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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명예교수 김용준

“노 대통령에겐 대통령이라는 자각(自覺)이 없다”

고려대 명예교수 김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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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長 노릇 하려면 미운 놈 궁둥이도 두들겨줘야지…
  • 검찰총장 사퇴 보며 ‘이 나라는 살아 있다’ 생각
  • 동생 도올은 정력가, 하지만 럭비공처럼 튀어 불안
  • ‘친일문인’ 이광수? 그의 소설로 눈뜬 나는 그를 욕할 수 없다
  • 평생의 스승 함석헌, 만년에 여자 문제로 후회와 반성
  • 민주세력 정권 잡고 나서 이공계는 더 망했다
고려대 명예교수 김용준
김용준(金容駿·78) 고려대 명예교수는 독재정권 시절에 두 차례나 해직된 경력이 있다. 기독교교수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다 유신정권의 눈 밖에 나 1975년 해직돼 4년 동안 백수로 지냈다. 1980년 ‘서울의 봄’이 찾아와 복직했으나 격동의 세월이 그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신군부 집권에 반대하는 ‘지식인 선언’에 과학계 대표로 참여해달라는 권유를 뿌리치지 못해 서명했다가 다시 4년 동안 강단에 설 수 없었다.

김영삼·김대중 정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에 이르는 동안 민주화운동에 한 발을 걸쳤던 사람들은 대부분 한 자리씩 했다. 결코 그들의 용기와 공헌을 폄훼하자는 게 아니다. 민주화운동 인사 중에는 세 정권에서 대통령 총리 국회의원 장관 총재 총장 사장 등으로 보상을 넉넉히 받은 사람이 많다. 김 교수의 우산 밑에서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 정부의 실세가 됐다. 그러나 그는 그런 쪽과는 거리가 멀다.

김 교수가 계간 ‘철학과 현실’ 가을호에 ‘나도 황국신민선서를 읽었고 창씨개명을 했으며 춘원(春園) 이광수를 욕할 수 없노라’는 글을 실었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강만길)가 출범해 친일파의 행적을 단죄하겠다는 마당에 그는 ‘이광수의 글을 읽지 않았더라면 일본식 이름을 가진 충실한 황국신민이 됐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친일진상 규명을 주도하는 세력은 대부분 일제 강점기를 교과서로 배운 세대다. 그 시절에 태어나 간난(艱難)과 격동의 세월을 산 사람들의 체험 속에는 교과서에선 배울 수 없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

서울 힐튼호텔 옆 대우재단빌딩 18층 한국학술협의회 이사장실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대우그룹은 공중분해됐지만 대우재단은 살아남았다. 김 교수는 1976년 해직됐을 때 대우재단의 과학부문 자문위원을 지낸 인연으로 대우재단 산하 한국학술협의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자리에 앉자 팔순을 바라보는 김 교수가 직원을 시키지 않고 손수 차를 내왔다. 속기사는 “공무원은 계장만 돼도 여직원을 시키는데…”라며 황송한 눈빛이었다.

동생 도올과 장남은 동갑내기

-대우그룹이 사라져 학술협의회 꾸려나가기가 어렵지 않은가요.

“대우재단의 주 수익원은 대우재단빌딩(18층)의 임대료입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50억원을 희사해 대우재단을 발족시켰죠. 힐튼호텔과는 지금도 가교(架橋)로 연결돼 있어요. 학술협의회는 대우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동생인 도올(김용옥·57)은 자주 만나십니까.

“요새는 못 만나요. 걔가 어떻든 고려대 철학과를 나와 일본 미국 대만에서 석사, 미국 하버드에서 박사를 했지 않습니까. 동생이 보스턴에 있을 때 만났더니 ‘한국 가면 한의학을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되겠나 생각했죠. 그런데 원광대에서 6년 만에 한의사가 됐죠. 내 동생이지만 공부도 할 만큼 했고 머리도 있고 정력이 대단하죠. 신통하게 생각하는데 좀 불안합니다. 그놈이 럭비공 같아서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요. 형만 아니라면 저 럭비공이 이리저리 튀는 모습을 보며 구경을 하겠는데…. 그러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니까 이놈이 안 와요.”

4남2녀 중에서 김 교수는 맏형이고 도올은 막내다. 김 교수의 장남과 도올은 동갑내기다. 부모 같은 형이라곤 하지만 대한민국의 자타칭 대가(大家)가 된 도올을 ‘걔’ ‘얘’ ‘이놈’이라고 부르는 것이 재밌다. 장형은 도올에게 뭐라고 잔소리를 하는 걸까.

“너무 그렇게 튀지 말라고 하죠. 학교(고려대)를 그만두는 게 아닌데…. 그만두려고 할 때 주저앉히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됐죠. 걔 성격이 괴짜 같은 구석이 있어요. 말도 악센트를 줘서 하다보니 때때로 자가당착에 빠지는 경우도 있어요. 걱정이죠. 그냥 보시는 대로예요. 가라앉아 자기의 길에 천착했으면 좋겠는데. 칭찬하는 사람은 또 칭찬하고… 저도 칭찬합니다. 내 동생이라고 나무랄 생각은 없는데 너무 그러니까 걱정이 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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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 사진·김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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