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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머무른 자리

‘천국의 아이들’이 뛰노는 이란 테헤란

시장 뒷골목에서 만나는 알리와 자라의 웃음꽃

  • 사진/글 이형준

‘천국의 아이들’이 뛰노는 이란 테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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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아이들’이 뛰노는 이란 테헤란

영화의 주요 무대인 테헤란 바자르 뒷골목 너셀의 밤.

사람이 배경, 정취가 무대

‘천국의 아이들’이 뛰노는 이란 테헤란

테헤란 도심의 공원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소녀들과 전통복장의 중년 여성.

테헤란 바자르와 연결된 수많은 골목 가운데 하나인 너셀 골목은 찾기가 쉽지 않다. 이 도시에서 30년과 12년을 거주한 두 지인의 도움을 받고서야 겨우 찾아냈을 정도로 후미지다. 영화가 만들어진 뒤 흐른 6년의 시간은 이 빈민가 골목 분위기를 조금도 바꾸지 못했다. 이 지역이 테헤란의 발상지여서 보존지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골목에서 신작로로 빠져나오는 어귀에는 마지디 감독이 다녔다는 작은 초등학교가 있어 지금도 알리와 자라만큼 순수한 아이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지만, 영화가 촬영된 학교는 다른 지역에 있다.

골목의 어느 모퉁이도 청결함이나 화려함,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언제 방문해도 이방인을 친구처럼 반갑게 맞아주는 주민들이 있다. 영화 속에서 과일상점을 운영하는 주인도, 지금은 이발소로 업종이 바뀐 옛 신발 수선가게를 운영하는 주인도, 모두 같은 자리에 앉아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는다. 착한 사람들이 배경이 되고 인심 좋은 분위기가 곧 무대 구실을 하는 영화다 보니, 골목을 걸으면 그대로 영화 속을 걷는 기분이다.

영화 무대를 안내해준 지인은 몇 해 전 부산국제영화제 운영위원회에서 마지디 감독을 찾아 인터뷰할 때 통역을 한 사람이었다. 그가 들려준 ‘천국의 아이들’과 관련된 숨은 이야기에 따르면, 감독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고자 각본을 썼고 그 배경지로 자신의 고향 골목을 골랐다고 한다. 애초에 감독은 영화 제작에 필요한 비용을 투자받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실패하고, 가난한 아이와 가족을 돕기 위해 설립된 구호재단의 도움으로 겨우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당시 감독이 재단으로부터 받은 금액은 4만달러. 그 적은 돈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몬트리올 영화제 3관왕을 비롯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 파지르 국제영화제 입상 등 엄청난 호평을 받으며 각국에 수출됐다. 그 수익이 투자액의 수백배에 달해 구호재단 역사상 최대의 대박 투자가 됐다는 것이다.

‘천국의 아이들’에서 알리와 아빠(모하메드 아미르나지)가 부업으로 부잣집 정원을 손질했던 곳은 사이드어벗 지역이다. 테헤란 북부의 이 지역은 넓은 정원을 갖춘 주택들이 늘어선 부자동네다. 과거 이란을 지배했던 팔레비 왕조의 여름궁전을 비롯해 갖가지 호화 저택이 즐비한 이곳은 바자르 골목에 있는 집들과는 극과 극을 이루며 대조된다.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높이 쌓은 담장과 곳곳에서 번뜩이는 감시 카메라에서,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이웃 간에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뒷골목 동네의 따뜻한 인간애와 푸근함을 찾기란 불가능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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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 이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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