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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리콜’ 안 되나요?”

서민 울리는 불성실, 불친절, 비전문…

“변호사는 ‘리콜’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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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한 도시에서 135가구 규모의 임대아파트를 짓는 사업을 했습니다. 당시 시공사인 모 종합건설이 빚 때문에 부도 날 상황이어서 제가 인수했습니다. 시공사가 부도 나면 공사에 차질이 생기니까요. 그런데 이 회사의 전 대표가 우리 쪽에서 선임한 대표에게 ‘대표이사 집무집행정지 가처분 주주총회 부존재 확인소송’을 걸었습니다. 우리 쪽은 1심에서 패소했지만 항소심을 위해 서울에서 변호사를 선임했지요.”

변호사를 선임한 뒤 J씨는 건설현장에 내려가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사현장에 시공사의 새 대표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재판에서 원고 승소한 지 6개월이 지났다”며 자신이 새 대표로 선임됐다고 했다. 변호사의 말대로 소송기일이 무기한 연기됐다고만 알고 있던 J씨로서는 기절초풍할 일이었다. 급히 경위를 알아보니 변호사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항소가 취하, 1심 판결이 확정됐다고 했다.

J씨는 건설회사를 다른 이에게 넘겨주게 됐고, 사업은 차질을 빚게 돼 결국 17억원의 투자자금을 고스란히 날렸다. 그는 “그때 빚진 사업자금을 다 해결하지 못했다”며 “은행 대출금 이자만 수억원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J씨는 “변호사의 잘못으로 패소한 것도 화나지만, 대한변호사협회나 법무부에 아무리 진정을 해도 제대로 처리해주는 곳이 없어 더 서글펐다”고 털어놨다.

“대한변협에 진정을 내고 조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조사담당자에게 이름을 묻자 ‘내 이름은 알 필요 없다’고 하더군요. 법무부에 진정을 내자 담당검사가 정해져 검찰에 불려가서 조서를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그후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1년 후 검찰을 찾아갔지만 담당검사는 이미 다른 곳으로 발령받은 뒤였고, 사무실 어디에서도 제 조서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공구련 조남숙 단장은 “변호사 중엔 선임료 챙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소송 가치나 승소 가치 등은 따져보지도 않고 일단 수임부터 하고 보는 경우가 있다”며 “이 때문에 선임료만 날렸다는 피해자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N씨는 모 건설회사의 도로 건설 기사로 일하던 1997년 여름, 후배들과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사소한 일로 식당 주인과 말싸움을 하게 되면서 평범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됐다. 그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식당 주인 편만 들자 홧김에 경찰관 한 명의 따귀를 때렸다가 공무집행방해혐의로 파출소에 끌려가 경찰관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몸도 마음도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상처 입은 N씨는 경찰관들을 여러 차례 고소했지만 경찰들은 계속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급기야 N씨는 지난해 경찰들을 고소했다가 무고혐의로 경찰서 유치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이 일로 N씨의 형은 급하게 변호사를 선임했고, 변호사와 담당 검사는 N씨 형제에게 일부 경찰관은 혐의가 없다며 고소를 취하하라고 설득했다. N씨는 결국 고소를 취하하고 유치장에서 풀려났다.

선임료부터 챙기는 변호사들

억울함이 풀리지 않은 N씨는 이 사건을 들고 또 다른 변호사를 찾아갔다. 변호사는 “부당한 압력에 의해 고소를 취하한 것이라면 다시 고소할 수 있다”고 했고, 이에 착수금 560만원을 내고 변호사를 선임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각. N씨의 형은 “이후에도 여러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모두들 ‘취하한 고소를 다시 고소할 순 없다’고 말했다”며 허탈해했다. 현재 N씨는 공무집행방해 및 업무방해혐의로 수감돼 있다. N씨 형의 말이다.

“경찰들에게 얻어맞고 몸이 불편해진 뒤 동생은 술만 마시면 지나가는 경찰에게 시비를 걸었습니다. 작년에도 그러다 공무집행방해혐의로 구속됐어요. 고소를 취하하라고 설득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시위를 벌이다 업무방해혐의로도 기소됐고요. 억울함을 풀어보겠다며 경찰, 검찰, 변호사 사무실 등 이리저리 들락거려봤지만 오히려 분통터지는 일만 늘었습니다.”

S씨는 동업자와의 분쟁과 관련된 소송을 위해 선임한 변호사로부터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소송사기 혐의로 고소당해 변호사를 선임했다. 변호사는 소송사기가 맞다며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지만, 법률구조공단에서조차 소송사기가 아니라 무고라며 반소(反訴)하라고 충고했다. 이 사람이 과연 내 변호사인가”라고 반문한다.

내용인즉 이렇다. 1999년 S씨는 동업자 K씨와 각각 3800만원씩 부담해 S건설을 인수했다. 이후 K씨가 S씨에게 S건설 지분을 자신에게 팔라고 요구해 자신의 지분을 K씨에게 넘겼다. K씨는 곧장 3800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2000년 6월까지 돈을 갚기로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줬다.

“2000년 6월 K씨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갚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K씨는 거절하면서 ‘법대로 해보라’고 하더군요. 법무사를 찾아가니 ‘근저당설정 계약서가 없으면 돈 받을 길이 없다’고 했습니다. 법무사는 대신 ‘S건설을 인수할 때 지급한 수표 내용을 제출해 법원으로부터 지급명령 판결을 받으라’고 했습니다. 법무사 말대로 했죠.”

그러다 지난해 8월 문제가 터졌다. K씨가 ‘부동산에 설정된 금원이 있음에도 다시 지급명령을 신청했다’는 이유로 S씨를 소송사기혐의로 고소한 것. 이 사건을 맡아줄 변호사를 찾던 신씨는 지방의 한 법원앞 복사점에 들렀다가 서울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한 변호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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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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