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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농, 생태농 꿈꾸는 농부 박래훈

“시간이 갈수록 가슴을 파고드는 이곳, 농촌은 보물상자입니다”

문화농, 생태농 꿈꾸는 농부 박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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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농, 생태농 꿈꾸는 농부 박래훈

지인들을 초청해 자연을 무대로 한 음악회를 연다.

“농사를 지으며 일어난 에피소드를 들려달라”는 주문에 기씨가 미소 띤 얼굴로 물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말이 안 되죠. 땅이 꽁꽁 언 겨울에 씨 뿌리겠다고 삽질을 하는 게. 지식은 부족하고 의욕은 앞선 귀농 초기에는 말 그대로 ‘삽질’을 참 많이 했어요. 고추농사가 순식간에 날아간 때가 제일 가슴 아팠죠. 순식간에 2000평(6600여m2) 중 절반이 하얗게 변해버린 거예요. 그간 고추농사에 들인 노력이 아까워서 한동안 우울함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주연농원(jtfarm2002.tistory.com)’은 유기농을 지향한다. 진딧물이 내리고 잡초가 무성해도 그냥 내버려둔다. 함께 농사를 짓는 어머니와 할머니의 압력과 회유에도 지금껏 무농약 원칙을 지켜왔다. 박씨의 ‘땅’과 ‘농촌’에 대한 애정은 각별해 보였다.

문화농, 생태농 꿈꾸는 농부 박래훈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호박.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시행착오를 거쳐 ‘주연농장’은 제법 자리를 잡았다. 농장의 터는 두 군데. 활초동 밭(5500평)에서는 고추와 마 등을 기르고 비봉 하우스(400평)에서는 호박과 토마토를 재배한다. 박씨와 어머니 홍종숙씨, 할머니 한옥수씨 등 가족 일꾼이 그 땅을 돌본다.

아내 기씨는 피아니스트로 대학에 출강하며 짬짬이 일손을 돕는다. 자신이 일군 텃밭에서 음악회를 열면 근사하겠다는 생각에 음악회도 두 차례 가졌다. 지인들과 인근 초등학교 아이들을 연주자로 내세워 연 음악회에 매번 250명이 넘게 다녀갔다고.



농촌의 여유로운 삶을 꿈꾸다가도 현실의 벽에 좌절하는 이가 많다. 박씨에게 슬쩍 수입을 물어봤다.

“부족할 것도 없지만 풍족할 것도 없는 수준입니다.
문화농, 생태농 꿈꾸는 농부 박래훈

피아노, 바이올린, 노래가 어우러진 가족 음악회.

사실 도시생활을 경험한 분들이 사업적으로 접근하면 농사를 더 잘 지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 그런 분들도 계시고요. 하지만 귀농의 목적이 농촌생활을 만끽하는 데 있다면 농사짓는 기쁨만으로 충분합니다.”

농장에 머무르는 동안 토마토 2개와 방울토마토 30여 개, 토마토주스 2잔을 마셨다. 농촌을 경험한 사진기자는 “어릴 때 먹던 자연의 맛”이라고 평가했다. 땅의 넉넉함을 아는 이들은 웃음도 땅의 그것을 닮아 여유롭게 빛났다.

신동아 200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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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설 기자 snow@donga.com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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