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호

새해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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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노래

일러스트·박진영

웃음의 해가 되어지이다

웃음이

맞은편 웃음의 해가 되어지이다

저 길모퉁이

좌판할머니에게



하루 6만원 벌이의 해가 되어지이다

학부 2년짜리 젊은이한테

알바 네 군데에서

세 군데는 그만둘 여유의 해가 되어지이다

그 젊은이한테

멀리 떠나가버린 책이

돌아오는 해가 되어지이다

울음의 해가 되어지이다

아픈 아기의 울음소리에

함께 우는 엄마 마음의 해가 되어지이다

마침내 먼동 틀 무렵

두 울음 함께 잠드는 해가 되어지이다

그렇듯이

누구의 울음이

나의 웃음이 되고야 마는 해가 되어지이다

복판이 변방을 울고

변방이 복판을 우는 해가 되어지이다

이 나라 남쪽

이 나라 북쪽

인류사의 첫걸음 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들이

그대로일 수 없는

이대로일 수 없는 해가 되어지이다

고개 들어

하는 속속들이

고개 숙여

이승과 이승 밖이 하나인 해가 되어지이다

생은 죽음을 모르고

죽음은 생을 알 길 없으나

끝내 빈 나뭇가지 빈 바람인 듯

둘이 하나인 줄 환히 아는 해가 되어지이다

2009년 새해

온갖 허풍 묻고 일어선

이 가난하고 굳센 마음의 해가 되어지이다

高銀

새해 노래
● 1933년 전북 군산 출생

● 군산고등학교 중퇴

● 군산북중학교 교사, 전등사 주지, 민족문학작가회 회장, 미국 버클리대 초빙교수 등

● 現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초빙교수, 시인, 작가

● 저서: ‘고은 시전집’‘조국의 별’ ‘만인보’‘머나먼 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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