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밀착 르포

매일 33명씩 집 나가는 아내들

채팅으로 눈맞고 카드빚에 몸팔고

  • 글: 장옥경 자유기고가 writerjan@hanmail.net

매일 33명씩 집 나가는 아내들

3/5
매일 33명씩 집 나가는 아내들

남편에 대한 불만. 아이들에 대한 소외감 등으로 인터넷 채팅에 빠져드는 주부들이 늘어나면서 인터넷이 불륜의 온상이 되고 있다.

“물론 문제가 있는 남자였어요. 남자 중에는 여자를 망치는 나쁜 남자가 있는데, 그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었어요. 굳이 캐려고 하지 않아도 가까이 하면 다친다는 ‘위험신호’가 느껴지는 남자였죠. 하지만 그는 내가 원하는 걸 정확하게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원하는 부분만 취하고 다른 부분은 눈을 감았어요.”

한번 가정주부로서 갖춰야 할 도덕률이 금가자 그녀는 좀더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사는 게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애들한테도 ‘공부해라’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다그치지 않았죠. 전보다 후해지고 너그러워졌어요.”

바람난 여자는 낮동안의 짧은 만남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 ‘남편이 출장을 떠난 친구와 하룻밤 자고 오겠다’는 거짓말로 하루를 외박하고 ‘여고 동창끼리 여행 간다’는 거짓말로 이틀을 외박하다가 아예 남편의 급여 통장까지 들고 나갔다.

“남편 돈을 좀 썼어요. 통장이 바닥나자 카드도 긁고. ‘그게 어떤 돈인 줄 아냐’며 시어머니나 시누이가 ‘죽일 년, 살릴 년’ 하고 욕을 했지만 떼먹을 생각은 없어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남편 돈은 갚을 겁니다.”



가출 1년째라는 그녀는 지금은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무슨 일인지는 정확하게 얘기하지 않았지만 벌이는 괜찮다고만 했다. 채팅으로 만난 남자는 장래를 기약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애초부터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헤어진 뒤에도 상처는 별로 없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면 돌아가지 왜 안 돌아갔느냐고 묻자, 그녀는 “노는 물이 달라져 다시는 그 물에서 살 수 없다”며 “지금처럼 사는 게 구속 받지 않고 자유로워 좋다”며 통화를 끝냈다.

울산지방경찰청 박해순 청소년여성계장은 ‘현장에서 본 주부 일탈의 원인과 실태’라는 논문에서 “가출주부의 대다수는 가출 후 생활이 어려워지면 쉽게 돈을 벌수 있는 노래연습장 등 유해업소에서 남자들의 술시중과 함께 음주 가무 등 흥을 돋우는 역할(일명 삐끼걸)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처음에는 생활수단으로 유해업소에서 일하지만 점차 그 속으로 빠져들게 되어 다시는 가정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한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이미영 울산지부 회장은 “남편의 실직, 남편과의 정서적 교감에 문제가 있어 일탈하는 경우와 성적 불만족, 남편의 외도로 인한 분노 등이 ‘주부 일탈’의 주 원인이며 인터넷 채팅을 통한 번개문화, 노래방, 전화방, 나이트클럽 등이 그 통로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아래의 상담사례들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K씨는 전화방에 전화를 해서 남자를 알게 되었다. 결혼한 지 8개월째인데 남편의 외도에 화가 나서 전화방에 전화를 해본 것이었다. 만난 지 2개월 만에 육체관계를 맺었는데 지금도 일주일에 2번 정도 관계를 가지고 있다. 내가 힘들 때 따뜻하게 위로해준 사람이라 관계를 정리하고 싶어도 잘 되지 않는다. 한편으론 내 행동이 후회되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마음이 괴로워 상담 창구를 두드리게 되었다.”

“IMF가 터지고 다니던 직장이 부도나는 바람에 직장을 잃었다. 그 후 슈퍼마켓에서 일을 했는데 하루 일당이 너무나 작았다. 친정 형제들의 도움으로 생활을 꾸려오다가 동네 친구의 소개로 노래방에 나가게 되었다. 노래방에서는 시간당 2만원을 버는데 벌이가 괜찮아 그럭저럭 생활을 꾸릴 수 있다. 간혹 노래방에서 ‘2차’를 나가기도 한다. 쉽게 돈을 벌 수 있어서 앞으로 유흥 서비스업이 아닌 곳에는 취업하기 어려울 것 같다.”

“아내가 얼마 전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자와 눈이 맞았는지 언제부턴가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다가 며칠 전 그 남자와 살겠다며 가출해버렸다. 아이가 이제 겨우 세 살밖에 안 되었는데 너무 무책임한 게 아닌가. 그러나 아이를 위해서라도 함께 살아야겠다고 생각해서 돌아오라고 전화하였더니 ‘다 필요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눈맞은 남자의 직업이 나보다 더 낫거나 경제적 형편이 더 좋은 것도 아닌데…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찾아가서 데려오려고 했지만 아내는 돌아오지 않으려 한다. 아내의 마음을 되돌릴 방법이 없겠는가?”

일반적으로 남자의 일탈은 가출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다. 하지만 주부의 일탈은 가출로 이어지고, 이혼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아 더욱 문제가 된다. 남성의 전화 이옥 소장은 “사회가 달라졌다 해도 아직까지 ‘남자의 바람은 무죄’라는 통념이 남아 있어 외도를 한 남자가 집으로 돌아오기는 쉽지만, 여자의 경우는 남편이 받아들인다고 해도 가정 해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일탈을 눈감아준 남편을 고마워하기보다 이를 계기로 남편에게 “내 행복을 찾겠다”고 선언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3/5
글: 장옥경 자유기고가 writerjan@hanmail.net
목록 닫기

매일 33명씩 집 나가는 아내들

댓글 창 닫기

2019/09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