전쟁마다 매번 참관단 몰래 보내
“북한군이 러시아에 간 것을 파병이라 불러선 안 된다. 그들은 용병이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11월 7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보낸 병력을 두고 ‘용병’이라 정의했다.
한 의원은 육군사관학교 31기로 육군 중장 출신 의원이다. 2010년 군에서 전역 후 같은 해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 이후 내리 4선을 했다. 군 장성 출신인 데다가 4선의 의원 생활 중 대부분을 국방위원회에서 보낸 국방 전문가다.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의원은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그가 군 후배인 신원식 대통령실 안보실장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때문이다. 10월 24일 국방위 국정감사 중 한 의원은 신 실장에게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 [이상윤 객원기자]
제명? 날 겁박하려 하는 것일 뿐
이를 두고 야당 국방위원들은 강하게 비판하며 한 의원을 의원직에서 제명하겠다고 나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한이 자국 병사에 대한 선전포고로 문제 삼으면 우크라이나에서 끝나지 않고 한반도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전 대변인인 부승찬 민주당 의원은 “북한과 러시아가 알게 되면 심각한 안보 위기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국회의원 170명 전원은 10월 28일 ‘국회의원(한기호) 제명 촉구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한 의원은 “민주당은 북한의 노동당 2중대냐”라며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보내는 것을 막기 위한 대안을 논의하던 중 나온 내용일 뿐”이라 일축했다.
북한군을 실제로 타격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타격보다는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소모되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에게 알려야 한다. 즉 심리전이 먼저고, 그 방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다.”
북한 주민에게 실상을 알리면 북한이 러시아에 더는 병력을 보내지 않을 가능성이 있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소모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쟁터에 간 북한군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전쟁의 승패와 상관없이 이들 역시 소모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러시아에 간 군인들의 가족들이 북한의 파병 사실을 모른다. 이를 알린다면 북한도 내부에서도 반발이 클 것이다. 병력을 보내는 일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에 병력을 보낸 사실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군 장교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다. 또 차출 부대 소속 병사들을 입단속하는 한편, 이들의 가족들에게는 “훈련을 간다”고 거짓 설명을 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민주당이 제명안을 발의했다.
“민주당도 제명은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민주당이 다수당이니 직권 상정을 한다고 가정하자. 나를 제명하겠다는 결의안이 국회의장실로 간다. 국회의장이 결의안을 통과시키면 국회 윤리위원회가 이를 심의하고 결정을 내린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지금 22대 국회 윤리위원회가 구성조차 안 됐다.”
제명이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민주당이 제명안을 발의한 이유가 뭘까.
“날 겁박하려고 하는 거다. (민주당은) 마치 내가 전쟁광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나는 단 한 번도 북한과 전쟁하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내 목적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는 것뿐이다.”
자국 군복도 입지 못하는 군대는 용병
파병 이야기를 해보자. 러시아에 간 북한군이 파병이 아니라 용병이라고 주장했다.
“제네바협약(국제적 무력충돌의 희생자 보호에 관한 의정서) 내용 중 47조에 용병을 정의하는 내용이 있다. 파병이 되려면 전쟁터에 간 군인들이 자국의 편제하에 있어야 한다. 즉 러시아에 간 북한군들이 북한의 지휘를 받아 움직이면 파병이다. 하지만 지금 러시아에 간 북한군들은 러시아의 지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파병이 아니라 용병이다.”
한 의원이 지적한 조항은 47조 2항의 내용. “충돌 당사국(전쟁 당사국)이 아닌 국가에 의하여 동국의 군대 구성원으로서 공적인 임무를 띠고 파견되지 아니한 자”다. 47조 1항에 따르면 용병은 전투원 또는 전쟁포로가 될 권리가 없다. 용병은 국제법상 전투원으로 인정되지 않고, 포로로 잡혀도 인도적 대우를 받을 수 없다.
한 의원은 “과거 베트남전쟁 파병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당시 파병된 한국군은 독자적 작전지휘권이 있었으니 파병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지금 러시아에 간 북한군은 작전지휘권이 없다. 러시아의 지휘를 받고 싸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판매한 모양새다. 파병이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됐다.”
러시아와 북한은 6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 내용에 따르면 둘 중 한 국가가 침략받으면 다른 나라가 도울 수 있다. 북한은 이 조약 내용에 의거해 러시아 쿠르스크에 병력을 보냈다는 분석도 있다.
“백번 양보해서 파병의 성격을 일부 인정한다 해도 ‘용병형 파병’이다. 국정원은 물론 각종 외신에 따르면 북한군이 러시아에 들어와서 러시아 군복으로 갈아입었다고 한다. 자국 군복도 입지 못하고 싸우는 군대가 어딜 봐서 파병인가.”
북한, 러시아-우크라이나 통해 전쟁 연습 중
러시아에 간 북한군 부대 ‘폭풍군단’은 특수부대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는 이 병력을 어떻게 사용할까.
“러시아에 간 북한 병력의 세부 내역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러시아가 두 가지 측면에서 북한 병력이 필요했을 가능성이 크다.”
왜 러시아는 북한 병력이 필요했을까.
“일단 북한이 보낸 무기를 사용할 줄 아는 인원이 필요했을 것이다. 아무리 가까운 국가라도 무기체계 사용법은 조금씩 다르다. 무기 사용법을 알려주고 이를 관리할 인원이 러시아에 일부 갔을 것이다. 두 번째는 일반 병력이다. 러시아는 현재 극심한 병력난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는 징병제 국가인데 병력난을 겪을 수 있나.
“러시아는 징병제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상 모병제 국가다. 병역 기피 현상 심화로 군 의무복무기간을 1년으로 단축했다. 부족한 병력은 모병하는 방식이다. 병력 대부분이 이 모병 병력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쟁이 장기화됐다. 최근 예비군 일부 병력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병력 부족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북한이 병력을 보내게 된 것도 이 같은 내막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측 관계자를 통해 공개된 북한군 사진을 보면 대부분이 경보병 병력으로 보인다.”
경보병 병력은 전장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나.
“알려진 대로 특수전 부대라면 산악 지역에서 게릴라전이 특기일 것이다. 하지만 쿠르스크 지역은 평지라 게릴라전은 어렵다. 게다가 언어장벽도 있어 세부 작전이 필요한 게릴라전을 펼칠 가능성은 낮다. 러시아에 간 북한군이 제대로 된 전투력을 발휘하려면 일정 기간 훈련 및 적응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 의원의 말대로 북한군은 러시아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태용 국정원장은 10월 23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러시아군은 북한군에 군사장비 사용법, 무인기(드론) 조종 등 특수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쿠르스크에 온 북한군에게 드론 및 군사장비 사용법을 교육하고 있다고 하는데, 북한군 전력 강화에 이 같은 훈련이 도움이 될까.
“당장 전쟁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북한에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 북한군은 한국군에 비해 전쟁 경험이 적다. 한국은 월남전 이외에도 이라크전에 파병하며 군사 경험을 쌓았다. 반면 북한은 월남전 이후 공식 파병한 이력이 없다.”
전쟁을 자주 치르면 전력 강화에 도움이 되나.
“자주 치르는 것보다는 바뀌는 전쟁의 양상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2차 세계대전, 6·25 전쟁까지만 해도 전투기, 포 등의 무기가 전쟁을 주도했다. 이후 중동지역 전쟁을 거치며 전쟁의 주요 무기는 미사일이 됐다. 한국은 파병과 한미 군사훈련을 통해 이처럼 급변하는 전쟁 양상을 직간접적으로 겪어왔다. 반면 북한은 이런 경험이 부족했다. 최근 러시아에 병력을 보내며 이 약점이 일부 해소됐다.”
10월 17일 육군본부 국정감사에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전에 1만 명 이상의 병력을 보냈다면 우리도 최소한으로 참관단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말한 전쟁 양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핵심 무기는 정보전과 드론이다. 북한이 이 전쟁에서 전훈(戰訓)을 얻고 있는데 이를 보고만 있어선 안 된다. 우리도 참관단을 보내야 한다.”
참관단 파병을 두고 한기호 의원과 설전을 벌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이후 김 최고위원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 파병을 다녀온 이력이 없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 최고위원은 중동이 아닌 다른 지역 개인 단위 해외 파병 이력이 있었다. 1994년 소령 시절 인도 북부 카슈미르 분쟁지역 유엔군 옵서버로 활동했다. 옵서버는 유엔의 협정·협약 이행 여부 감시·감독, 정찰, 정보 수집 등의 임무를 맡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1월 4일 “한 의원이 사과하지 않으면 당 차원에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 의원은 11월 4일 입장문을 통해 사과하면서도 “본질은 김 최고위원도 국회 동의 없이 해외 전장 참관단 활동을 했다”며 “‘우크라이나에 군인 한 명이라도 보내려면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민주당의 억지 주장을 바로잡기 위한 의도였다”고 맞섰다.
주한미군 철수하겠다면 방법은 자체 핵무장뿐
한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김 최고위원과 벌인 설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 최고위원의 과거 언론 인터뷰를 봤는데 본인 파병 경력을 자랑스레 언급하더라.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 중동 지역 파병 부대 이야기가 나왔는데 내가 그 부분을 헷갈린 것 같다. 본인의 파병은 자랑할 만한 경험이고, 지금의 참관단 파견은 반대하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한 의원이 언급한 언론 인터뷰는 2021년 10월 22일 국방일보 인터뷰로 추정된다. 이 인터뷰에서 김 최고위원은 “우리 국군은 동명(레바논), 한빛(남수단), 청해(소말리아), 아크부대(UAE) 파병을 비롯해 개인 파병 요원도 상당수 활약 중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계평화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며 “(파병은) 영관장교 시절 가장 보람찬 임무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이 지적한 것처럼 참관단 파병이 남북 대리전으로 번질 가능성은 없나.
“북한 병사들이 러시아에 싸우러 간 것부터가 명분이 없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정규 파병이라 볼 수도 없다. 북한도 파병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북한군이 명분 없이 갔으니 오히려 우리에게 명분이 생겼다. 참관단을 보낸다고 해도 북한이 쉽게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북한군도 그간 주요 전장에 참관단을 꼬박꼬박 보내왔다.”
2009년 비밀 해제된 1984년 8월 미국 중앙정보부(CIA)의 ‘북한의 해외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1983년 당시 20여 국가에 최소 450명의 북한 군사고문단이 나가 있었다. 최근까지도 북한은 해외 전장에 참관단을 보내왔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2016년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철마-1, 철마-7 등 북한군 2개 부대가 정부군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한 의원은 “러시아에 간 북한군을 위해서라도 참관단 파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참관단이 북한군에 이득이 된다는 의미인가.
“러시아에 간 북한군들이 남의 나라 전장에서 명분도 없는 싸움을 하며 목숨을 잃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이들도 넓게 보자면 한반도 동포 아닌가. 이들이 귀국해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의 참상을 북한에 이야기한다면 김정은 독재 체제에도 큰 타격이 될 것이다.”
한 의원을 만난 11월 7일은 공교롭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이 확정되던 날이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 취임 즉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끊겠다고 공언하면 방법이 없다. 우크라이나는 휴전협정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의 국방 당국이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연합 연습을 시작한 9월 19일 오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아파치 헬기가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수차례 주한미군 철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동아DB]
“주한미군 철수는 제2의 애치슨 라인 선언이 될 수 있다. 절대 막아야 한다.”
애치슨라인 선언은 1950년 1월 미국의 국무장관 딘 애치슨이 선언한 미국의 극동 방위선이다. 이 방위선에는 한반도가 빠져 있다. 선언 이후 주한미군은 철수했고,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6·25 전쟁이 발발했다.
막을 방법이 있나.
“국가 생존이 걸린 문제다. 우리도 극단적 방법을 써야 한다.”
극단적 방법이라면.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 의사가 확고하다면,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자체 핵무장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을 미국에 주지시켜야 한다. 물론 한국과 미국은 2023년 핵협의그룹(NGC)을 창설해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핵이 아닌 다른 방식의 도발을 막는 방파제다. 이를 제거한다면 결국 한국은 안보 홀로서기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
한 의원의 집무실 한편에는 ‘거안사위(居安思危)’라고 적힌 액자가 걸려 있다. 평화로울 때에도 미래에 닥칠 위기를 대비한다는 의미다. 한 의원은 “북한과 러시아가 병력과 무기를 나누며 가까워지고 있고, 미국 대통령이 바뀌며 한미 관계 예측이 어려워졌다”며 “당장이라도 전쟁이 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다각적으로 국방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아 12월호 표지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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