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총리 후보는 양승조 충남지사?
김경수 교수 경제부총리, 박광온 의원 사회부총리?
캠프 참여 의원, 싱크탱크 참여 학자 입각 가능성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월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셜홀에서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 주최로 열린 정책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선 때마다 ‘폴리페서’ ‘폴리널리스트’ 논쟁에도 불구하고 교수와 언론인, 전직 관료 등 다양한 분야 인사들이 캠프와 선대위에 합류하는 것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했을 때 그를 도와 국정을 함께 운영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유력 대선후보 캠프 참여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했을 때 청와대와 내각에 어떤 인사들이 포진할지 대략 짐작해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가 만약 경선을 통과하고 본선에서도 승리해 대통령에 오른다면 어떤 이들과 함께 국정 운영에 나설까. 9월 14일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이 후보는 “민주당 정부라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 정부 구성과 운영을 당과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각과 청와대 등에 민주당 소속 의원과 당직자를 대거 발탁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후보는 “국정 철학을 같이하는 게 중요한 분야도 있고, 해당 분야에서 존경과 신망을 받는 게 중요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극화 해소, 균형발전, 신복지는 저와 철학을 같이하는 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고, “과학기술과 문화예술, 산업 분야의 경우 더 많은 일을 해내려면 해당 분야에서 존경과 신망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과학기술부 장관과 문화관광부 장관, 산업자원부 장관 등에는 해당 분야에서 신망받는 인사를 발탁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 후보가 국정 철학 공유가 중요한 분야, 전문성과 신망이 중요한 분야로 인선 기준으로 구분한 것은 집권 초부터 ‘코드 인사 논란’으로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이 후보는 “국정 모든 분야에 생각이 같은 사람을 배치해 코드 인사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보다 분야에 따라서는 전문성을 높이 평가하는 게 국정 운영을 성과를 내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필연캠프 = 이낙연 정부 인재풀
만약 내년 대선에 ‘이낙연 대통령’이 현실화할 경우 청와대와 내각에는 누가 포진하게 될까. 이낙연 대통령 시대가 열릴 경우 전면에 나서 국정 운영 견인차 역할을 할 ‘섀도캐비닛’을 캠프 참여 인사를 중심으로 살펴본다.이낙연 대선후보의 경선 캠프 이름은 ‘필연캠프’다. 경선대책위원장으로 캠프 좌장은 5선의 설훈 의원이 맡았다. 설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치를 함께 해온 동교동계 출신. 총괄본부장은 3선의 박광온 의원, 종합상황본부장에는 재선 최인호 의원, 정책총괄본부장에는 3선 홍익표 의원이 포진했다. 정무실장에는 윤영찬 의원, 캠프 대변인은 배재정 전 의원이 맡았다.
필연캠프에는 설훈 의원 같은 동교동계는 물론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정치를 시작한 최인호 의원 등 친노, 배재정 전 의원 등 친문 그룹이 고르게 포진해 있다.
이 같은 캠프 구성은 이 후보가 민주당이 배출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정통과 가치를 계승하고 발전시킬 후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이 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세 분 대통령은 저에게 학교였다. 그분들로부터 정치를 배우고, 정책을 익혔다”고 강조했다. 필연캠프 특징은 박광온·윤영찬·양기대 의원과 신경민·배재정 전 의원, 정운현 전 총리 비서실장, 박래용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등 언론계 출신 인사가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민주당 인사들로 구성된 필연캠프는 경선 승리를 위한 조직이지만, 이 후보가 본선에 진출해 대통령에 당선할 경우 청와대와 내각에 포진해 이낙연 정부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인재풀 구실을 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광흥창팀’ 멤버들이 청와대에 대거 입성해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했던 것처럼 필연캠프 인사들도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차기 정부 청와대에 대거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
영남 출신 총리 후보
차기 정부 인선의 꽃은 국민의 신임을 받은 대통령이 그와 함께 내각을 지휘할 국무총리에 누구를 임명하느냐다. DJP연합(김대중+김종필)으로 수평적 정권교체에 성공한 김대중 대통령은 총리에 충청 출신 김종필, 대통령 비서실장에는 영남 출신 김중권을 임명했다. 호남 대통령, 충청 총리, 영남 비서실장 인선으로 지역 안배 인사로 국민통합을 꾀한 것이다.이낙연 후보가 만약 대통령에 당선한다면 내각을 총괄할 첫 국무총리에는 충청 출신 인사를 기용할 가능성이 높다. 충청 경선을 앞둔 8월30일 이 후보는 “집권하게 되면 첫 총리에 충청권 인물을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에서다. 총리 후보로는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을 지낸 양승조 충남지사와 이시종 충북지사가 유력하다.
임기 중반에는 영남 출신이 총리에 발탁될 공산이 크다. 호남 대통령, 영남 총리의 조합은 국민통합과 동서화합을 고려한 인선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국민통합형 총리 후보로 영남 출신을 임명한다면 설훈 의원이 가장 유력하게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영남(경남 창원) 출신으로 경기도에서 5선을 기록한 그는 ‘필연캠프 경선대책위원장을 맡아 대선 경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만약 이 후보가 당내 경선을 통과해 본선에 진출하고, 본선에서도 승리를 거둔다면 설훈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일등공신이 될 것은 자명한 일.
또한 화합형 총리 후보로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떠오를 수 있다. 이낙연 대통령 당선은 곧 당내 경선에서 이 지사의 패배를 의미한다. 경북 안동 출신의 이 지사는 당내 경선에서는 불가피한 경쟁자이지만 만약 이낙연 후보가 대통령에 오르게 되면 그는 좋은 국정 운영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낙연 대통령-이재명 총리 조합은 현실화하기 힘든 요소를 안고 있다. 당내 경선 과정에 쌓인 앙금을 극복해야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한 대선 이후 차차기 경쟁까지 감안해 보면 이재명 총리 발탁은 송영길 대표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차차기를 노리는 당내 경쟁자들에게는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지사가 총리로 국정 운영 경험까지 쌓게 될 경우 차차기 경쟁에서 훨씬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정부조직을 개편하는 것이다. 정부 조직을 바꾸는 이유는 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려는 핵심 국정 어젠다를 가장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함이다. 기존 업무를 조정하는 한편 부처를 신설함으로써 대선 때 국민에게 제시한 핵심 공약 실천에 집중할 수 있는 일하기 좋은 조직으로 탈바꿈하려는 것이다.역대 대통령들의 인사 패턴을 살펴보면 취임 초 첫 조각 때에는 관료 비중을 낮추고 캠프에 참여한 정치인이나 학자 출신 인사를 대거 발탁해 내각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려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임기 중반을 넘겨 퇴임이 가까워질수록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내각에 관료 출신을 대거 포진시키곤 했다.
이낙연 정부가 현실화해, 첫 조각 때 발탁 인사를 선보이려 한다면 복지 정책을 주도할 사회부총리에는 박광온 의원이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 캠프에서 실무 좌장 노릇을 한 박 의원이 첫 내각에서 중심을 잡고 신복지 정책 기조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보건복지부’의 위상과 기능이 크게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신복지’를 대표적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이낙연 후보자의 핵심 공약을 이행할 부처라는 점에서다. 문재인 정부에서 ‘사회부총리’가 ‘복지부총리’로 이름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필연캠프가 9월 13일 발족시킨 복지국가비전위원회 이상이 위원장도 보건복지부 장관 유력 후보자 가운데 하나다. 이 위원장은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를 13년간 맡아온 대표적 보편적 복지 전문가다. 특히 그는 노무현 정부 때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장을 지냈고,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복지특보단장을 지낸 바 있다.
나라 살림에 변화를 크게 주려 한다면 재정을 책임질 경제부총리에 필연캠프에서 싱크탱크를 이끈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를 발탁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과거 정부에서는 경제부총리에는 관료 출신을 임명함으로써 민관 균형을 꾀하기도 했다. 만약 새 정부가 초대 경제부총리를 관료 중에서 임명한다면 경북 성주 출신으로 이낙연 총리 시절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2차관을 지낸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적임자로 여겨질 수 있다.
이낙연 후보의 대선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에서 각 분과 소장을 맡아 해당 분야 주요 정책을 입안한 각 분야 학자들은 이낙연 정부가 출범할 경우 해당 분야 장관을 맡아 자신들이 입안한 정책 집행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 분야 전문가로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 사회수석을 지낸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전공을 살려 보건복지부 장관 물망에 오를 가능성이 있고, ‘연대와 공생’에서 국민건강분과 소장을 맡은 김재상 이화여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 이 교수는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 신약·차세대바이오분야 단장을 맡아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가 높다. 과학기술부 장관에는 ‘연대와 공생’에서 과학기술분과를 책임진 윤용태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가 기용될 가능성이 있다.
외교안보 라인에도 캠프 출신 인사가 대거 포진할 가능성이 높다. 외교부장관에는 국제정치학회장을 지낸 김성주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통일부 장관에는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가 물망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국방부 장관에는 박선우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행정안전부 장관에는 정부 혁신과 행정 개편 공약을 담당한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
캠프에 참여한 학자 출신 외에도 캠프에서 활약한 재선급 이상 현역의원들도 내각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홍익표 의원은 통일부 장관, 당 수석대변인을 지낸 재선 최인호 의원은 해양수산부 장관, 국회 문화체육위원회 간사로 활동 중인 박정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적임자로 꼽힌다.
이낙연 당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고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박완주 의원과 전혜숙·김철민·어기구 의원 등의 입각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전직 의원은 청와대 수석 임명 가능성
만약 첫 총리에 충청 출신 인사를 기용한다면 대통령비서실장에는 국민통합 차원에서 영남 출신 인사를 발탁할 가능성이 있다.장관 등 국무위원에는 국회의원 겸직이 가능하지만 청와대 수석은 겸직할 수 없다. 따라서 청와대에는 대선 캠프에서 활약한 전직 의원이 대거 포진할 가능성이 높다.
MBC 기자 출신으로 재선 의원을 지낸 신경민 전 의원이 정무수석, 총리 비서실장을 지내고 캠프 공보단장을 지낸 정운현 단장이 국민소통수석 적임자로 꼽힌다. 청와대 대변인으로는 19대 의원을 지내고 총리 비서실장,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내고 필연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배재정 대변인이 청와대 대변인을 맡고, 국정상황실장에는 필연캠프에서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남평오 전 총리 민정실장이, 총무수석에는 이낙연 후보가 초선 의원이던 시절부터 전남지사 재임 때까지 가장 오랫동안 곁에서 보좌해 온 최충규 전 보좌관이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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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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