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5년 황해도 해주 출생 ●1968년 연세대 도시문제연구소 주민조직가 훈련 ●1988∼92년 천주교도시빈민회 회장 ●1991∼99년 서울 관악구의회 1, 2대 의원(무소속) ●1997년 ‘국민승리21’ 여성위원장 ●2000∼04년 민주노동당 부대표
지난 4·15 국회의원총선거에 이어 새삼 민주노동당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한국 정당사 초유의 ‘원내 정당-원외 지도부’라는 묘한 구조가 가져올 정치실험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민주노동당을 이끌어갈 김 대표의 의중 또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빈민운동가 출신으로 1997년 민주노동당의 전신인 ‘국민승리21’의 여성위원장을 맡았던 김 대표는 민주노동당 창당 후 당 부대표와 서울시지부장으로 활동해왔다.
6월12일 서울 여의도 민주노동당사 대표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그의 사무실은 소박하다. 책상, 컴퓨터 등 몇몇 집기를 제외하곤 그 흔한 책들조차 눈에 띄지 않는다. 날마다 일정을 소화하기 바빠 권영길 전 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으로 옮기고 난 뒤에도 아직 자신의 짐 정리를 전혀 못했다고 한다.
사무실 창가엔 얼추 30개쯤의 난(蘭) 화분과 화환들이 줄지어 있었다. ‘빈민운동의 대모(代母)’로 불리는 30여년의 도시빈민운동 이력이 말해주듯 ‘한국빈민문제연구소’에서 보낸 축하 화환, 대학생 시절 청계천 ‘뚝방’에서 김 대표와 함께 빈민운동을 벌였던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보낸 난 등도 눈에 띄었다. 책상 위에도 난 화분 하나가 한쪽 귀퉁이에 오롯이 놓여 있었다. 화분에 달린 리본에는 ‘대통령 노무현’이라고 적혀 있었다.
김 대표는 단신(短身)이지만 온화하고 푸근한 인상이다. 그는 “그래도 싸울 일 있을 땐 무섭게 싸운다”며 웃음을 건넸다. 기자에게 손수 녹차를 대접하는 김 대표에게 기습질문부터 던졌다.
“만두 좋아하세요?”
“좋아하는데 이번 ‘불량 만두소’ 사건을 접하면서 야, 이래선 정말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먹는 것 갖고 장난치는 것은 법으로만 다스려선 안 되고 국민들이 단호히 응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게 바로 민생침해죠. 만두는 특히 어린이들이 많이 먹잖아요. 어린이에게 좋은 음식을 줘야 하는데 어른들의 상혼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해 가슴이 아픕니다. 이런 일 하나부터 바로잡는 게 민생정치지요.”
민생정치를 유독 강조하는 민주노동당의 수장(首長)답게 김 대표는 질문을 매끄럽게 받아넘겼다.
투표시스템 문제, 곧 원인 공개
-이번 당 지도부 선거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총선이 끝나자마자 치러진 선거였고, 충북과 제주지역은 유세조차 못했을 정도로 기간이 짧아 더 많은 당원을 만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온라인 투표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투표가 연기됐는데, 정확히 어떤 문제점이 있었고 그 원인은 무엇입니까. 원인을 공개하라는 당원들의 요구가 빗발치던데요.
“선거방식이 너무 늦게 결정 나면서 외주업체에 발주했던 프로그램 개발시간이 촉박해서 생긴 문제였던 것으로 압니다. 선관위에서 보고서 작성을 끝냈으니 곧 당원들에게 공개할 겁니다.”
-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민주노총에서 당 대표 경선 후보자를 내지 않은 건 이상한데요?
“지난 4년간의 당 활동을 계승하면서도 변화된 정치상황에 맞춰 당을 혁신하는 대표, 그리고 당내 다양한 견해와 그룹을 통합할 수 있는 대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일 겁니다. 민주노총을 주축으로 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굳이 대표가 아니더라도 대의기관에 대한 할당제를 통해 충분히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5만여 진성당원을 자랑하면서 왜 유권자는 2만6000여명뿐인가요?
“당권규정이 매우 엄격합니다. 입당 후 3개월이 지나야 당권이 생기고, 입당한 지 오래된 당원들의 경우도 당권 확정 이전 12개월간 3개월 이상 당비를 내지 않으면 당권이 정지됩니다. 이런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다 보니 당권자 수가 좀 적었던 거죠.”
-이번 선거에 유권자의 63.3%만 투표에 참여했는데, 당원 충성도가 높은 민주노동당치곤 의외로 투표율이 저조합니다.
“총선 직후라 당 조직의 피로도가 높았습니다. 게다가 온라인 투표가 한때 중단됐던 점도 투표율에 영향을 줬던 것 같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선거기간은 짧고 후보는 많다 보니 당원들이 투표기준을 제대로 설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이전의 ‘권영길 대표 체제’와 어떤 차별성을 가질 것인지 자못 궁금한데요.
“정치적 조건이 많이 변했습니다. 따라서 그에 걸맞은 계승과 혁신이 필요하죠. 진성당원제와 평당원 민주주의, 정책 위주의 당 운영, 민중운동 진영과의 연대는 계승돼야 할 것이지만, 원내와 원외를 아우르는 새로운 대중정치활동의 전형을 만들어내는 것은 새로운 과제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