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소연은 2014년 1월, 일본 고베 아이낙에서 잉글랜드 여자축구 슈퍼리그(WSL) 첼시 레이디스로 이적했다. 그가 속한 팀은 명문 축구클럽 첼시의 여자팀으로 회장은 첼시의 주장이자 전설인 존 테리다.
지소연은 WSL 첫 시즌 19경기에 출전해 9골을 터뜨리며 중하위권을 전전하던 팀을 리그 2위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팀은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냈고, 지소연은 WSL 선수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그는 대한축구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여자선수상도 4차례(2010, 2011, 2013, 2014년)나 받았다.
1월 16일 귀국한 지소연은 1월 30일 영국으로 다시 떠났다. 1월 1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그를 만났다.
‘지메시’와 ‘지느님’
“사진을 이렇게 밋밋하게 찍는 것보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축구화를 신으면 멋있지 않을까요?”
지소연이 던진 말에 깜짝 놀랐다. 생각지도 못한 사진 콘셉트다. 정말로 근사할 것 같았다. 다음에 인터뷰할 때 그런 사진을 찍자고 약속했다. 지소연은 그라운드에서 드러내는 거친 이미지와 달리 웃음과 애교가 많다. 어떤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 소연 선수 팬이 많아. 인기를 실감하니?
“페이스북을 운영하는데, 친구가 5000명 넘어 더는 친구를 못 맺어요. 팬이 늘어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인기가 많으면 광고 촬영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섭외가 안 들어오네요, 하하.”
▼ 네가 기자라면 ‘지소연’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싶니.
“앗, 정말 신선한 질문인데요! 글쎄요, 제가 기자라면? 음, 솔직히 얘기해도 돼요? 근데 기자가 돼 유명한 축구선수를 인터뷰할 수 있다면 지소연보다 박지성 선수를 꼭 만나고 싶어요. 기사로 정제돼 나온 발언이 아닌, 박지성 선수가 직접 한 말을 통해 그의 삶을 배우고 싶어요. 제가 지성 오빠 좋아하는 거는 아시죠?”
지소연은 그간 박지성에 대해 사심(?)을 자주 드러냈다. ‘오빠가 한국 축구의 위상을 드높인 것처럼, 한국 여자축구의 아이콘으로 남고 싶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지성 오빠는 축구도, 인간적인 매력도 대단한 분’이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지소연은 박지성을 ‘지느님’(지성+하느님)이라고 부른다. 수년 전 토크쇼에서 박지성 팬을 자처하는 지소연에게 진행자가 당시 미혼이던 박지성과의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농담처럼 던진 질문에 지소연은 “그럴 수만 있다면 정말 땡큐요”라고 말해 한때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박지성-지소연’이 커플로 뜬 적도 있다.
▼ 선수 말고, 감독 중에는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 없어?
“첼시 레이디스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명문 팀 첼시와 자매 팀이에요. 가끔 훈련하러 갈 때 운동장에서 첼시 선수들이나 조세 무리뉴 감독님을 만납니다. 만약 제가 기자라면 무리뉴 감독님을 만나 어떻게 하면 축구를 잘할 수 있을지 묻고 싶어요. 혹시 가능하다면 우리 팀에 와서 가르쳐달라는 부탁도 드리고 싶고.”
▼ 엠마 헤이즈 첼시 레이디스 감독이 이 얘기 들으면 싫어할 텐데?
“엠마 감독님도 배우는 것이니 오히려 더 좋아하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도 아닌 무리뉴인데요, 하하.”
지소연은 2010년 12월 고베 아이낙에 입단해 일본에서 3년을 보냈다. 일본 축구가 여자월드컵 우승(2011년), 런던 올림픽 은메달(2012년)의 성적을 거둔 시기에 사와 호마레, 가와스미 나호미, 오노 시노부 등 일본 여자축구 스타들과 함께 뛰면서 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소연은 2011, 2012년 시즌 나데시코리그 베스트11, 2013년 몹캐스트컵 MIP(Most Impressive Player) 등 개인상을 휩쓸었고 일본에서의 마지막 시즌 팀이 4관왕을 차지할 때 크게 기여했다.
지소연이 바라던 첫 해외 진출은 사실 일본행이 아닌 미국행이었다. 일본 진출을 앞두고 필자와 인터뷰하면서 “미국이 아니라 조금 아쉽지만, 먼저 일본 무대에 적응한 후 미국으로 가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다”라며 서운함을 달랜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