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49)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는 짧은 한숨과 알 듯 모를 듯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연정을 해보니 어떠냐고 물을 때였다.
5대 경기도의원과 17대 국회의원(수원 권선)을 지냈고, 야당 원내 대변인과 대표 비서실장을 역임한 그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함께 경기 연정의 양대 축이다. 야당 출신인 만큼 연정에 대한 부담은 더 크다. 권력분산이 연정의 목적이라는 점에서 사회통합부지사는 경기발 연정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고, ‘남 지사 좋은 일 시키느냐’ ‘연정으로 의회 기능을 축소시킨다’는 비판도 수없이 들었다.
▼ 여당 도지사에 야당 부지사, 한 지붕 두 가족이네요.
“최근 조례는 만들었지만 부지사라고 해서 법적 지휘를 보장받은 건 아니에요. 광역단체 행정부지사는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는 정치적 합의하에 도지사가 임명해요. 인구 1000만 명 이상 광역단체는 부지사를 한 명 더 둘 수 있는데, 경기도에선 사회통합부지사를 둔 거죠. 뭐, 도지사 부지사가 출신은 다르지만 연정 합의문에 기초한 정책 합의를 통해 연정을 꾸려나가고 있어요.”
▼ 도지사와 부딪히는 경우도 있을 거 같은데요.
“의외로 싸울 일이 없어요. 도지사나 저나 무리한 일에 집착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둘 다 경기도 수원 토박이여서 지역 정서나 정치적 스탠스가 비슷하고 안정적입니다. 그런데 연정 자체가 협력할 수밖에 없어요. 집권자는 도지사이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도의회 의원 다수를 차지하죠. 모난 사람이 일할 수 없는 구조인 거죠. 만약 우리 둘이 안 맞으면 연정은 금이 갈 수밖에 없어요. 도지사나 저나 이런 구조를 잘 아는 만큼, 모든 현안에 직접 참여해 머리를 맞댑니다. 실질적인 연정을 하지 않았다면 벌써 금이 갔을 겁니다.”
정책 합의 안 되면 토론하고…
▼ 처음 가보는 길인데요.“연정을 반대하는 분들은 ‘도의회 목소리가 축소되는 거 아니냐’ ‘할 얘기를 못하는 거 아니냐’고 하고, 찬성하는 분들도 정확한 정보전달이 안 되면 ‘입법기관인 내가 모르면 되겠느냐’고 따지기도 해요. 처음 해보는 거니까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탓에 가끔 비판도 받아요. 하나둘씩 시스템 만들어가며 해결해가고 있습니다.”
▼ 비판을 받으면 어떻게 대처하나요?
“‘의회 다수당으로서 왜 들러리를 서느냐’는 분들도 있는데요, 그럴 생각이면 애당초 연정은 하지 말았어야죠. 연정은 특정 집단을 위한 게 아니잖아요. 좋은 정치, 좋은 행정을 펼쳐 공(功)을 나누는 거죠. 이젠 정파를 떠나 함께 만들고 공을 나누는 훈련이 필요해요. (연정을) 하기로 했다면 여든 야든 함께 잘 만들어나가야죠. 정책 합의하고, 안 되면 토론하고…. 그동안 우리 국회가 ‘모 아니면 도’ 식이어서 국민 실망이 컸잖아요. 민생정치만큼은 대승적으로 운영하고, 공을 가지고 얘기해야죠.”
▼ 선거 때가 되면 대통령이나 집권당, 도지사 정책을 공격하는 득표 전략이 나오는데요. 도내 야당 후보들은 내년 총선 전략이 어정쩡하겠군요.
“그런가요(웃음)? 내가 속한 당의 정강정책을 도정에 반영하는 게 중요합니다. 도민도 그러한 정책을 중심으로 평가할 것 같아요. 특히 내년 총선은 연정에 대한 도민의 평가가 표심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요.”
지난해 사회통합부지사 공모에는 모두 9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 이 부지사는 지난해 11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총회에서 경선으로 선출됐다. 보건복지국, 환경국, 여성가족국을 담당하고, 1726명에 대한 인사권과 경기도 전체 예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4조4358억 원의 예산을 다루는 실질적이고 막강한 자리다.
▼ 부지사 공모에 응한 이유는 뭔가요?
“저는 지역사회에서 시민사회운동을 하다가 경기도의원이 됐고, 그 경험을 기초로 국회의원이 됐어요. 이후에는 떨어지기도 하고, 공천을 받지 못하기도 했죠(웃음). 그래서인지 지방분권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어요. 연정이라는 게 지방분권의 독자성과 맞다고 판단했고, 내가 하려는 정치 활동과도 성격이 같았습니다. 기대도 많이 받고 제도에 대한 우려 섞인 얘기도 들었어요. 연정이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몰랐으니까요. 한편으론 그게 연정이라고 봐요. 살아 있다는 거. 경기도 유권자가 도지사는 여당, 도의원은 야당을 선택한 만큼 다양한 이해가 부딪힐 수밖에 없는 곳이죠. 그래서 더욱 연정으로 풀어야 합니다.”
지방분권 확신 갖고 공모
“여야 당리당략이 아니라 도민 눈높이에 맞춰야죠. 도의회나 집행부 모두 도민,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면 다음 선거에서 심판받잖아요? 취임하고 31개 시군을 6개월간 돌아다녔는데, 도민도 연정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 도내 시장 군수와 1박2일 상생토론회도 열고 2016년 예산안 작업도 벌써 시작했던데요.
“연정의 연장선이고, ‘시군 연정’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사실 기초단체장과 광역단체장 간 갈등은 많아요. 광역단체장이 신규 사업을 벌이면 시군은 울며 겨자 먹기로 예산을 분담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공은 광역단체장이 갖고, 돈은 시군이 쓰는 경우죠. 특히 복지사업에 그런 일이 많아요. 그래서 ‘경기도는 그런 일 안 하겠다’ 한 겁니다. 맏형답게, 시군의 어려움이나 제안하는 사업을 광역단체가 들어주고 도와주는 거죠. 2016년 예산안 작업도 이미 사전 예산협의에 들어갔어요. 지방재정 규모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사전 예산협의를 한다는 것은 집행부로선 곤혹스럽지만, 9~10월까지는 계속 도의회를 오가며 미리미리 소통하고 반드시 쓸 곳을 스크린 해야죠. 갈등을 줄여야죠. 참, 우리 사회의 원전 갈등도 해결하려고 해요.”
▼ ‘원전 갈등’을 광역단체가 해결한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발표를 잠시 연기했는데요, 경기 에너지 비전을 선포할 겁니다. 원전 사고로 국민 불안이 커지는 요즘 경기도처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는 거죠. 서울은 어렵지만, 경기도에는 바닷가가 있어 풍력, 신재생, 태양광 에너지 정책이 가능합니다. 원전·송전탑 건설로 인한 사회적 갈등도 줄일 수 있고요. 도내 시민사회 단체의 제안도 있었고, 야당은 도 정책으로 제안을 했고, 도지사는 미래를 보고 받아들인 거죠. ‘3자 협력 연정’인 겁니다. 우리도 실질적으로 정책을 반영할 수 있어 좋고요. 지사가 연정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가져 지속되는 것 같아요.”
▼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의회 연설을 했던데요.
“제가 의회에 와서 연설하면 좋겠다고 제안했어요. 도청에서 환담하는 것보다는 연정을 결의한 도의회에 ‘연정 아이콘’ 슈뢰더 총리가 와서 연설하는 게 의미가 크죠. 독일은 우리와 같은 분단국가였잖아요? 통일을 위해서라도 연정이 필요하고, 경기 연정 성공을 확신한다고 하더군요. 저도 경기도에 맞는 지방분권 연정을 성공적으로 만들 겁니다. 그래서 국회나 다른 지자체에 영향을 끼쳐 정치 발전에 기여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