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이안 보스트리지는 원래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에서 역사와 철학을 전공한 철학박사 출신. 어려서부터 관심을 가진 성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1993년 위그모어홀 공연을 통해 늦깎이 테너로 데뷔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최근 그가 발표한 ‘볼프 가곡선집(Wolf Lieder)’은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는 대가 안토니오 파파노와 호흡을 맞췄다. 이 음반에 수록된 곡들은 모두 휴고 볼프가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에 만든 것으로 괴테, 아이헨도르프, 뫼리케의 시에 곡이 붙여졌다.
볼프 가곡은 시의 운율보다는 언어의 리듬에 맞춰 곡을 만들어내는 ‘데클러메이션(declamation)’ 기법이 사용됐다. 따라서 낭송풍 멜로디의 억양과 뉘앙스를 잘 살려 노래하는 것이 중요한데, 보스트리지는 이지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음색으로 작곡가의 강렬한 창작열을 느낄 수 있도록 풍부한 표현력을 전달한다.
특히 아이헨도르프의 시에 곡을 붙인 ‘신중한 사랑’은 볼프의 가곡 중 가장 로맨틱한 곡으로,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절절한 심정이 보스트리지의 미성과 잘 어우러진다. 뫼리케의 시에 곡을 붙인 ‘은둔’은 볼프의 가곡 중 가장 사랑받는 곡으로, 감수성 예민한 사람의 심정을 보스트리지 특유의 청아함으로 표출한다.
풍부한 철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이론적, 분석적 해석으로도 유명한 이안 보스트리지와 안토니오 파파노가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한 이 음반에선 슈만과 슈베르트, 포레의 가곡과는 차별화된 매력과 시적 정취를 맘껏 느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