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대보증제도 폐해
광혁건설(주)은 대표적인 토공업 전문건설사다. 일반인에겐 낯설지만, 해마다 대학생 취업 선호 기업 순위에서 건설업종 최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내실 있는 회사다. 정직원 200여 명, 연매출 규모 2500억 원으로, 4만3000여 개 전문건설업체 중에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중견업체다. 건설, 특히 뚫고 파는 토공이 주는 거친 이미지와 달리 광혁건설 신현각(63) 대표에게선 충청도 출신 특유의 여유가 느껴졌다.
▼ 토공 분야에는 어떻게 뛰어들게 되었나.
“어려서부터 건설 장비를 좋아했다. 아는 분이 중기(중장비)업체를 운영했는데, 주먹구구로 운영하는 것을 보며 체계적으로 하면 성장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그 회사가 부도 나 직접 인수했다. 중기업체를 운영하며 건설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어울리는 게 즐거웠다. 그게 인연이 돼 1989년 전문건설업체를 창업하게 됐다.”
▼ 직접 운영해보니 어떻던가.
“재미도 있고, 어린 시절 꿈도 이뤘지만 금전적으로는 손해를 많이 봤다.(웃음) 후회 많이 했다.”
▼ 무슨 말인가.
“당시 연대보증제도란 게 있었다. 1995년부터 2000년 사이에 연대보증을 섰던 회사 4곳이 부도 나 그걸 해결하려 개인 재산을 다 처분해야 했다. 당시 80억 원이 넘는 거금이었는데, 솔직히 회사 문을 닫을까도 고민했다. 그럼 내 재산이라도 지킬 수 있으니까. 그러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고 생각하고, 가지고 있던 부동산을 처분해 해결했다. 그 부동산들이 지금은 모두 15배 이상 올랐으니, 개인적으론 큰 손해를 본 것 아닌가.(웃음)”
▼ 손해를 보면서도 사업을 계속하는 이유가 뭔가.
“우리 사회에서는 건설을 저평가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건설만큼 멋있고 창조적인 일이 없다. 맨땅에 새로운 게 들어서는 게 놀랍지 않나? 사람들 삶과도 가장 밀접한 게 건설이다. 건설 공사가 없는 도시는 죽은 도시다. 그런 자부심과 재미로 일한다.”
매출보다 내실
▼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건설 경기가 계속 침체돼 있다.
“IMF 시절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정말 힘들다. 우리가 많이 하는 일이 터널공사인데,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다. 그래도 우리 회사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은 잘 모르지만 파고 뚫는 것은 잘한다. 이 난관도 직원들과 함께 뚫고 나갈 자신이 있다.”
▼ 주로 어떤 공사를 했나.
“일반 토목공사를 주로 한다. 50여 개의 터널을 뚫었고, 지하철 구간 공사도 20여 곳을 했다. 대관령터널도 우리 작품이고, 서울지하철 2~9호선, 인천과 부산, 광주지하철에도 참여했다. 택지도 10여 곳 개발했는데, 총면적이 여의도의 몇 배에 달한다. 지금은 원주-강릉 간 고속철도 토공 작업을 한다.”
▼ 기억에 남은 공사가 있다면.
“왕십리-분당선 지하철에 중랑천 아래를 지나는 구간이 있다. 모래자갈층이라 지반이 약해 공사 중에 물이 새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조금만 잘못하면 동부간선도로가 침하돼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대형건설사가 맡아도 그런 구간에선 곧잘 붕괴사고가 나곤 하는데, 우리는 보강공법을 통해 사고 없이 개통했다. 철도공사 사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감사를 표했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