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호

100표 중 50표 死票 선거구제… “경북+전북 전남+경남 권역 묶자”

정개특위 선거제도 개편안 들여다보니

  • 김준일 뉴스톱 수석에디터

    입력2023-02-2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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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 총선 때 버려진 표 50.32%

    • 과반 지지 얻는 절대다수제는 사표 적어

    • 개방형 명부 적용 대선거구제로 바꾸자

    • 밀실 논의하지 말고 국민 뜻 반영해야

    2020년 3월 23일 경기 평택시 서탄면의 한 선거 차량 제작업체에서 작업자들이 지난 선거에 사용된 차량을 해체하고 있다. [뉴스1]

    2020년 3월 23일 경기 평택시 서탄면의 한 선거 차량 제작업체에서 작업자들이 지난 선거에 사용된 차량을 해체하고 있다. [뉴스1]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2월 6일 비례성,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네 가지 방안을 중심에 두고 3월까지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할 복수의 선거제도 개편안을 만들어내기로 합의했다. 네 가지 방안은 △소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전면적 비례대표제 등이다.

    선거구제 개편 얘기가 나오면 머리가 아픈 분이 많을 것이다. 일단 용어부터 익숙하지 않다. 지역구 선거 단위 크기에 따라 소선거구제·중선거구제·대선거구제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병립형 비례대표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무엇이 다른지, 비례대표에서 개방형 명부와 폐쇄형 명부의 효과 차이는 무엇인지,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현행 비례대표제와 비교해 어떤 장점이 있는지 등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전제할 것은 선거제도에 절대선도 절대악도 없다는 거다. 전 세계에 동일한 선거제도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제도 개편이 얼마나 정치를 바꿀까 회의적인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도는 매우 중요하다. 2008년 리처드 세일러와 캐스 선스타인의 저서 ‘넛지’는 제도 설계의 중요성을 설파한 책이다. ‘팔꿈치로 꾹 찌르다’는 의미의 ‘넛지’가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정책 시행자(정부 혹은 국회)는 정책 혹은 제도 설계를 통해 강압적이거나 강제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개인의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선거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국회의원들의 실질적 역할도 달라질 수 있고 정당 간 협치 문화, 의회의 생산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이 채택한 국회의원 선거제도(소선거구제+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장단점 및 문제점을 살펴보고 대안으로 거론되는 제도(중선거구제, 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의 정의, 보완점을 점검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필자가 생각하는 현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대안의 제도에 대해 설명하겠다.

    단순다수제 +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현재 국회의원 선거제도부터 살펴보자. 한국은 소선거구제를 기본으로 단순다수제를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한다. 2020년 총선 이전까지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했다. 병립형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를 완전히 분리해 지역구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정당 득표율대로 비례 의석을 정당에 배정하는 제도다. 연동형은 지역구와 비례 의석을 연동시키는 제도다. 이 두 가지 방식은 뒤에 비례대표제 설명에서 자세히 기술하겠다.



    일단 한국 선거 방식의 특징을 살펴보자. 총선 선거제도의 근간이 되는 지역구 소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의 대표자(국회의원)만 뽑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중선거구제는 2~4인, 대선거구제는 5인 이상을 선발한다. 국가에 따라 한 선거구에서 20명 이상을 선발하기도 한다. 소선거구제가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인 선거제도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등 상대적으로 소수 국가에서만 채택하고 있는 제도다. 비례대표제가 가미된 혼합형 대선거구제를 가장 많은 나라가 채택하고 있는데 선거 방식이 복잡하고 투표용지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한국에선 소선거구제에 단순다수제가 적용되고 있다. 한 표라도 더 얻은 사람을 당선시키는 것이 단순다수제(상대다수제)다. 반면에 과반을 얻어야 당선되는 방식이 절대다수제다. 일반적으로 3인 이상 후보가 나오면 첫 번째 투표에서 과반 당선자가 나오기 쉽지 않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당선자가 없을 때 과반 당선자를 만드는 방식으로는 결선투표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프랑스 총선이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단순다수제는 직관적이지만 절대다수제는 상대적으로 사표가 적게 나와 유권자 절반 이상의 의지를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기표를 순위형으로 하는 대안투표제(선호투표제)가 있다. 유권자가 전체 후보에게 순위를 매기는 방식인데, 최하위부터 탈락시켜 그 표를 차순위표로 이전하는 방식이다. 단기(單記)이양식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단기는 한 명만 뽑는다는 뜻이고 이양은 말 그대로 표를 순위대로 이전한다는 뜻이다. 대안투표제를 도입한 대표적인 곳이 호주다.

    총선 때마다 버려진 표 40% 이상

    소선거구제의 장점은 직관성이다. 유권자는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가 누구인지 잘 알고 투표한다. 상대적으로 선거관리 비용도 적게 든다. 단점으로는 사표가 많이 나오고 후보자 선택 범위가 제한적이며 국가적 어젠다가 아니라 지역 현안을 놓고 선거를 치르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무엇보다 소선거구제의 특징 중 하나가 양당제로 수렴된다는 점이다. 소선거구제를 채택한 미국, 영국, 한국이 사실상의 양당제인 것이 그 증거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2020년 21대 총선 직후 ‘21대 총선, 유권자 표는 얼마나 버려졌나’란 자료를 발표했다. 2020년 총선의 유권자 사표 비율은 43.72%에 달했다. 심지어 2016년 총선의 경우 사표 비율은 50.32%로 절반을 넘어섰다. 2012년 총선에서 46.44%, 2008년 총선에서 47.09%, 2004년 땐 49.99%의 사표가 나타났다. 소선거구제에선 제3당이 어느 정도 지지율을 확보하게 되더라도 대부분 사표로 남게 되며 의미 있는 의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단순다수제 소선거구제에 한국 특유의 지역주의, 대립적 정치문화가 결합되면서 이 제도의 단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역주의 때문에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의석을 싹쓸이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호남에서는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없고, 대구·경북에서는 민주당 국회의원이 없다. 여기에 당 지도부가 공천을 주도하는 하향식 공천이 관행처럼 이어지면서 정치 신인이나 차기 총선에 출마할 현역 의원들은 국민의 뜻을 살피기보다는 당 지도부 눈치를 보게 된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50여 명이 나경원 전 의원 당대표 출마에 반대를 표명하며 공동성명을 낸 것은 대통령과 지도부 눈치 보기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정책보다 정쟁에 몰두하게 된다는 점이다. 양자 구도에서는 상대 당, 혹은 상대 후보가 못하는 것이 곧 나의 당선으로 이어지게 된다. 포지티브 선거 전략보다는 상대 진영 실책을 드러내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어느 당이 야당이 됐든 끈질기게 상대 당을 비방하고 발목을 잡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은 정책을 제안하고 상대 당과 대화·타협하는 정치인보다 상대 당을 비난하고, 막말하고 저격수로 나서는 정치인이 더 생존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강성 지지층 여론에 좌지우지되는 팬덤 정치 폐해까지 더해지면서 국회는 무한 막말 투쟁의 장으로 변질됐다. 선거제도 개혁을 원하는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에 120명 이상 의원이 참여하게 된 계기다.

    정개특위가 비례성 대표성 강화를 위해 대안으로 제시한 네 가지 선거제도 방안 중 ‘소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는 1987년부터 2016년까지 이어진 제도로 사실상 과거 회귀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인한 ‘위성정당’ 출현은 막을 수 있지만 위에 언급한 단점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권성동 등 국민의힘 의원 일부가 이 제도를 선호하고 있다.

    ‘소선거구제+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2020년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계승하면서 위성정당 출현을 막거나 혹은 위성정당의 위력을 반감하기 위해 지역구에 후보를 낸 정당은 의무적으로 비례대표 후보도 내는 방향으로 선거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비례성 대표성 강화한 네 가지 방안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가장 주목받는 제도다. 남인순 정개특위 위원장은 “중대선거구제, 특히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는 선거 결과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란 도시는 중대선거구제, 농촌은 소선거구제로 선거를 치르는 방식이다. 이미 농촌의 경우 3~4개 군을 하나로 묶어서 국회의원 1명을 뽑는 상황에서 선거구를 넓힐 경우 선거구가 지나치게 커지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반면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농촌 지역에 오히려 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기 지역의 이해관계에 매몰되는 일명 소지역주의 때문에 지역 위기의 근본적 이유에 대한 처방전을 내놓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도권에 대항하기 위해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메가시티 같은 지역 연합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오히려 대선거구제가 효과적일 수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과거 도입을 권고한 방안으로 전국을 6개 안팎의 권역으로 묶은 뒤 권역별 정당투표 비율에 따라 비례의석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국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는 ‘전국단위 비례대표제’를 적용하고 있다. 사표를 줄이고 표심 그대로 의석수를 보장하는 비례성의 측면에서는 전국단위 비례대표제가 더 우위에 있지만 지역 대표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장점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 현행처럼 정당이 비례대표 순번을 정하는 폐쇄형 명부가 아닌 개방형 명부를 도입할 경우, 사실상의 대선거구제 효과가 나타난다. ‘개방형 명부’란 각 정당의 비례대표 의원들이 출마한 뒤 유권자에게 많은 표를 받는 사람이 당선되는 방식이다. 후보별 득표 순서를 그대로 반영하는 방식과 각 정당의 여러 후보가 득표한 표를 정당별로 합산한 뒤 정당별로 의석을 배분하고 정당 내에서 득표순으로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이 있다.

    다른 대안으로 석패율제가 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 출마가 가능하게 만든 뒤 지역구에서 낙선했으나 득표를 많이 한 사람에게 비례대표 의석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호남이나 영남에서 상대적 열세 당 후보를 구제하는 방식이지만, 중진들에게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지역주의를 완화하기 위해 경상도와 전라도를 권역으로 묶지 말고, 경북과 전북을 하나로, 전남과 경남을 하나의 비례 권역으로 묶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개편 과정에 절차적 민주성 확보해야

    표의 비례성을 가장 확실하게 반영하는 ‘전면적 비례대표제’의 경우 현행과 같은 폐쇄형 명부보다는 유권자가 직접 비례의원 후보에게 투표하는 개방형 명부가 현실적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비례대표에 대한 불신, 현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높기 때문에 유권자가 직접 뽑는 방식으로 정치적 효능감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지역 대표성을 강화하고, 개방형 명부를 적용한 대선거구제를 통해 다당제의 기틀을 마련함과 동시에 지역주의를 완화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현재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다수 국민은 물론 많은 국회의원이 공감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당대표가 선거가 끝나는 3월 8일 이후 한 달간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어떤 방식이든 개별 의원과 정당 간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이익을 따지기보다는 타협과 생산성의 정치, 유능한 정치라는 대의명분을 가장 잘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점이다. 국회의원끼리 밀실에서 정하지 않고 선거제도개혁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국민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 민주성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신동아 3월호 표지.

    신동아 3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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