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이슬람 맞붙다… 지중해 결전, 레판토해전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진 신성로마제국·오스만제국
노선 시대 마지막 海戰
잘린 팔은 자라나지 않지만 그슬린 수염은 다시 자란다
범선(帆船) 시대 열리다

레판토해전을 묘사한 그림. [런던 국립해양박물관]

아테네는 삼단노선을 앞세워 페르시아의 침공을 물리치고 지중해의 패권을 잡아 인류사에 찬란한 유산을 남겼다. 그러나 길흉(吉凶)은 같은 곳에 있다. 막강한 해군을 앞세워 지중해를 장악하고 델로스동맹을 규합해 제국으로 치닫는 아테네의 급부상에 불안해진 스파르타는 펠로폰네소스전쟁(BC 431~404)을 일으켜 아테네를 멸망시킨다. 이 전쟁에서 아테네가 진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삼단노선의 약점도 한몫을 차지했다. 삼단노선은 크기를 키우지 않고도 노잡이를 최대한 많이 배치하는 데 주력하느라 식량을 실을 공간이 없었다. 아테네 해군은 수시로 육지의 마을을 찾아들어가서 숙식을 해결해야 했다. 아테네 해군이 무너진 것은 그 틈을 타서 스파르타 측이 급습했기 때문이다. 길흉처럼 강점과 약점도 한곳에 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

페르시아전쟁의 역사가가 헤로도토스였다면 펠로폰네소스전쟁의 역사가는 투키디데스다. 그는 아테네군의 지휘관이었으나 스파르타군에게 담당 구역을 선점당했다는 이유로 추방돼 20년을 떠돌면서 ‘펠로폰네소스전쟁사’를 썼다. (그가 추방당하지 않았다면 인류 역사상 최고의 역사서를 남기지 못했을 것이니 한 개인의 인생에도 길흉은 같은 곳에 있다.)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전쟁을 분석해 필연적으로 전쟁을 야기하는 일반적 조건을 추출했다. 그것이 바로 이해관계, 명예, 두려움이다. 여기서 두려움은 신흥 강국이 급부상할 때 기존의 패권국이 느끼는 불안을 가리킨다. 쉽게 말하면 2등 국가가 급부상하면 1등 국가가 불안해져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레이엄 엘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예정된 전쟁’에서 신흥국이 급격히 부상해 기존 패권국을 위협하는 상황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칭했다. 그는 역사상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사례를 16건 적시한 다음 그중 12건 사례에서 결국 전쟁이 일어났고 4건 사례에서 전쟁이 회피됐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급부상이 계기가 된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일본의 급부상으로 초래된 태평양전쟁·러일전쟁·중일전쟁 등이 전자의 사례로 꼽히고, 20세기 초 영국 미국의 대립과 20세기 후반 미국 소련의 냉전이 후자의 사례로 꼽혔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일단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지면 75%(12/16)는 전쟁으로 이어진다. 미·중관계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의식한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도 미·중관계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 있다.

해가 지지 않는 세계 최강 제국, 에스파냐

그레이엄 엘리슨이 꼽은, 전쟁으로 이어진 투키디데스 함정의 사례 중 하나가 15~16세기 신성로마제국과 오스만제국의 전쟁이다. 16세기 전반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카를 5세가 에스파냐의 국왕도 겸했다는 점에서 에스파냐와 오스만제국 사이에 터진 레판토해전도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무관하지 않다. 에스파냐는 15세기 말 신데렐라처럼 갑작스럽고도 화려하게 유럽 무대에 제국으로 등장했다. 카스티야-레온 왕국의 공주 이사벨라 1세와 아라곤 왕국의 왕자 페르난도 2세가 극적인 세기의 결혼에 성공해(1469) 에스파냐를 통일했고(1479), 그라나다 알람브라 궁전의 이슬람교를 축출하면서 700년 동안의 레콩키스타(이슬람에 빼앗긴 이베리아반도를 되찾자는 운동)를 완성했다(1492). 에스파냐의 영토복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사벨라 여왕이 후원한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함으로써(1492) 에스파냐는 교황의 승인 아래 신대륙의 광활한 영토와 그곳에서 발굴된 금, 은에 대한 기득권을 취득했다.

16세기에 들어오면서 에스파냐는 복잡한 혼인과 상속 과정을 통해 신성로마제국과 한 나라가 됐다. 이사벨 여왕과 페르난도 왕은 후아나 1세라는 딸(정신이 온전치 못해 ‘광녀’라는 별명이 붙었다)을 신성로마제국이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펠리페 1세와 정략결혼을 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의 아들이 신성로마제국과 에스파냐 모두의 왕권을 승계받았는데 그가 바로 카를 5세(에스파냐 왕가를 기준으로는 카를로스 1세)다. 그의 통치 범위는 오늘날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헝가리, 체코, 프랑스 일부,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 나폴리, 시칠리아, 북유럽, 중남미를 아우르는 ‘해가 지지 않는 국가’였다. 너무 넓은 영토 때문에 통치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카를로스 1세는 제국을 둘로 쪼개 신성로마제국은 동생 페르디난드에게, 에스파냐 왕국은 아들 펠리페 2세에게 넘겨주고 수도원으로 들어가 버렸다. 1556년 에스파냐 왕위에 오른 펠리페 2세도 나라 안팎으로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했고, 결국 오스만제국과 레판토해전(1571), 영국과 종교전쟁(1585~1604)을, 네덜란드와 독립전쟁(1568~1648)을 벌여야 했다.

진격의 오스만제국

오스만 부족은 원래 이란 서부와 중앙아시아 지역의 유목민이었으나 칭기즈칸에게 쫓겨 오늘날 터키가 있는 아나톨리아 지방으로 옮겨오게 됐다. 당시 아나톨리아 지방에는 룸 셀주크라는 이슬람 국가의 후신들이 분열돼 존속하고 있었는데 오스만 1세(1299~1326)가 이들로부터 독립한 국가를 건국했다. 이후 오스만공국은 소아시아를 넘어 발칸반도까지 진출해 헝가리왕국(1330), 불가리아제국(1331), 세르비아왕국(1331) 등을 파죽지세로 접수했다.

티무르의 공격과 왕자들 간 내분으로 일시적 침체기를 거친 이후 다시 부상한 오스만공국은 20여 회의 실패 끝에 비로소 동로마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하는 데 성공했다(1453). 이때부터 메흐메트 2세(1451~1481)는 스스로를 이슬람 세계에서는 술탄인 한편 유럽 세계에서는 로마 황제이자 카이사르의 후예라고 여겼다. 현실적으로도 오스만은 아나톨리아 지방의 공국에서 동유럽을 호령하는 제국으로 거듭났다. 메흐메트 2세 때 세르비아공국(1459), 왈라키아공국(1462), 보스니아(1462), 알바니아(1468)를 정복했고, 술레이만 대제(1520~1566) 때는 이라크(1536), 예멘(1538), 리비아(1549), 에리트레아(1555), 알제리(1556)를 정복했다. 유럽인들은 공포에 떨었다. 기존까지는 십자군전쟁 등에서 중동·아시아와 같은 유럽 밖에서만 이슬람에 패배했으나 이제는 유럽의 안방에서 이슬람에 패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동로마제국을 무너뜨리고 중유럽을 향해 파죽지세로 진격해 오는 오스만제국이 신성로마제국과 충돌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떠나서, 지질학적으로 대륙판과 대륙판이 충돌하면 그 사이 어느 지점에서 지진이 발생하듯이 제국과 제국이 충돌하면 전쟁이 발발하지 않을 수 없다. 기독교 제국과 이슬람 제국의 충돌이 육상에서 불거진 것이 빈 공방전(1529, 1532)이고, 지중해에서 불거진 것이 레판토해전(1571)이다.

레판토해전이 일어나기 6년 전, 오스만제국은 200여 척의 함선과 5만여 명의 병력을 동원하고도 몰타섬 공략에 실패했다(1565). 그러던 차에 1569년 베네치아의 국영 조선소에 큰 화재가 났다. 100척이 넘는 배를 동시에 건조하는 독(dock)을 가진 유럽 최대 조선소였다. 독은 바닷물을 채웠다 뺐다 할 수 있는 시설로 배를 건조한 직후 곧바로 바다에 진수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다. 육상에서 큰 배를 만들면 그것을 바다로 옮기는 것이 큰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독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 바닷물을 막은 채 수십m 깊이를 파고 각종 배수 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 오늘날에도 평당 단가로 치면 독 만드는 비용이 옥을 금으로 칠하는(도금) 비용보다 비싸다고 한다. 독이 귀한 만큼 조선소의 모든 작업은 독 회전율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독 밖에서 큰 블록을 만든 다음에 독 안에서는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조립해 진수하고자 한다.

베네치아가 유럽 최대의 조선소를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유럽 최고의 부국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반대로 그런 조선소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은 치명적인 경제적, 군사적 타격을 입었음을 뜻한다. 특히 그 지역은 군함뿐만 아니라 대포, 총, 칼, 갑옷 등도 생산하는 군산복합체였으므로 최근 레바논의 화약고 폭발처럼 연쇄 폭발이 있었을 수도 있다. 이때를 틈타 오스만 제국의 술탄 셀림 2세는 300여 척의 함선과 6만여 명의 병력으로 베네치아의 키프로스섬을 점령해 버렸다(1570).

키프로스섬을 점령당한 베네치아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베네치아가 교황청을 움직이고 교황청이 다시 에스파냐를 움직여 신성동맹 함대가 결성됐다. 전비는 에스파냐·베네치아·교황청이 3대 2대 1의 비율로 부담하고, 총사령관은 펠리페 2세의 이복동생인 26세의 돈 주앙이 맡았다. 1571년 10월 7일 그리스 남쪽 레판토 해협에서 신성동맹과 오스만제국의 함선들이 횡렬로 대치했다. 양측의 규모는 비슷했다. 신성동맹 측에는 갤리선 206척과 갤리어스 6척이 있었던 반면 오스만제국 측에는 갤리선 208척과 그보다 작은 배(갤리엇과 푸스타)가 120척 있었다. 신성동맹의 함선 안에는 7만 명, 오스만제국의 함선 안에는 7만7000명이 타고 있었다. 그러나 4시간 만에 신성동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었다. 신성동맹 측은 10척의 갤리선만 침몰했지만 오스만제국 측은 170여 척이 침몰하거나 나포됐다.

노선 시대의 마지막 해전

신성동맹 갤리선. [이탈리아 해상역사박물관(Museo Storico Navale)]

승리의 주된 원인은 신성동맹 측의 화력이 좋았기 때문이다. 갤리어스선과 갤리선에 실은 대포의 화력도 좋았고, 백병전 때도 오스만 병사들은 갑옷 없이 활, 칼, 도끼를 들고 싸운 반면 신성동맹 측은 대부분 갑옷을 입고 총(화승총이나 머스킷 총)을 쏘았다. 오스만 측 노잡이는 대부분 기독교인 노예들이어서 전투가 벌어졌을 때 풀려나와 신성동맹 쪽에 섰다는 점도 원인이다.

군함 발전사에서 레판토해전은 노선 시대 해전으로 평가된다. 주된 이유는 양측의 주력이 노선인 갤리선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아테네의 삼단노선은 노 하나당 노잡이가 한 명만 붙되 노잡이들을 배의 한쪽 면에 3단으로 배치한 반면 신성동맹의 배는 한쪽 면에 1단으로 노가 설치됐고, 노 하나당 4명의 노잡이(3명은 노예, 1명은 자유인)가 붙는 이른바 ‘사다리 방식’을 채택했다. 이 방식은 노예를 활용할 수 있고 노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목재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레판토해전이 노선 시대의 마지막 바다 전투인 반면, 불과 17년 뒤 벌어진 에스파냐와 영국 사이의 칼레 해전(1588)은 범선 시대의 해전으로 평가된다. 범선(帆船)의 범(帆)은 ‘돛 범’자다. 배의 추진력을 노선은 노젓기에서 얻는 반면 범선은 바람의 힘을 활용하는 돛에서 얻는다. 그렇다고 해서 노선인 갤리선에 돛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반대로 범선에 노가 없던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노선 시대와 범선 시대는 무엇이 근본적으로 다른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세 가지를 들어본다.

첫째, 범선은 노선에 비해 활동 반경이 훨씬 넓다. 대발견 시대에는 배가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로 가고 대서양을 넘나들 정도로 먼 거리를 항해했다. 노를 저어서는 불가능하고 항해술과 배의 발전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12세기에는 중국의 나침반이 아랍을 거쳐 유럽에 들어왔다. 15세기에는 범선의 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기존의 유럽 배들은 주로 사각돛을 사용했는데 이는 뒷바람이 불 때는 유리하지만 맞바람에는 불리하다. 반면 아랍인들은 삼각돛을 사용했는데 이것은 반대로 뒷바람을 잘 활용할 수는 없지만 맞바람이 불 때도 항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15세기부터는 돛대를 한 개가 아니라 두세 개 복수로 설치해 삼각돛과 사각돛을 동시에 적용한 범선(‘레돈다’나 ‘캐랙’)이 출현했다.

둘째, 범선은 노선과 달리 대포를 활용했다. 15세기 육상에서 대포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함선에도 대포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굳이 충각으로 적선을 직접 들이받는 위험한 기동을 할 필요가 없다. 다만 초기의 대포는 적선을 침몰시키지는 못하고 노나 돛을 비롯해 일부만 파괴할 수 있을 뿐이었다. 포격 후 적선에 붙어 백병전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판옥선이나 거북선으로 포를 쏘면서도 백병전을 한 것과 마찬가지다.

셋째, 범선은 노선에 비해 훨씬 규모가 컸다. 노선은 배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한 크기를 줄여야 한다. 반면 범선은 큰 돛을 여러 개 달고 대포를 싣는 만큼 크기가 클 수밖에 없다. 장기간 항해하기 때문에 보급품이나 식량도 실어야 한다. 영화 ‘마스터 앤드 커맨더’를 보면 범선에는 의사, 요리사, 달걀을 낳는 닭도 있다.

레판토해전에서도 범선 시대의 일각을 엿볼 수 있다. 신성동맹이 갤리선에서 충각을 떼어내고 대포를 장착한 점도 그러하지만 갤리어스선의 출현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갤리어스선은 베네치아의 조선소에 화재가 나 군함이 부족하자 급한 대로 남아 있던 상선의 사방에 대포를 실은 것이었다. 무거워 자력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다른 갤리선이 끌어야 했다. 갤리어스선이 사방에서 포를 쏘면서 다가오는 데다가 배가 높으니 이슬람 함선들이 접선해 백병전을 시도할 엄두도 내기 어려웠다. 레판토해전 승리의 가장 큰 요인으로 갤리어스선이 꼽히곤 하는 이유다. 그 위력을 체감한 오스만제국도 곧이어 유사한 함선을 만들었다.

레판토해전은 승리에 굶주렸던 기독교 진영에 단비 같은 승리감을 안겨준 전투였다. 이 전투에 참여했다가 한쪽 팔을 잃어 ‘레판토의 외팔이’라는 별명을 얻은 세르반테스는 “지금까지의 역사에서, 그리고 후세가 결코 목격할 수 없는, 가장 고귀하고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오스만제국의 재상은 패전 직후 이렇게 말했다. “키프로스를 빼앗음으로써 우리는 기독교도들의 팔을 잘라냈지만, 레판토해전으로 그들은 우리의 수염을 그슬렸을 뿐이다. 수염은 다시 자라지만 팔은 자라나지 않는다.”

잘린 팔은 자라나지 않지만 그슬린 수염은 다시 자란다

과연 오스만제국의 수염은 금방 자라났다. 오스만제국은 금세 200여 척의 함선을 건조해 해군을 복구했다. 반면, 베네치아는 전쟁으로 산업이 붕괴되고, 재정은 고갈되고, 민생은 파탄 났다. 신대륙 발견 이후 해양의 주무대가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바뀐 에스파냐는 베네치아를 모른 척했다. 레판토 해전에서 승리한 지 불과 2년 뒤(1573) 베네치아는 오스만제국이 두려운 나머지 신성동맹을 탈퇴하고 오스만제국과 강화조약을 체결했다. 베네치아는 평화의 대가로 오스만제국에 키프로스를 비롯해 달마티아, 알바니아 등의 영토를 넘겨주고, 튀르크인 포로들을 석방했다. 또한 거액의 전쟁배상금을 얹어주고, 베네치아가 보유할 수 있는 함대의 규모를 갤리선 60척으로 제한했다.

세르반테스의 견해와는 달리 레판토해전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높지 않다. 당시에는 전쟁이 끝나면 승전국이 영토를 취득함으로써 영토 관계가 변경되는 것이 보통인데 레판토해전으로 직접 변경된 영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스만제국이 레판토해전 이후 영토를 크게 확장한 것도 아니다. 구조주의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은 경제가 나쁠 때는 외전(外戰)이 일어나고, 경제가 좋을 때는 내전(內戰)이 일어난다고 했다. 레판토해전 이후 비교적 경제가 좋아지면서 기독교 진영은 신교와 구교 간 종교전쟁에 빠지고 이슬람 진영은 수니파와 시아파 간 종교전쟁이 일어났다. 그사이 군함사에서는 노선 시대가 끝나고 범선 시대가 열리고 있었다.

_{* 참고문헌: 임응종, ‘지중해문명의 종언 레판토해전을 중심으로’, ‘군사’,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