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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美 대선戰 중간점검

힐러리 “나, 잘난 여자 아니에요” 오바마 “나, 앞만 보는 남자예요”

불붙은 美 대선戰 중간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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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연 미국은 218년 동안 계속된 ‘백인 남성 대통령’의 집권신화를 깰 수 있을 것인가. 1년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가 벌써부터 화염을 내뿜고 있다. 남편인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여론조사 1위를 사수하고 있는 힐러리, 상원의원 2년의 정치신인임에도 대선 후보 모금액 1위를 기록한 오바마, 복병 고어…. 또한 민주당의 강세는 내년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한반도의 미래에도 직접적 영향을 끼칠 미 대선전을 중간점검했다.
불붙은 美 대선戰 중간점검
워싱턴 백악관 옆의 윌리아드 호텔. ‘로비스트’라는 말이 탄생한 이곳은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고위인사, 주요 국가의 정치인, 그리고 유력 기업가가 즐겨 찾는 최고급 호텔이다. 지난 6월27일 이 호텔 대연회실에서 민주당의 대선 선두주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오찬 연설이 있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의 소개로 클린턴 의원이 연단에 오르자 수십 대의 TV 카메라가 저마다 좋은 앵글을 잡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최고의 장소, 최고급 음식, 내로라하는 참석인사의 면면은 대선 예비후보 힐러리 상원의원의 초특급 위상을 잘 보여줬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국무장관이자 힐러리의 웰즐리 여대 동문인 올브라이트를 비롯해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백악관 비서실장 출신으로 지금은 친(親) 민주당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 Progress) 소장인 존 포데스타 등 클린턴 시절의 최고위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이 행사는 신(新)미국안보센터(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라는 새로운 싱크탱크 그룹의 출범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소장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부회장 출신의 커트 캠벨 박사로, 클린턴 행정부 당시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그는 현재 힐러리의 안보정책을 자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신미국안보센터를 아예 ‘힐러리의 싱크탱크’라고 부른다. 이라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힐러리의 ‘특별 싱크탱크’라는 것. 이날 오후 행사에는 공화당 내의 이라크전 비판론자인 척 헤이글 상원의원이 연설에 나서 힐러리 의원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힐러리, 여론조사 1위 고수

같은 시간 민주당의 군소 예비후보인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지사도 워싱턴의 ‘국가 방위군 기념관’에서 ‘국가정책센터’ 회원들을 상대로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연설을 하고 있었다. 리처드슨 지사를 취재 중인 카메라는 고작 2대. 1위 후보와 5위 후보의 극명한 대조를 보여줬다. 힐러리의 화려한 오찬 연설장과 달리 리처드슨 오찬 연설장의 청중은 참치 샌드위치 도시락을 무릎 위에 놓고 먹고 있었다.



윌리아드 호텔의 힐러리 의원은 연설 직후 1위 주자로서 몸조심을 하느라 어떤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았지만 리처드슨 지사는 무슨 질문을 받든 주섬주섬 답을 했다. 리처드슨 지사는 “나는 다른 후보들만큼 돈은 없지만 풍부한 경험과 함께 분명한 계획도 있다”며 군소 후보의 비애를 토로한 후 “이란 문제에 관한 2차 TV토론 때는 톱 3 후보에게만 질문하고 내게는 아예 말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대목은 리처드슨이 힐러리 클린턴의 러닝메이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미 의회의 공화당 참모들은 “힐러리가 앞으로는 두 명의 빌 때문에 신경 좀 쓰일 것”이라는 농담까지 하고 있다. 대통령 재임시 백악관 인턴과 스캔들을 일으킨 남편 빌 클린턴과, 주지사로서 여성 부지사 희롱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 빌 리처드슨을 함께 꼬집는 얘기다.

리처드슨 주지사의 부통령 후보설(說)상당한 근거가 있다. 그는 하원의원을 거쳐 클린턴 행정부 시절 에너지부 장관, 유엔 대사를 거쳤고 뉴멕시코 주지사로 경험을 쌓았다. 더 큰 장점은 미국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남미계(Latino) 2세 출신에다 서부인(Westerner)이라는 대목이다. 이는 동부 명문대학 출신에 영부인, 뉴욕 상원의원이라는 배경 때문에 자칫 ‘동부 백인 특권층’으로 고착될 수 있는 힐러리의 이미지를 보완해줄 호재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때문에 리처드슨 주지사가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진짜 목적은 부통령 후보가 되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리처드슨 지사도 그런 의중을 숨기지 않고 있으며 민주당 진영 일부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6월28일 한 오찬 연설에 나선 리처드슨은 앞줄에 앉아 있던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자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인 맥라티를 가리키며 “내가 이번 경선에서 맥라티가 두 번째로 선택할 인물이 돼 자랑스럽다”며 웃었다. 그날 오찬 연설을 마련한 팀 뢰머 전 하원의원도 맥라티가 힐러리를 지지하면서 리처드슨의 오찬연설에 참석한 것에 대해 “매우 좋은 포지션”이라고 치켜세웠다.

흑인, 여성 대통령 OK!

1위 후보와 군소 후보 사이에 미래의 협력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다소 한가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일각의 움직임과는 대조적으로 민주당 내 1, 2위 후보간의 각축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7월초 아이오와주에서 벌어진 힐러리 클린턴 의원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간의 전초전은 열기를 넘어 ‘화염’을 내뿜었다. ‘준비된 후보’라는 클린턴 의원의 구호에 맞서 오바마측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지도자’라는 컨셉트로 힐러리 클린턴이 남편 클린턴으로부터 대통령직을 이어받는 것에 쐐기를 박으려 했다. 부시 부자가 대통령직을 나눠 가지며 나라를 분열시킨 것처럼 클린턴 부부의 권력승계 역시 부정적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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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두 문화일보 워싱턴 특파원 choihd@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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