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호

[영상] “방송 장악? 그럴 의도도, 능력도 없다”

[Spotlight] 국감 ‘문제적 증인’ 김태규 직무대행의 직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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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4-11-22 0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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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인 방통위원 모두 갖추는 게 최선

    • 2인 체제도 법규상 문제 없어

    • 현재 ‘1인 체제’ 방통위, 업무 마비 상황

    • 평생 분쟁 없었는데… 100일 만에 3번 고발당해

    • 野 의원 막말에 “의원도 국민 위해 일하는데…”

    • 국민은 방송·통신 떠나 하루도 살 수 없어

    • 방통위 정상화, 간곡히 부탁드린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홍태식 기자]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홍태식 기자]

    ‘파행’. 10월 24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종합 국정감사를 두고 내려진 평가다. 국정감사의 중심에는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이 있었다. 방통위를 두고 수많은 질의와 응답이 오갔으나 인상을 남긴 것은 정회 중 한 순간이다. 김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11시 50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종합감사 정회 뒤에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MBC 대주주) 직원이 쓰러지자 “XX, 사람을 죽이네 죽여”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야당의 항의가 이어졌다. “정회 중 김 직무대행이 욕설을 하며 상임위를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노종면 의원), “(김 직무대행이)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정동영 의원)는 비판이 이어지자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김 직무대행의 발언을 확인하겠다며 녹취본을 수차례 재생하기도 했다. 급기야 욕설을 따지는 과정에서 김우영 의원은 김 직무대행을 향해 “인마” “이 XX야, 법관 출신 주제에”라고 막말을 했고, 민주당은 국회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국회 모욕죄)으로 김 직무대행을 고발했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10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종합 국정감사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영상을 보고 있다(왼쪽).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11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청구 사건에 대한 첫 공개 변론에 출석했다. [뉴스1]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10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종합 국정감사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영상을 보고 있다(왼쪽).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11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청구 사건에 대한 첫 공개 변론에 출석했다. [뉴스1]

    ‌이날 감사는 현행 방통위의 구성의 문제, 방통위 당면 과제 등 다양한 논의가 오가야 했지만 논쟁은 언쟁에 묻혀버렸다. 여야의 ‘방송전쟁’ 전장(戰場)이 돼버린 과방위는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 상임위로 전락해 버렸다. 동시에 김 직무대행은 원치 않게 ‘문제적 증인’이 돼버렸다.

    방통위 관련 논란의 핵심은 방통위원 구성이다. 방통위는 총 5명의 방통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장과 위원 1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명 중 1명은 여당 교섭단체가, 남은 2명은 야당 교섭단체가 추천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 직무대행만 방통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회 추천 몫 3명은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야당이 표결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 판단과 권력분립의 원칙

    그나마도 이 위원장은 취임 이틀 만인 8월 2일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됐다. 탄핵소추안 가결의 단초가 된 것은 방문진 임원 선임 안건 의결이다. 야당은 “5인 체제 원칙의 방통위에서 이 위원장과 김 직무대행 2명의 합의만으로 의결을 강행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 위반”이라 주장하고 있다.

    법원도 야당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이주영)가 10월 17일 방통위가 문화방송에 부과한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2인 구성원은 방통위법이 정한 정원 5인의 절반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다수 구성원의 존재’라는 합의제 행정기관의 본질적 개념 표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신동아’는 11월 13일 경기 과천시 방통위 집무실에서 김 직무대행과 마주 앉았다.

    김 직무대행은 “방통위 2인 체제가 위법이라는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입을 열었다.

    법원도 2인 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는데.

    “물론 5인 체제가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2인 체제가 유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으로도 방통위원 정족수를 정해 둔 바가 없다. 유일한 관련 법규는 2인 이상이면 개의를 할 수 있다는 것뿐이다.”

    방통위법 13조 1항에는 “위원회의 회의는 2인 이상 위원의 요구가 있는 때에 위원장이 소집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김 대행은 “방통위는 합의제 기관이다. ‘합의’의 사전적 의미는 둘 이상의 당사자 의사가 일치하는 것”이라며 “이 의미만 따져봐도 방통위 2인 체제에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판사 출신인데, 이번 법원 판결은 어떻게 보나.

    “한때 사법부에 몸담았던 만큼 사법부의 판결은 신중하게 받아들인다. 다만 잠정적인 처분이고 1심의 판단이다. 최종적인 법원 판단을 기다려봐야 한다. 다만 이 잠정적 처분과 관련해서도 종래와 다른 판결이라 다소 수긍이 어렵다. 항소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김 직무대행은 2007년 판사로 임용돼 14년간 법복을 입었다. 판사 재직 시절 문재인 정부와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만큼 원리원칙과 법적 근거를 중요하게 여기는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법원 판단에 “수긍이 어렵다”고 까지 말한 이유가 있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제의 원리나 권력분립의 원리를 따져봤을 때, 방통위원 추천권을 야당에 일부 주는 것 자체가 법리에 다소 어긋난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방통위 추천제가 이상적이지 않다는 것인가.

    “법의 작동 원리를 따져보면 지금의 방통위원 추천제도가 이상적이진 않다. 한국은 대통령제 국가다. 정부를 구성할 권한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다. 방통위도 위원회 형태지만 정부 부처 장관급 24개 부처 중 하나다. 정부의 통치 철학이 관철되려면 그 구성원은 정부가 임명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역사적 배경에 따라 지금의 추천 방식이 법에 명시됐다. 법리와는 다소 충돌하지만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다.”

    야당이 추천한 인사가 방통위원이 되면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구성원 전원을 결정한다면 오히려 정파성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 특정 정당의 지지를 받고 오게 되면 그 정당의 대변자 역할을 하게 될 공산이 크다. 오히려 합리적 해법을 찾아가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물론 지금의 제도도 이 부분을 고려해 설계돼 있다. 5명의 방통위원 중 대통령과 여당이 3명, 야당이 2명을 추천하면 야당의 목소리도 듣고 정부가 정책 주도권도 가질 수 있다.”

    지금은 국회가 추천을 막고 있는데.

    “그래서 2인 체제가 됐고,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1인 체제가 됐다. 정부 부처 중 하나인 방통위가 사실상 마비됐다.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 헌법재판소도 지금 우리(방통위)와 비슷한 상황이다.”

    어떤 부분이 비슷한가.

    “헌법재판소는 9인의 재판관으로 이뤄져 있다. 탄핵이나 정당해산심판은 이 중 7인 이상의 재판관이 의결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국회에서 재판관 추천을 하지 않고 있어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다시 이 위원장의 탄핵 심판으로 이어진다. 탄핵소추안을 심판하려면 7명의 재판관이 필요하다. 이에 이 위원장은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는 헌법재판소법 제23조 1항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가처분신청을 냈다. 헌재는 10월 14일 이를 인용했다.

    김 직무대행은 “11월 12일 이 위원장의 탄핵심판 심리에서도 재판관들이 국회가 빨리 방통위원 추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이 10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의 증언 거부 고발의 건을 가결하고 있다. [뉴스1]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이 10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의 증언 거부 고발의 건을 가결하고 있다. [뉴스1]

    ‌김 직무대행의 말처럼, 이날 심리에서 문형배 재판관은 국회 측에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국회 의결을 거쳐 (방통위원으로) 추천이 됐으나 2023년 11월 7일 (방통위원 후보직) 사퇴를 했다”라며 “국회는 방통위원 3명을 추천해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는데 (이후) 왜 추천을 안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김형두 재판관은 “22대 국회 구성이 되고 나서도 지금 국회 추천 위원 3명은 공석인데 최 과방위원장 문제가 있었다 해도 좀 지나친 거 아닌가”라며 “‘국회가 의무를 제대로 했나’ 하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 재판관은 또 “(국회가 방통위원 추천을 하지 않는 동안) 방통위는 일을 하지 않아야 된다는 건가”라고도 되물었다.



    방송 지배구조에 매몰…마비된 방통위

    지금 방통위는 ‘마비’ 상태인가.

    “의결이 불가능하니 정상 업무도 불가능하다. 헌재는 가처분신청 인용으로 6인 재판관 의결이 가능해졌다. 방통위도 이와 비슷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국회의 뜻에 따라 언제든 방통위 같은 합의체 기관을 마비시킬 수 있다.”

    야당이 방통위원 추천을 막고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방송 지배구조 때문인 것 같다. 이 부분에 매몰되다 보니 방송 외에 통신 등 기타 부분 현안을 다루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익에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파행은 결국 여야의 ‘방송 장악’ 때문 아닌가. 공영방송 이사 교체에만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비판도 있다.

    “‘방송 장악’이라는 단어가 다소 모욕적으로 느껴진다. 나를 비롯한 방통위 구성원들은 방송 장악을 할 의도도 능력도 없다. 개인적으로도 정부의 방송 장악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방통위가 해야 할 일이고 이를 수행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생겼고, 지금은 이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회 모욕을 이유로 고발도 당했다.

    “방통위에 오기 전까지는 살아생전 법적 분쟁에 휘말려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방통위에 온 지 100여 일 만에 벌써 3번의 고발을 당했다.”

    과방위는 8월 14일과 21일 국회 청문회 증언 거부와 불출석을 이유로 이미 2차례 김 직무대행을 고발했다.

    10월 24일 국감 현장에서 언쟁이 있었을 때 김우영 의원이 “법관 출신 주제에”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 일로 김 의원은 당직을 사퇴했지만 국회에서 관련 고발은 없었다.

    “시비를 논하진 않겠다. 다만 난 법에 어긋난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자신한다. 사실 이 일에 대해서는 더 언급하고 싶지 않다.”

    언급하지 않고 싶은 이유는?

    “이 이야기를 해도 새로운 갈등만 만들 뿐이다. 나와 언쟁한 국회의원들도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고 그 과정에서 언쟁이 벌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그에 대한 시비는 법원이 가릴 것이다.”

    김 직무대행은 뒤이어 “지금 내가 바라는 것은 딱 하나”라며 “방통위가 의결 기능을 회복해 방송통신업계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결 기능을 회복하려면 일단 방통위 1인 체제를 끝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위원장이 복귀해야 하는데 과연 이 위원장이 복귀할 수 있을까.

    “위원장이 복귀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인가.

    “탄핵은 직무상 중대한 위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위원장은 고작 이틀 일했다. 그 와중에 방문진 임원 선임 안건 하나를 의결했다. 이 한 건을 가지고 직무상 중대한 위법이라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위원장이 돌아오더라도 야당은 계속 2인 체제를 문제 삼을 공산이 크다.

    “법적 절차로 빗대 설명하자면 지금은 재판이 아닌 조정이 필요한 국면이다. 재판은 과거의 문제의 시비를 가린다면 조정은 현재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의견이 다른 두 당사자가 합의하는 과정이다. 이처럼 국회와 소통해 의사의 합치를 이루도록 노력하겠다.”

    조정에는 중재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방통위원 임명권자(대통령)나 그에 준하는 책임을 가진 사람이 나서서 중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글쎄, 중재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누군가 조정을 도와준다면 참 좋겠으나, 일단은 자구책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 생각한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홍태식 기자]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홍태식 기자]

    국회에 간곡히 부탁드린다

    김 직무대행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하기 전부터 대통령을 지지한 이력이 있다. 2021년 5월 당시 야인이던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전문가 모임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이 공식 발족했다. 김 직무대행도 참여했다. 이후 2022년 10월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됐고, 올해 7월 31일 방통위 부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전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권익위, 방통위 등 논란이 있는 부서에 주로 임명된다. 그래서인지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평가도 있다.

    “임명권자는 그저 권유했고, 내가 그 일을 하는 것이 국가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해서 수락했을 뿐이다. 방통위도 마찬가지다.”

    방송·통신 관련 경력이 없어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방통위는 물론 행정기관의 작동 방식에는 반드시 법이 관여한다. 모든 행정기관은 법률 전문가가 필요하다. 방통위는 특히 그렇다. 각종 인허가 문제, 방송·통신 규제,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 등 법이 관여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지금도 방통위 내 법률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이다. 물론 내가 방송·통신 분야에 대해서 잘 몰랐던 것은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 부족함을 통감하고 있다. 방통위 임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김 직무대행은 인터뷰 말미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민들은 방송이나 통신을 떠나 하루도 살 수 없다. 그만큼 방통위는 중요한 부처다. 부처의 정상화를 위해 하루빨리 방통위원 5명이 채워졌으면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에 간곡히 부탁드린다.”

    신동아 12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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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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