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호

나야, 감칠맛

[책 속으로 | 책장에 꽂힌 한 권의 책] 내 몸의 만능 일꾼 단백질에 대한 욕망 감칠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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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24-12-15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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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낙언 지음, 헬스레터, 320쪽, 3만 원

    최낙언 지음, 헬스레터, 320쪽, 3만 원

    한국인은 국물을 유난히 좋아한다. 식문화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짭조름하고 진한 국물은 감칠맛을 내고, 그 감칠맛의 묘한 중독성에 사람들은 길들여지고 말았다. 이런 이유로 그 맛을 설명하는 단어도 다양하다. 감칠맛과 비슷한 단어로는 지미(旨味·맛있는 맛), 자미(滋味·자양분이 많고 좋은 맛)가 대표적이다. 전라도 ‘개미지다’, 제주도 ‘배지근하다’와도 비슷하다.

    책 ‘감칠맛’의 탄생은 ‘맛있는 요리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에 대한 저자 최낙언의 질문으로 시작됐다. 사실 음식 맛의 근본은 짠맛이다. 앞서 최낙언은 소금보다 맛있는 물질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생존의 물질, 맛의 정점 소금’(2020년)에서 강조한 바 있다. 감칠맛은 오미(五味) 가운데 가장 늦게 발견됐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20종의 아미노산 가운데 하나인 글루탐산을 감칠맛 물질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15년 전인 1909년이다. 짠맛이 5000년 전, 단맛이 4000년 전, 신맛이 3500년 전에 발견된 것과 비교하면 글루탐산의 과학적 수용에 실로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다.

    짠맛을 내는 소금은 대체제가 없다. 반면 감칠맛의 해결책은 너무나 다양하다. 나라마다 요리마다 사용되는 감칠맛의 재료와 기술도 각양각색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간장과 젓갈, 서양의 스톡과 소스, 일본의 다시마와 부시 등이 어떤 과정을 통해 감칠맛을 내는지, 단백질을 분해할 때 감칠맛이 어떻게 폭증하는지, 고기의 향기 성분과 감칠맛의 상관관계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책을 읽다 보면 감칠맛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어쩌면 감칠맛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가장 미지의 맛이 아닐까.

    하룻밤에 다시 보는 초한지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승리하는 지혜 알려주는 병법서

    ‘초한지’는 ‘삼국지’와 함께 오늘날까지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중국 고전이다. 항우와 유방이라는 두 영웅이 절대권력을 향해 벌인 치열한 초한전쟁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 방대한 분량과 복잡한 서사 때문에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대학에서 영화와 중국문학을 전공하고 영화 시나리오작가, 방송작가, 소설가로 활동하는 김종서가 ‘초한지’를 주요 사건 중심으로 재구성해 하루 만에 읽을 수 있게끔 한 권으로 엮었다.

    ‘초한지’를 읽다 보면 누구나 갖게 되는 의문이 있다. 패왕(覇王) 항우는 왜 유방에게 패배했을까. ‘초한지’의 중심축은 가난한 평민 출신의 유방과 귀족 출신이자 천하제일 장사인 항우의 대결이다. 모두가 항우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최종 승자는 유방이었다. 유방의 승리 비결은 그 자신도 인정하듯, 적재적소에 인재를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었다. 유방은 뛰어난 전략가 장량, 군수 전문가 소하, 군사적 천재 한신을 기용해 항우를 꺾을 수 있었다.

    영웅들의 이야기와 함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펼친 군사전략도 흥미롭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고사성어인 토사구팽(兔死狗烹), 사면초가(四面楚歌), 다다익선(多多益善), 금의환향(錦衣還鄕), 배수진(背水陣) 등의 유래는 모두 ‘초한지’에서 비롯했다는 점은 다시 읽어도 눈길을 끈다. 초한지는 단순한 역사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삶이라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필요한 지혜를 전해주는 ‘생존 병법서’ 같은 책이다.



    정혜연 차장

    정혜연 차장

    2007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여성동아, 주간동아, 채널A 국제부 등을 거쳐 2022년부터 신동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금융, 부동산, 재태크, 유통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의미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가 되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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