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진영
보내주면서와 오면서로
계절은 늘 섞여 있으면서
한여름말고는 난로를 피워야 하는 추전(杻田)역엔
싸리밭 사이 바람이 자울자울
사람보다 산짐승들이 더 많으면서
시작은 육지, 종착은
아프도록 부서지면서 구애하는
바다를 지나면서
갇힌 수족관의 내용물들도
삶아지거나 날것으로 부서지면서
갈 때보다는 올 때가 빠르고
오를 때보다는 내려올 때가 많이 보이면서
2
연휴는 엔도르핀으로 쓰이라고 만들었는데
같은 날이면서도 누구는 쌓이고
누구는 풀 듯이 각자의 숙제를 안고 살면서
가던 길 막히고 오던 길도 막히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쉽게 뚫리면서
가볍게 갔다가
주지도 않았는데 얻어온 것들이 쌓이면서
버려질 듯 없어질 듯
세룰리안 블루색 GMC 산판차도
과거와 연결되면서
그래요 우리
버릴 것 많아도, 살아가요
또 안아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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