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호

쯔양·머니게임·승우아빠… 유튜브가 20대에게 추천한 것은?

[사바나]20대 34명 추천받은 3400개 영상 전수조사

  • 김민건 고려대 미디어학부 4학년 alsrjs3003@daum.net

    입력2021-07-2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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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향 적중’과 ‘필터 버블’ 사이

    • 81%, 검색 기능보다 추천 시스템 활용

    • 쯔양 ‘이봉원님 짬뽕집’ 영상, 9번 추천

    • ‘tvN D ENT’ 채널, 35번 추천

    • 추천 양태 따라 취향 바뀌기도

    • 추천 비율, 뉴스 1.7%·정치 0.1%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사바나’는 ‘회를 꾸는 ’의 줄임말입니다.

    강민호(25) 씨(위)와 이현우(26) 씨(아래)가 5월 30일 한 공원에서 만나 서로의 추천 영상을 비교해 보고 있다. [김민건 제공]

    강민호(25) 씨(위)와 이현우(26) 씨(아래)가 5월 30일 한 공원에서 만나 서로의 추천 영상을 비교해 보고 있다. [김민건 제공]

    5월 3일 밤, 전국 곳곳의 20대는 각자의 자리에서 고된 하루를 보내고 유튜브 앱을 열었다. 디자이너 이희지(26) 씨가 야간 근무 전 게임을 하며 음악을 듣기 위해 유튜브 앱에 접속했을 때, 사회 초년생 조동성(26) 씨는 게임할 시간이 없어 유튜브로 ‘인피쉰’ 채널 등의 게임 영상을 보며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기독교인 김호정(28) 씨는 침대에 누워 평소 보던 비대면 예배 영상을 보고 찬양 노래를 들었지만, 종교 생활에 관심이 없는 김남일(25) 씨는 추천 영상 목록을 내려 보다 ‘현대과학이 찍어버린 신이 무능하다는 결정적인 증거’라는 영상을 발견해 클릭했다.

    아직 집에 도착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 늦은 밤까지 영상 편집을 하다 지하철 막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방송사 신입 PD 김요셉(26) 씨는 출퇴근 1시간 동안 유튜브로 다른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했다. 하지만 그날 김씨는 영상 한 편도 끝까지 보지 못하고 지하철 좌석에 앉은 채 잠이 들었다.

    편향된 사고 틀 안에 갇힐 우려

    이들은 똑같은 유튜브라는 미디어를 사용했지만 서로 보고 느낀 것은 천차만별이었다. 이들의 영상 소비가 이렇게 달라진 데에는 유튜브 추천 시스템 역할이 크다. 유튜브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 개인정보와 영상 시청 내역을 분석해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영상만을 골라 첫 화면이나 영상 재생 화면 옆에 띄워준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20대 34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1%는 검색 기능보다 추천 시스템을 더 많이 활용하거나 혹은 검색 기능과 추천 시스템을 비슷한 빈도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유튜브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가 영상을 찾는 수고를 덜어주는 기능이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용자가 보고 싶은 내용의 영상만 추천하면 사용자가 편향된 사고의 틀 안에 갇히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 정보 여과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혜린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추천 시스템이 작동하면) 서로 다른 의견과 관점을 지닌 이들 간의 접점이 적어지는 반면 접하는 콘텐츠의 양 자체는 줄어들지 않는다”면서 “(이 때문에) 수많은 이들과 유사한 생각을 공유하며 스스로의 입장만이 ‘진실하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부작용 탓에 추천 시스템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필터 버블은 유튜브를 비롯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음모론과 가짜 뉴스의 진앙지로 꼽히기도 한다.

    유튜브 추천 시스템이 개인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필터 버블이 존재한다면 누구에게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정확히 밝힌 조사는 현재까지 없었다. 이에 필자는 유튜브 추천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직접 조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대 사용자들의 유튜브 계정 첫 화면에 실제로 어떤 영상이 추천되는지 그 내역을 수집해 분석해 봤다.

    직업·성별·출신 지역이 편중되지 않도록 20대 참가자 34명을 선별했다. 참가자 나이는 평균 25세, 유튜브 시청 시간은 하루 평균 1.6시간이다. 대학생 시험 기간과 특별한 이슈가 있던 날을 피해 5월 3일, 5일 이틀간 참가자들의 동의를 얻어 유튜브 추천 영상 내역을 수집했다. 수집한 추천 영상 데이터의 양은 참가자 1인당 100개씩, 전체 3400개다.

    가장 많이 추천된 채널 ‘tvN D ENT’

    추천 시스템은 대체로 참가자들의 취향을 잘 파악했다.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계정에 추천된 영상 목록을 ‘보고 싶은 영상’과 ‘보고 싶지 않은 영상’ 두 가지로 분류토록 했다. 그 결과 참가자가 보고 싶다고 답한 추천 영상이 평균 54%를 차지했다. 유튜브 추천 시스템이 한 화면에 영상 10개를 추천한다면 5개 정도는 사용자가 원하는 영상을 찾아준다는 뜻이다.

    참가자 34명의 추천 영상 데이터에서 먼저 공통되는 부분을 살펴봤다. 참가자 사이에서 가장 많이 추천된 유튜브 영상은 유튜버 ‘쯔양’의 ‘이봉원님 짬뽕집! 다 먹으면 평생 무료? 도전먹방’이었다. 해당 영상은 5월 3일과 5일 이틀간 참가자 8명에게 총 9번 추천됐다. 웹 예능 ‘머니게임’ 영상과 ‘문명특급’ 채널의 아이돌 ‘하이라이트’ 인터뷰 영상도 8회 추천으로 공동 2위에 올랐다.

    가장 많이 추천된 유튜브 채널은 방송사 tvN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tvN D ENT’였다. 이틀간 참가자 15명에게 총 35번 추천됐다. 개인 유튜버 채널 중에서는 ‘승우아빠’ ‘침착맨’ 채널이 공동 3위에 올라 가장 높은 순위에 있었다. 1위인 tvN의 공식 채널 외에도 ‘채널 십오야’(2위), ‘MBCentertainment’(공동 7위) 등 기존 방송국이 운영하는 채널이 20대 참가자 전반에게 다수 추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방송국 콘텐츠를 시청하는 참가자들은 TV 방송과 유튜브에 등록된 ‘다시 보기’를 함께 보기도 했지만, TV의 대체재(代替財)로 유튜브에 등록된 짧은 클립을 시청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기숙사에 TV가 없어 TV를 전혀 보지 않는 대학생 공준범(26) 씨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 같은) 방송 콘텐츠를 좋아하긴 하지만 유튜브에서 즐기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추천 영상의 절반 이상이 방송국 콘텐츠였던 오세정(25) 씨는 “주로 옛날에 TV로 봤던 영상들을 유튜브로 다시 시청하곤 한다”고 말했다.

    10~40% 정도 공통되는 영상들을 제외하면, 참가자 34명의 유튜브 추천 영상 페이지는 취향에 따라 크게 다른 모습을 보였다. 취미 활동, 휴식, 정보 획득, 음악 듣기 등 사용 목적도 다양했다. 먼저 어떤 취미에 관심이 있느냐에 따라 추천 영상이 확연히 달라졌다. 취미 영상 중에는 게임 관련 영상이 가장 많았다. 스포츠 영상(권나현, 20세), 여행 영상(주정환, 26세), 아이돌 영상(조유선, 23세)을 많이 받아본 참가자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대체로 추천 영상 중 취향에 잘 맞는 것을 선별해 시청했지만, 추천 양태에 따라 취향이 바뀐 경우도 있었다. 직장인 이성현(26) 씨는 어린 시절 보던 만화 영상을 자꾸 추천받다 보니 유튜브에서 만화 영상을 보는 게 새로운 취미가 됐다. 조사가 진행된 이틀간 만화 관련 영상을 13번이나 추천받은 것을 보고 이씨는 “처음에는 유튜브가 나를 오해하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보다 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재밌어서 지금은 잘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알게 모르게 본인 경향과 사고관 강화”

    그러나 추천 시스템의 영향을 체감한 참가자들도 그 영향력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봤다. 이씨는 추천 시스템이 자신의 취향을 발견해 준 것이지 새로운 취향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성현 씨는 “1980~90년대에도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과 정치색에 갇혀 살았는데 알고리즘(추천 시스템)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다고 하는 것은 그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유튜브 추천 시스템의 영향으로 DIY(Do It Yourself, 직접 만드는 제품) 조형물 영상을 즐겨 보게 된 공준범 씨 또한 “사람들은 유튜브 탓에 음모론을 믿는 사람이 생겨났다고 생각하지만, 영상을 추천한 유튜브보다 영상을 클릭해서 본 시청자에게 더 큰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보다는 다른 뉴스 미디어나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더 크다고 보는 참가자도 있었다. 유튜브에서 영화 클립을 즐겨 보는 대학생 강민호(25) 씨는 “20대는 유튜브로 뉴스를 잘 보지 않고, 포털 뉴스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스크랩한 기사로 뉴스를 접하기 때문에 유튜브의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 말대로 모든 참가자는 유튜브로 뉴스를 잘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추천 시스템 또한 그들의 유튜브 계정에 뉴스 영상을 잘 추천하지 않았다. 뉴스 영상이 전체 추천 영상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7%였고, 정치 관련 영상의 비중은 전체 영상의 0.1%에 그쳤다. 즉 뉴스나 정치 관련 영상이 애초에 추천되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필터 버블이 발생할 여지가 없었다.

    ‘편향성’, 필터 버블 존재

    공준범(26) 씨가 6월 20일 한 카페에서 인터뷰하던 도중 유튜브 앱에 접속하고 있다. [김민건 제공]

    공준범(26) 씨가 6월 20일 한 카페에서 인터뷰하던 도중 유튜브 앱에 접속하고 있다. [김민건 제공]

    일부 참가자는 정치적 문제가 아닌 문화적 영역에서 필터 버블이 일어나는 것을 우려했다. 취업준비생 이현우(26)씨는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된 영상 목록을 본 뒤 “TV와는 달리 유튜브 영상은 ‘머니게임’ 같은 몇몇 영상을 제외하면 서로 보는 영상이 너무 달라서 다른 사람과 얘기할 거리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추천 영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체 채널의 42%와 전체 영상의 78%는 겹치는 인원 없이 참가자 34명 각 개인에게만 추천됐다.

    신혜린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굳이 정치나 뉴스 콘텐츠를 보지 않더라도 자신이 선호하는 내용을 접하다 보면 자신과 유사한 생각을 지닌 이들이 생산한 콘텐츠를 많이 보게 된다”면서 “알게 모르게 본인의 경향과 사고관이 강화돼 자신 외의 다수에게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적 필터 버블의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참가자 각자에게 ‘당신에게 추천된 유튜브 채널이 전체 참가자 34명 중 몇 명에게 추천됐을 것이라 보는지’ 물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자신에게 추천된 채널이 실제 숫자보다 2~3배 정도 더 많은 사람에게 추천됐을 거라 예상했다. 즉 참가자들에게는 자신에게 많이 추천되는 채널의 영상이 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인기 있는 영상일 것이라 생각하는 ‘편향성’, 필터 버블이 존재했다.

    ‘피식대학’ 등 유머 영상을 주로 시청하는 대학생 이준협(25) 씨는 해당 채널이 34명 중 20명 정도에게는 추천됐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10명에게만 추천됐다. 각종 생물 영상을 좋아하는 직장인 박현성(26) 씨는 ‘입질의 추억’ 채널이 34명 가운데 최소 10명에게는 추천됐으리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박씨 혼자만 해당 채널을 보고 있었다. 기독교인 김호정 씨는 34명 중 기독교 관련 영상이 2명에게만 추천된 것을 보고 당혹스러워했다.

    참가자들은 예상이 빗나간 것에 잠깐 놀랐다가 금세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박현성 씨는 “추천 시스템이 있든 없든 사람들은 자기 관심사대로 영상을 볼 것이기 때문에, 필터 버블이라고 하는 건 (추천 시스템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어느 매체에서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대 #필터버블 #추천시스템 #유튜브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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