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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가격 왜 비싼가

초호화 마케팅, 빗나간 과시욕에 수입차 시장은 지금 ‘거품전쟁’

수입차 가격 왜 비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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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량 성능이나 용도는 뒷전. 풀 옵션만 고집하는 빗나간 과시욕이 수입차 가격의 거품을 키우고 있다.
  • 수입차 업체는 업체대로 드라마 협찬에, 연예인을 내세운 판촉행사에 돈을 쏟아부으며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수입차 대중화시대를 앞두고 수입차 가격의 ‘거품’을 걷어낼 방법은 없을까.
수입차 가격 왜 비싼가
일본 도요타가 미국의 프리미엄급 자동차시장을 겨냥해 만든 렉서스(LEXUX)의 현지 판매가격은 중급모델인 GS300의 경우 3만8725달러. 한국돈으로 4647만원(1달러=1200원 기준)이다. 가장 고급모델인 LS430도 5만5125달러로 한국돈 6615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렉서스가 태평양을 건너오면 가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GS300의 한국내 판매가격은 미국 현지 판매가격보다 45% 이상 비싼 6780만원이고 LS430은 66%나 비싼 1억1000만원에 버젓이 팔리고 있다.

올들어 4월까지 국내에서 팔린 렉서스는 모두 158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나 증가했다. 수입차시장 점유율 22.9%로 BMW에 1%포인트 뒤진 2위. 국내 소비자는 렉서스의 ‘L’자 엠블렘이 상징하는 부(富)의 코드(code)만큼이나 엄청난 웃돈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메이커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수입차 가격이 미국이나 유럽의 현지 판매가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다. 수입차 업체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례로 세계 최대 자동차메이커인 GM의 캐딜락 SRX의 미국 현지 판매가는 5만9775달러. 한국돈으로 7173만원이지만 한국에서는 8680만원에 팔리고 있다. 럭셔리카의 대명사인 메르세데스 벤츠도 예외가 아니다. 최상위급 모델인 S클래스 350의 경우 독일 현지 판매가격은 6만840유로(약 8800만원)지만 국내에서는 1억4800만원에 팔리고 있다.



영국의 고관대작들이 즐겨탄다는 재규어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지 판매가보다 국내 판매가가 비싼 것은 마찬가지이다. 재규어 최상위 모델인 XJ 4.2의 영국 현지 판매가는 4만5193파운드(9712만원, 1파운드=2149원 기준)이지만 국내 판매가는 1억2780만원으로 영국보다 3000만원 가량 높게 책정돼 있다.

정말 유명 수입차는 전세계를 통틀어 유독 한국에서만 이렇게 비싼 것일까. 업체와 모델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게 수입차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BMW를 예로 들어보자. BMW의 ‘기함(旗艦)’으로 불리는 최고급 7시리즈의 대표주자인 745Li 모델의 독일 현지 판매가격은 8만200유로(옵션 제외한 기본가격). 한국돈으로 1억1000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똑같은 차를 미국에서 살 경우 7만3300달러(8800만원)로 20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한국내 판매가격과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국내 판매중인 BMW 745Li에 적용된 옵션(디지털 오디오, 내비게이션시스템, 뒷좌석용 에어컨, DVD체인저, 가죽시트, 이중유리, 실내 우드트림 등)을 미국 판매차량에 적용할 경우 옵션 비용만 1만3635달러가 추가로 발생, 판매가격은 1억6760만원이 된다. 여전히 한국이 미국보다 6000만원 이상 비싸다.

최고 60%까지 가격차

미국 시장이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전세계 자동차메이커가 총집결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국 판매가격이 미국내 가격보다 60%나 비싸다는 점은 소비자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처럼 유독 한국에서 판매되는 수입차 가격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수입차업체들은 한국의 높은 세금(관세 등)과 운송비, 옵션을 선호하는 소비자 성향 등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라고 설명한다.

대부분 배기량 2000cc 이상인 수입차의 경우 특소세 10.8%와 관세 8%, 교육세 5.6% 등 세금만 25% 정도가 부과된다. 여기에 차량 가격의 10%에 해당되는 부가세와 운송비 및 보험료까지 감안하면 현지 판매가보다 35% 이상 비쌀 수밖에 없다.

메르세데스 벤츠 모델 중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C클래스 200k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이 차의 국내 판매가격은 5600만원. 이 모델을 옵션을 뺀 기본 사양으로 독일에서 구입할 경우 2만5400유로(3680만원)면 충분하다. 한국보다 무려 2000만원이 싼 셈이다.

하지만 옵션 차이를 따져보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 당장 한국내 판매차량과 동일한 옵션을 추가하기 위한 비용만 해도 차 가격의 절반에 가까운 1만2600유로가 들어간다. 세금 및 부대비용을 제외한다 해도 당장 5500만원으로 뛴다.

여기에 운송료 357유로와 운송보험료 9만3000원을 합치면 6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관세 445만원과 특소세 240만원, 교육세 72만원까지 감안하면 가격은 6300만원으로 불어난다. 차 값의 10%인 부가세를 다 합치면 판매가격은 6960만원으로 늘어난다. 등록비는 물론 별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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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심기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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