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지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동아DB]
정 변호사가 국수본부장으로 임명되자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논란이 일었다. 검사 출신 국수본부장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가진 경찰 수사를 컨트롤하게 됐다는 지적이었다.
국수본은 2024년부터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는 국내 최대 규모 수사 조직이다. 국수본부장은 1차 수사 종결권뿐 아니라 경찰청장도 행사하지 못하는 개별 사건 수사 지휘 권한도 갖고 있다. 경찰 수사권 독립을 상징하는 국수본부장에 정 변호사가 임명되자 경찰에서 ‘통제’를 위한 인사라는 볼멘소리가 나온 이유도 그 때문이다.
결국 5년 전 아들 학교 폭력 논란이 불거져 임명 하루 만에 낙마하면서 검사 출신 국수본부장 취임은 없던 일이 됐다.
정치권에서는 ‘봐주기 검증’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 인사 라인에 검찰 출신이 포진해 제 식구 감싸기 검증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것.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고 검증하는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모두 검찰 출신이다.
부산 대동고, 서울대 법대 85학번인 정 변호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 사법시험(37회), 사법연수원(27기) 동기다. 그는 연수원 수료 뒤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01년 검찰로 전직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검사를 시작으로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울서부지검, 인천지검을 거쳐 2010년 서울중앙지검에서 부부장 검사로 일했다. 2011년 9월부터는 대검 부대변인으로 활동했다. 대검 부대변인이던 시절은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전국이 들썩일 때로 당시 해당 사건을 수사 지휘한 대검 중수1과장(수사 당시 중수2과장)이 윤석열 대통령, 중수부장이 최재경 현 삼성전자 법률고문이었다.
정 변호사가 전주지검 남원지청장이던 2012년에는 ‘김광준 서울고검 부장검사 비리사건 특임검사팀’에 파견돼 공보관을 지냈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는 인천지검 특수부장으로 최재경 당시 인천지검장이 총괄한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특별수사팀에서 일했다.
2016년 11월 정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수사팀장으로 있던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에 파견돼 부공보관으로 일했다. 당시 그는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으로 첨단범죄수사1부와 함께 최순실 사건의 뇌관 구실을 한 고영태 씨를 구속 기소했다.
특수통 검사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2017년 4월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돼 곤욕을 치렀다. 당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식사 자리에서 검찰국 과장들과 국정농단 특수본에 파견된 검사들에게 각각 돈 봉투를 건네 논란이 됐다. 당시 안 국장이 건넨 돈을 받은 검사 가운데 한 사람이 정 변호사였던 것.
이후 대전지검 홍성지청장을 거쳐 2018년 7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으로 복귀했다. 인권감독관은 문재인 정부가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 강화’를 명분으로 신설한 핵심 요직이었다. 특히 당시에는 수사와 공보 분리 원칙에 따라 해당 검찰청 주요 수사 사건에 대한 공보 업무도 인권감독관이 담당했다.
정 변호사가 인권감독관으로 임명됐을 때 서울중앙지검장이 윤 대통령이다. KBS 보도로 정 변호사 아들 학교 폭력 논란이 제기된 2018년 11월은 인권감독관으로 재직하던 때라는 점에서 직속상관이던 윤 대통령에게 정 변호사 아들 사건이 보고됐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2019년 8월 검찰총장에 오른 뒤 정 변호사는 창원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조국 사태를 거치고 이른바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격화한 2020년 1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된 그는 한직으로 여겨지는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 변호사는 2020년 8월 검찰을 나와 그해 10월 법무법인 평산 대표 변호사를 맡았다. 2021년 11월 대장동 사건 몸통으로 지목된 김만배 씨가 재판에 넘겨지자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두 달 뒤인 지난해 1월 사임했다.
정 변호사를 잘 아는 이들은 “선이 굵고 통이 큰 호방한 성격이 윤 대통령과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두주불사까지는 아니지만 술도 즐기는 편이라고 한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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