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대한민국 강타한 인터넷 누드 신드롬

“디카·폰카 앞에서 벗고, 찍고, 띄운다”

대한민국 강타한 인터넷 누드 신드롬

2/4
그렇다면 연예인 누드가 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SBS 구경모 PD는 “젊었을 적 내 몸을 기록하고 싶다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불황”이라고 말한다. 즉 불황으로 CF 등 주요수입원이 축소되면서 살아남기 위해 벗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예전에도 누드집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많이 나온 적은 없었습니다. 특히 가수들은 유례 없는 불황을 겪고 있어요. 노래파일이 인터넷에 떠도니 당연히 음반이 잘 팔리지 않거든요. 이미 능력 있는 음반 제작자들은 연기자나 스포츠 스타의 매니지먼트를 하는 등 업종 전환을 했죠. 이런 상태에서 음반 제작자들은 물론 가수들 스스로도 누드를 찍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누드집으로 재기의 발판 삼아

불황 타계를 위해 외모가 출중하고 몸매가 좋은 가수들이 누드집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벗는’ 여자 연예인들을 살펴보면 나이가 들었다거나, 한동안 잊혀져 다시 자기를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거나, 다른 업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사실 톱스타들의 경우 누드집 열풍에 쉽게 동참하지 않는다. ‘위안부 누드’ 파동을 겪었던 이승연 정도가 유일하다.

누드를 찍은 연예인들은 보통 2억~5억원의 계약금을 받고 러닝개런티까지 챙겨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돈다. 또 성현아처럼 누드를 재기의 발판으로 삼아 성공한 경우가 생기자, 연예인들이 먼저 벗겠다고 제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드라마 ‘아들과 딸’의 종말이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후 한동안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던 탤런트 곽진영도 그런 케이스 중 하나다.



이동연 문화사회연구소장은 “소비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몸이 소비의 대상으로 떠오른다”면서 “우리 사회의 몸 열풍은 소비자본주의의 영향력이 커지고 섹슈얼리티에 대한 인식의 폭이 넓어졌음을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인프라에 비해 돈이 될 만한 콘텐츠가 빈약한 상태에서 ‘몸’은 주요한 상품으로 부상하게 됐죠. 그런데 포털사이트측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몸 장사’가 연예인의 누드입니다. 또 참여하는 연예인들도 사실 여러 가지 이유로 잊혀졌다가 새롭게 자기를 알리려고 하는 경우가 많죠. 이런 ‘돈’과 ‘명성’을 노린 양자의 이익이 부합되다 보니 연예인 누드는 세미포르노그라피적인 요소가 강할 수밖에 없어요. 또 인터넷, 모바일 결제라는 새로운 유통망과 연결되면서 누드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겁니다.”

사실 누드집이 종이로만 인쇄되던 90년대에는 수익성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과 모바일이 보편화된 요즘 10여장에 몇천원 하는 식의 소액결제가 가능해졌고, 굳이 서점에 가서 남의 눈을 의식하며 몰래 보거나 집에 보관하지 않아도 마음 내킬 때 휴대전화나 개인 컴퓨터를 통해 사적인 공간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장점 덕분에 누드 영상은 동시 접속자가 수백 명에 이르고, 10억여원이 넘는 이익을 창출하는 산업이 됐다.

관음증과 노출증의 결과물

누드는 이제 연예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동연 소장은 “연예인으로부터 시작된 우리 사회의 누드 신드롬은 몸의 아름다움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현상의 문제인 동시에,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행위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진단한다.

자신 혹은 애인의 몸을 소장하고,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대중의 욕구는 인터넷상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반인들의 누드가 생산되고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 소장은 “사실 연예인 누드가 일반화되기 전부터 일반인 누드 동호회가 있었지만 대부분 음성적으로만 활동했다. 그러다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지금처럼 일반인 누드가 인터넷상에 광범위하게 나타나게 됐다”며 “현재 유통되는 일반인 누드 중에는 예술적인 것도 있지만 음란물에 가까운 것이 훨씬 많다”고 우려했다.

“필름카메라 시절에는 자신의 누드를 찍더라도 타인에 의해 인화과정을 거쳐야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쉽게 누드를 찍지 못했죠. 하지만 디지털카메라와 카메라폰이 보급되면서 스스로 찍어 바로 볼 수 있게 됐어요. 별다른 금기 의식 없이 ‘한번 찍어봐’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누드를 찍는 거죠. 최근 일반인들의 누드촬영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졌어요. 마치 연예인인양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각종 소품을 사용해 멋을 내면서 누드를 찍어요. 그리고 이 사진들을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 인터넷상에 올리죠.”

일반인의 누드에 대한 관심은 거의 폭발적이다. 일반인 누드는 연예인 누드보다 훨씬 적나라한 경향이 있다. 따라서 ‘예술적 포장’이 된 인위적인 연예인 누드에 식상한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 퍼니북(www.funnybook.co.kr)에서는 지난 4월27일 연예인 지망생이나 일반인의 누드를 담은 ‘연예인 맞짱 누드집’을 선보였는데, 단 하루 만에 10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찾았다.

또 STC엔터테인먼트는 톱짱닷컴(www.topzzang.com)을 통해 ‘몸짱을 찾아라’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자신의 누드나 세미누드 사진을 사이트에 올리면 네티즌들이 점수를 매겨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을 ‘몸짱’으로 선발하는 것. 최고 몸짱에는 1억원의 상금과 연예계 데뷔 기회가 주어진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일반인들이 자신의 ‘몸’을 과감히 드러내는데, 참가자들은 학생, 프리랜서, 주부, 회사원 등 다양하다. 응모자 중에는 40대 주부도 있었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의 참여도 많다.

2/4
글: 장옥경 자유기고가 writerjan@hanmail.net
목록 닫기

대한민국 강타한 인터넷 누드 신드롬

댓글 창 닫기

2023/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