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각부 ‘통할’하는 자리…‘비상계엄’ 건의 몰랐나
총리실 “계엄 관련해 충분한 우려 표했다”
정부 ‘셧다운’ 우려에 한 총리는 ‘총사퇴’ 부정적
국민 납득할 ‘비상계엄 전말’ 밝혀야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헌법 89조 5항은 계엄 선포 때 뿐 아니라 계엄 해제 때에도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절차상 계엄 선포‧해제 과정에서 ‘국무회의’를 모두 거쳐야 한다. 총리실 관계자는 4일 ‘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한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4일 새벽까지 집무실에 대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헌법 제86조 2항)하는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다. 정부 권한에 속하는 중요 정책을 심의하는 국무회의에서도 총리는 의장인 대통령을 보좌하며 부의장을 맡는다. 대통령 궐위 시 직무대행을 맡는 이도 총리다.
문제는 ‘비상계엄’이라는 국가적 중대사를 결정하는 과정에 ‘2인자’인 한 총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에는 계엄선포 직전 소집된 국무회의에서 참석자 대부분은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완고한 대통령의 뜻을 꺾지 못했다는 정도로 알려졌다. 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계엄 선포와 해제 절차를 준수하기 위한 거수기 역할에 그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동시에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한 총리가 김용현 국방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3일 오후 윤 대통령이 한 총리를 대통령실로 호출해 비상계엄과 관련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서 한 총리가 위법 소지와 경제를 이유로 반대를 했지만 대통령의 뜻을 꺾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총리실 관계자는 “비상계엄 선포 전 소집된 사전 국무회의에서는 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절반 정도가 참석했다”며 “국무회의 (비상계엄) 심의 과정에서 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여러 가지 의견을 교환했지만, 결국 계엄 선포는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전혀 대응을 안 한 것은 아니고 우려할만한 상황에 대해 충분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 소집된 새벽 국무회의는 한 총리 주재로 용산에서 개최됐다고 한다.
한 총리는 4일 오전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위원들과 비상계엄 관련 현안 간담회를 열고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 일부 국무위원들이 전원 사의를 표명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지만 한 총리는 내각 총사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한 총리는 간담회 후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이 시간 이후에도 내각은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이 한 치 흔들림 없이 유지되도록 모든 부처의 공직자들과 함께 소임을 다해달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국무위원들과 중지를 모아 국민을 섬기겠다”고 밝혔다. 그 속뜻은 ‘내각이 총사퇴 할 경우 정부가 ‘셧다운’ 될 수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였다는 게 총리실의 설명이다. 한 총리를 비롯해 국무위원 전원은 결국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전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 총리는 4일 오후에도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여당 지도부가 함께 모여 비상계엄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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