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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05! 코골이 송별 전략

33운동법, 테니스공 한 개면 수면 무호흡증 탈출

아듀 2005! 코골이 송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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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한 새해를 맞기 위해 이별해야 할 것이 있으니 바로 ‘코골이’다. 수년, 길게는 수십년 큰탈 없이 코를 골아온 이들에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싶겠다. “내 코 고는 소리를 안 들으면 마누라가 잠을 못 잔다”며 되레 큰소리치는 이도 있겠다. 그러나 코골이는 숙면은 물론 ‘생존’을 위해서라도 뚝 떼버려야 할 질환이다.
아듀 2005! 코골이 송별 전략
코골이는 누구에게나 고민거리다. 오죽 골머리를 앓았으면 코골이를 파고들어 ‘코골이 박사’가 된 사람까지 있으랴. 미국의 언어병리학자 마커스 불웨어가 바로 그다. 그는 평생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연구에 몰두했는데, 코골이 때문에 이혼을 당한 것이 계기였다. 개인적으로는 슬픈 사연이지만, 그 덕에 불웨어가 코골이의 발생 기전을 밝혀냈으니 후배 코골이꾼들을 위해서는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불웨어의 코골이 연구 중 재미있는 통계가 있는데, 바로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코골이 전력이다. 1∼32대 대통령 중 코골이가 심한 대통령이 20명이나 된다는 사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미국 대통령도 코골이만큼은 피해갈 수 없었던 모양이다.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명성만큼이나 코골이로도 유명했다. 그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근처 병실의 환자와 보호자들이 뜬눈으로 밤을 새고, 끝내 다음날 병원을 나와야 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미국의 코골이 챔피언으로 루스벨트를 꼽는다면 유럽엔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가 있다. 코 고는 소리가 드릴로 콘크리트 벽을 뚫을 때 나는 소리 같았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처칠의 코골이 또한 대단했다고 한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도 코를 골았다는데 코골이가 뭐 그리 대수일까 싶다. 하지만 그들이 코를 골지 않았더라면 세상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더 총명한 두뇌와 냉철한 판단력으로 새로운 역사를 일궈냈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못 믿으시겠다고? 이제부터 그 논거를 하나하나 짚어보겠다.

코골이의 정체



본격적인 코골이 이야기에 앞서 기본기부터 닦고 가자. 바로 ‘코골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사실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코골이를 일컫는 이름은 좀더 길다. ‘코골이 및 수면 무호흡증’이 그것이다.

흔희 말하는 코골이란 단어는 의학적으로 폐쇄성 호흡을 가리키는 속어다. 코를 고는 소리는 코에서 나는 게 아니라 입을 벌리고 숨을 내쉴 때 코와 목이 만나는 부위와 목구멍 안의 점막이 문풍지처럼 떨려 나는 소리다. 숨을 쉴 때 공기가 기도로 들어가기 전에 통과하는 목 부분이 좁아져 공기가 쉽게 드나들 수 없을 때 생긴다. 따라서 코골이는 호흡곤란을 나타내는 한 증상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숨을 쉬다 ‘컥~컥~’ 소리를 내는 순간이 위험하다. 바로 숨이 멈추는 때다.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에겐 코를 골다 ‘컥’하고 숨을 멈춘 상태에서 한동안 숨을 쉬지 않다가 갑자기 ‘후’하고 숨을 몰아쉬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이렇게 숨이 멎은 상태가 10초 이상 지속되면 무호흡증이라고 한다.

잠자는 동안 이러한 무호흡 상태가 1시간에 5회 이상 나타나거나 7시간에 30회 이상 나타나면 ‘수면무호흡 증후군’이라는 질병으로 본다. 무호흡증 환자들은 대개 한 번에 30초 이상 호흡이 정지되며, 심한 경우 이런 현상이 밤새 수백회씩 발생한다. 수면시간의 절반 이상을 기도가 완전히 막힌 채로 보내는 셈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환자를 접하다 보니 코 질환에 대해서만큼은 ‘관상쟁이’가 다 됐다. 특히 코를 심하게 골게 생긴 남성은 쉽게 가려낸다. 몸에 살집이 좀 있고 목이 굵으며 키가 작은 몸매를 가진 분들에게 혹시 코를 골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열에 여덟, 아홉은 그렇다고 답한다. 이들은 표준 체형을 지닌 사람에 비해 목 안이 상대적으로 좁다.

코골이꾼의 약 90%는 목젖이나 편도가 두텁고, 목 안에 가래가 자주 보인다. 애연가들도 그렇다. 편도선이 부어 있거나 축농증 같은 코 질환을 가진 사람도 대개 코를 심하게 곤다. 쉽게 말해 목이 짧고 몸이 뚱뚱한 거북이 체형의 사람들이 코를 자주 곤다는 말이다. 그러나 거북이를 닮았다고 수명까지 거북이를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이 또한 수면무호흡증 때문이다.

이참에 코골이가 질환이라는 점을 확실히 못박아야겠다. 겁을 주려는 게 아니다. 건강에 큰 해가 되는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코를 심하게 골고 잘 때마다 컥컥 숨을 멈춘다면 부정맥을 조심해야 한다. 부정맥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것으로, 그 종류가 여러 가지다. 그중 가장 흔한 형태인 심방세동은 심장의 윗부분인 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고 가볍게 떨기만 하는 증상이다. 심장이 아래쪽의 심실로 혈액을 밀어내지 못하면 고인 혈액이 혈전으로 변해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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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 하나이비인후과 원장 www.hana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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