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와 위기 모두 직면한 K-해양방산
‘원 팀’ 되지 못한 한국, 호주 호위함 수주 실패
KDDX 사업 정상화 시급… “방사청 적극 나설 때”
“경쟁보다는 협력으로 글로벌 시장 겨냥해야”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한화오션]
반면 위기 요인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한국 해양방산기업들은 최대 10조 원 규모로 평가되던 호주 호위함 사업(Project SEA 3000)에서 탈락의 쓴맛을 봤다. 호주 정부는 일본과 독일 업체를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한국 기업은 성능 및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수주에 실패했다.
이처럼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K-해양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 간 협력 강화와 기술 혁신이 필수적이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원행이중(遠行以衆)의 자세로 협력의 가치를 실천해야 할 시점이다.
호주 호위함 수주 실패 교훈… 경쟁보다는 협력
한화오션이 건조한 이지스함 ‘율곡이이함’. [한화오션]
반면 일본은 정부-기업 간 ‘원 팀’ 전략과 AUKUS(미국·영국·호주 군사동맹) 참여 가능성 등의 외교적 지원을 통해 호주와의 신뢰를 확보했다. 독일은 기존 호위함 설계의 연속성과 기술적 완성도를 바탕으로 호주의 요구를 충족하며 최종 후보국으로 선정됐다.
이 사례는 기술력뿐 아니라 외교적 지원과 정부-기업 간 협력이 해외 방산 시장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 해양방산업계는 수요자 맞춤형 설계와 기술 도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K-해양방산은 협력보다는 경쟁과 갈등이 우선이었다. HD현대중공업의 기술 탈취로 촉발된 해양방산업계 간 갈등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앞두고 상호 고소·고발로 이어지며 정점을 찍었다. 이러한 갈등이 해외 수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22일 한화오션이 “국익을 고려한 대승적 차원”이라며 고소를 취하했고, 25일 HD현대중공업도 고소를 취하하며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기가 마련됐다. 이에 업계에선 지연되고 있는 KDDX 사업의 신속한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말이 나온다.
KDDX는 대한민국 해군의 차세대 주력 구축함 건조 프로젝트다. 대양 작전에서의 전력 증강 및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기술력을 세계에 입증할 기회로 평가된다. 그러나 사업 지연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경쟁력 상실이 우려된다.
과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장보고-Ⅲ 배치-I’ 잠수함 공동설계 사례는 협력 모델의 효과를 입증한 대표적 모범 사례로 꼽힌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방위사업청이 사업 절차를 간소화하고 예산 안정성을 확보하여 KDDX 사업이 신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이는 방산 기술력 강화와 수출 시장 확대의 필수 요소”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호위함 ‘대구함’. [한화오션]
“정부‧기업 간 협력과 기술 혁신 절실”
글로벌 해양방산 시장은 점차 고도화된 수요를 요구하고 있다. 단순히 표준화된 제품이 아닌, 각국의 작전 환경과 전략적 요구에 맞춘 맞춤형 설계와 기술 제공이 중요하다. 이에 10월 열린 국가안보실 제6차 방산수출전략 평가회의에서는 해외 대형 수주를 위해 ‘대한민국 원 팀’을 구성해서 ‘수출 지원 패키지’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다만 업계에선 ‘원 팀’ 구성을 위해선 국가 차원에서 ‘메인 업체(Primary Company)’를 사전 선정하여 수주에 대비하고, 정부 조직과 제도 개선을 통해 해외 수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간 단순한 협력 대신 메인 업체 주도의 K-해양방산 수출 시스템을 정착시켜 각 사의 기술력과 자원을 통합하고, 중복 투자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익 중심의 정부와 기업 간 협력과 기술 혁신을 통해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할 때”라며 “기업 간 경쟁보다는 협력을 우선시해서 대한민국이 글로벌 해양방산 시장에서 신뢰받는 리더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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