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호

[영상] “기후행동이 얼마나 ‘힙한’ 라이프스타일인지 알게 될 거예요”

기후행동 문화기업 오마이어스 김대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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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입력2024-08-0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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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변화, 심각하지만 즐겁게 대처 가능

    • 문화 콘텐츠로 소통하며 함께 행동

    • 9월 대형 프로젝트 ‘기후공명’ 준비 만반

    • 쉽지 않은 길, ‘진정성’으로 돌파

    • ‘기후행동 = 힙한 문화’ 인식 만들어가는 게 목표



    김대일 오마이어스 대표는 7월 9일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기후행동이 얼마나 ‘힙’한 문화인지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윤 기자]

    김대일 오마이어스 대표는 7월 9일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기후행동이 얼마나 ‘힙’한 문화인지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윤 기자]

    “기후변화 문제는 더는 말해야 뭐 할까 싶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넌 환경주의자가 돼야 해’라는 식의 접근은 오히려 사람들의 반감을 살 수 있어요. 처음엔 가볍고, 재밌게 기후행동에 나서는 게 더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기후행동 참여에 따르는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7월 9일 서울 중구의 저탄소 복합문화공간 ‘어스돔’에서 만난 김대일 오마이어스 대표의 말이다. 그는 2020년 기후행동 문화기업 오마이어스를 창립해 공공기관·기업·셀럽과 뮤지컬, 전시회, 캠페인 등 다양한 기후행동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공연한 뮤지컬 ‘핑크버블의 습격’은 한국 뮤지컬계 거장 김문정 음악감독이 제작 총괄에 나서는 등 높은 완성도를 선보여 호평받았다. 이외에도 못난이 사과를 모아 만든 사과 브랜드 ‘지구에게 사과해’, 종이 완구 등 환경 관련 상품 제작·판매도 하고 있다.

    오마이어스가 경북 지역에서 생산되는 ‘못난이 사과’를 모아 판매하는 사과 브랜드 ‘지구에게 사과해’. 수익금은 전액 기후행동을 위해 쓰인다. [오마이어스]

    오마이어스가 경북 지역에서 생산되는 ‘못난이 사과’를 모아 판매하는 사과 브랜드 ‘지구에게 사과해’. 수익금은 전액 기후행동을 위해 쓰인다. [오마이어스]

    ‌그와 인터뷰를 진행한 장소인 ‘어스돔’은 오마이어스의 베이스캠프다. 종이 보관 창고로 쓰이던 곳을 업사이클링 및 리사이클링해 구성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진 카페로 운영되지만 상업 공간이라기보다 ‘소통의 장’에 더 가깝다. 영업시간 이후인 평일 저녁이나 휴무일인 주말엔 기후·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환경 관련 축제·전시도 연다. 5월 11일 개최한 생명다양성재단(이사장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10주년 행사가 대표 사례다.

    기후·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은 많지만 이를 사업으로 연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취지가 좋아도 수익성, 즉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좋은 뜻도 묻히기 십상이다. 특히 그의 말처럼 과격한 기후행동은 역효과를 발생시켜 소비자와 괴리되는 현상을 낳기도 한다.

    유럽의 경우 환경보호를 명분 삼아 미술품·유적지를 훼손하고 각종 시설을 점거·파괴하는 등 환경단체의 과격 시위가 사회문제가 되자 각국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지난해 6월 프랑스는 과격 시위를 벌인 환경단체 ‘지구의 봉기’를 비합법단체로 규정했고, 7월 영국은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기후·환경 운동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심화한 결과다.

    이에 김대일 대표는 더더욱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접근법은 ‘콘텐츠’를 통한 ‘문화 창조’다. 이를 통해 김 대표는 “얼마 되지 않아 모두가 기후행동에 나서고, 기후행동이 ‘힙’하고 멋진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인식이 보편화하는 날이 올 것”이라며 “그에 따라 기후행동과 관련한 수많은 제도가 만들어질 테고, 기업들도 다양한 상품을 만들리라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마이어스 역시 기후행동의 삶이 얼마나 멋진 것인지, 충분히 재미있고 즐겁게 할 수 있음을 알려나가는 데 힘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거운 주제이기에 더 가볍고, 즐겁게”

    오마이어스는 ‘기후행동 문화기업’을 표방합니다. 퍽 독특한데, 설립 배경과 사업 목적이 궁금합니다.

    “기후변화라는 주제는 무겁고 어렵습니다. 그래서 때때로 과격하게 그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는 단체들도 있죠. 전반적으로 심각하고, 거친 방식으로 기후행동이 전개되고 있죠. ‘우리 이러다 다 죽어’ ‘이러다 큰일 난다’ 식의 메시지와 함께요. 하지만 이런 방법은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질 때가 많습니다. 공감을 받기도 어렵고요. 역설적이지만 기후변화라는 주제가 어렵고, 무겁기에 더더욱 쉽고 재미있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문화콘텐츠를 통해 기후행동을 더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거죠. 더 많은 사람이 기후행동에 동참할 수 있게 해야겠다는 목적으로 오마이어스를 시작했습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어느 수준이라고 생각합니까.

    “사실 더 말해서 뭐 할까 싶을 만큼 너무나 심각하다고 봅니다. 최근 뉴스를 보면 인도의 기온이 섭씨 50도까지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선 아직 이 정도 기온을 겪은 적이 없으니 체감이 안 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비유해 보면 심각성을 알 수 있습니다. 가끔 목욕탕을 가면 ‘온탕’의 온도가 39~40도 정도 됩니다. 10분쯤 들어가 있으면 딱 좋은 수준의 온도죠. 그런데 옆에 ‘열탕’의 온도는 41~42도인데, 여기서 10분을 견디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1~2도 차이만 나도 그러한데, 기온이 50도라는 게 얼마나 심각한 일이겠어요. 멀리 갈 것 없이, 한국도 이미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2022년만 해도 강남역이 물에 잠겼고, 많은 분이 목숨을 잃었죠. 지난해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에서도 그랬고요. 올해도 이런 재난이 생기지 않을지 걱정이에요. 이뿐 아니라 ‘사과 대란’이 발생하는 등 농작물 작황도 바뀌고 있고요. 이처럼 한국도 더는 기후변화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이젠 우리 모두 기후·환경을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된 거죠.”

    기후변화라는 주제를 문화콘텐츠 사업과 연결하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우리나라가 문화콘텐츠 강국이잖아요. 문화콘텐츠는 사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사람들에게 기후변화 및 기후 위기를 알리고, 우리가 왜 기후행동에 참여해야 하는지 메시지를 전하기에 좋은 수단이죠. 이 부분에서 저는 문화콘텐츠와 기후행동을 사업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창업 초기 상황은 어땠습니까. 기후문제 심각성과 관련 사업체 운영은 별개의 문제인 듯한데.

    “어려운 게 참 많았죠. 회사 소개서를 만들 때부터 힘들었어요. 첫 페이지 문구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상징적인 브랜드가 되겠다’고 하긴 했는데, 뭘,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했습니다. 사람들도 잘 공감해 주지 않았어요. 기후 위기 심각성엔 동의해도 이를 문화콘텐츠로 사업화한다는 데엔 고개를 갸우뚱하더라고요. 창업 후 약 2년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당신이 대체 뭘 하려는지 모르겠다’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뚝심 있게 콘텐츠를 하나하나 만들어가니 길이 점차 열리더라고요. 이젠 많은 시민, 전문가, 아티스트가 동참하고 있습니다. 올해 오마이어스가 딱 4주년이 됩니다. 지난 3년은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에 주력한 시간이었다면 이젠 만든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시간이 되리라고 봅니다. 올해가 굉장히 중요한 해라고 느껴져요.”

    “오직 진정성만이 사람 마음 움직이는 길”

    김 대표는 올해 9월 틱톡코리아와 함께하는 대형 프로젝트 ‘기후공명’을 준비하는 데 진력하고 있다. 그가 “올해가 굉장히 중요한 해”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행 상황은 순조롭다. 7월 8일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첫 싱글앨범 ‘지구에게 사과해’를 발매했다. 특히 첫 곡 ‘위드 유(With You)’엔 사람들의 마음에 기후행동의 씨앗을 심고자 하는 뜻을 담았다. 김 대표는 “지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모두의 가슴에 울려 퍼져 공명하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 곡은 ‘기후공명’ 프로젝트의 ‘지구에게 사과해’ 챌린지 곡으로 사용될 계획이다.



    7월 8일 오마이어스가 발매한 싱글앨범 ‘지구에게 사과해’. [오마이어스]

    7월 8일 오마이어스가 발매한 싱글앨범 ‘지구에게 사과해’. [오마이어스]

    ‘기후공명’은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변화에 신음하는 기후에 이젠 우리가 대답해야 할 차례’라는 의미를 담은 프로젝트입니다. 폐스피커 3088개를 이용해 실제 에밀레종과 같은 사이즈의 종을 만들었습니다. 이 종을 통해 기후에게 ‘미안하다’ ‘사과한다’ 등의 말을 전해서 또 하나의 울림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획했죠. 곡 ‘위드 유’에 이러한 마음을 담았습니다. 가사만 보면 연인에게 하는 말 같지만 사실 지구에 얘기하는 거죠(웃음). 9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이 노래를 부르며 기후변화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할 계획입니다.”

    포부를 말하는 김 대표의 눈이 반짝였다. 그의 눈빛엔 프로젝트 성공에 대한 열정과 기대가 엿보였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성공의 열쇠는 ‘진정성’이다. 그는 “오직 진정성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며 “오마이어스가 추구하는 궁극적 가치도 진정성”이라고 강조했다.

    진정성을 궁극적 가치로 설정한 까닭이 있나요.

    “환경 분야에선 어느 날 갑자기 ‘우리는 환경기업이야’ ‘우리는 환경을 생각해’라고 한다고 해서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 기업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어떤 동기를 바탕으로, 어떤 길을 걸어왔느냐가 중요하죠. 그래야 사람들이 비로소 공감·인정해 줍니다. 근래 기업들의 ‘그린 워싱(greenwashing·친환경 위장술)’이 문제로 지적받고 있기도 하고요. 오마이어스는 직원 3명으로 시작한 회사입니다. 당시 제가 직원들에게 ‘환경문제는 어렵고, 해결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렇기에 그만큼 우리가 어떤 진정성을 갖고,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사람들이 볼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됐고요. 오마이어스가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인 덕분에 많은 기관·기업으로부터 선택받고,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오마이어스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선 기후 위기 심각성을 감안하면 이 문제에 대해 빠르게 많이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대형 미디어와 제휴해 현재 오마이어스가 하고 있는 여러 기후행동과 문화콘텐츠를 알리는 게 단기 목표입니다. 장기 목표는 모든 사람이 기후행동에 나서는 라이프스타일을 갖게끔 하는 겁니다. 이미 그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요. 예컨대 최근 금융사들의 경우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고객에겐 금리를 깎아주고, 통신사는 통신비를 할인해 주는 프로모션을 내놓고 있어요. 이런 것을 보면 머잖아 라이프스타일이 기후행동 중심인지 아닌지로 사람을 평가하는 세상이 오리라고 봅니다. 1990년대에 편지를 컴퓨터로 쓰는 날이 올 거라는 말이 나온 지 3년 만에 모두가 e메일을 쓰기 시작했거든요. 라이프스타일은 바뀌면 급진적으로 바뀝니다. 기후 행동도 마찬가지고요. 오마이어스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상품·콘텐츠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기후행동의 삶이 얼마나 멋있고, 옳고, 가치 있는 일인지, 그리고 ‘힙’한 문화인지 알릴 거예요.”

    ‌한편 오마이어스가 주최하는 '기후공명' 프로젝트는 9월 1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놀이마당에서 진행된다. 본 행사엔 오케스트라, 합창 등 다양한 공연이 열리며 2000여 명 이상의 관객이 참가해 국민적 '기후행동' 확산을 이끄는 시간을 갖는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올해 하반기 가장 큰 행사로, 오마이어스에도 굉장히 뜻 깊은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번 도약의 계기를 맞이한 김 대표와 오마이어스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현준 기자

    이현준 기자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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