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심층취재

무기도입과 군납비리

원가 부풀리기, 실력보다 인맥, 폐쇄성이 주범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무기도입과 군납비리

2/6
통제품목은 무기체계 등 특별한 통제가 필요한 품목으로 국방부 획득심의위원회에서 구입 여부를 결정한다. 획득이란 무엇을 구입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으로 국방부 획득실이 주무부서다. 획득심의를 할 때는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연구원(KIDA), 조달본부(DPA), 방위산업진흥회(KDIA) 등의 기관에서 조언을 하는데, 이와 관련된 모든 회의에 기무사 관계자가 배석한다. 통제품목은 다시 연구개발과 국외수입 품목으로 나뉘는데 연구개발의 경우 국방과학연구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통제품목을 제외한 모든 군납품이 일반품목이다. 일반품목은 별도의 획득절차 없이 조달본부에서 구입 여부를 결정한다. 통제품목이건 일반품목이건 계약은 모두 조달본부에서 이뤄진다. 원래는 모든 군납품이 획득절차를 거쳐 조달돼야 하지만 일반품목의 경우 조달본부가 획득기능을 겸하고 있는 것이다. 군납품 중 군납업체를 통하지 않고 시중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물건, 예컨대 종이 유리 등 상용품은 정부기관인 조달청이 구매를 대행한다.

조달본부에서 구매하는 물품은 각 군이 공통적으로 쓰는 물품이다. 대부분의 군수품은 조달본부에서 구매 여부를 결정하지만 특정 군에서만 사용되는 물품은 군수사령부(군수사)에서 구매한다. 예컨대 해·공군은 안 쓰고 육군에서만 쓰는 장비는 육군 군수사에서 자체 구입한다. 그런데 사실 군수사의 주된 기능은 조달보다는 분배다. 조달본부가 계약한 물품을 업체로부터 납품받아 각 군 소요부대에 나눠주는 역할이 그것이다.

통제품목의 경우 조달본부가 하는 일은 별로 없다. 국방부 획득과정을 통해 선정된 납품업체와 계약만 체결하면 된다. 반면 일반품목의 경우 조달계획을 세운 후 획득심의에 해당되는 조달판단을 하고 원가를 산정한다.

원가 산정이 끝나면 입찰 및 협상 단계로 들어간다. 모든 계약은 공개입찰이 원칙이지만 특정업체에서만 제작이 가능한 물품의 경우엔 수의계약을 한다. 특히 방산물품의 경우 한번 방산업체로 지정되면 오랫동안 그 자격이 유효하기 때문에 방산업체들이 사실상 독점권을 갖는다.



계약과정에서 발생하는 군납비리의 전형은 원가를 부풀려 부당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원가비리는 군이 업체에 속거나 업체와 한통속이 돼 알고도 눈감아줄 때 발생한다. 글머리에 소개한 원가감사 전문가 김 중령은 “조달본부는 무조건 깎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업체들이 깎일 것을 대비해 아예 비용을 더 올려 청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속거나 한통속이거나

국방부 감사관실은 지난 몇 년 동안 대형 군납사업들에 대한 원가감사를 통해 1000억원대에 이르는 돈이 부당하게 지불된 사실을 적발했다. 그러나 업체의 반발과 조달본부, 감사원 등 관련기관과의 견해 차이, 그리고 국방부 수뇌부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감사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감사원은 이와 관련된 자료를 비공식적으로 넘겨받았으나 아직까지 감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군내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자료는 최근 군검찰과 검찰에도 넘겨졌다. 그에 따라 조만간 군납업체의 원가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감사 차원에서 수사 차원으로 넘어간다는 것은 원가비리에 관련된 군 관계자들과 업체 대표들의 유착관계를 파헤쳐 직권남용이나 향응·뇌물수수 혐의를 조사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업체의 반발은 물론 국방부 내에서 ‘과잉 감사’라는 비판이 있는 데다 감사원도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이 수사를 하더라도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조달본부 관계자는 “국방부 감사관실에서 지적한 내용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는 것이지만 감사원과도 입장 차이를 보이는 만큼 사실 관계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원가 계산이라는 게 여간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면서 “검찰 수사를 통해 국방부 감사관실에서 적발한 원가비리가 다 사실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군관계자들의 고의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동아’는 국방부 감사관실에서 문제제기한 원가감사 내용을 단독 확인했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1999년부터 생산된 한국형단거리미사일(천마사업)의 경우 국방부 감사관실의 원가감사 결과 301억원이 과다산정된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관실은 업체로부터 31억원을 환수조치하고 80억6000만원을 감액하며 190억8000만원을 절감조치 하도록 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업체는 착수금과 중도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가 하면 실제 작업시간에 상관없이 퇴근시간을 연장해 잔업수당을 지급하고 외부에 발주한 가공품을 자체 제작한 것으로 위장하는 수법 등으로 원가를 부풀렸다.

위약금을 감안해 실제 환수조치된 금액은 25억3000만원이었는데 그나마 국방부 재심회의에서 15억3400만원을 도로 돌려주기로 결정하는 바람에 최종 환수된 금액은 9억9500만원이었다. 대우종합기계가 주 사업자인 천마사업은 2005년까지 886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며 13개 업체가 부품 생산·조립에 참여하고 있다.

2/6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목록 닫기

무기도입과 군납비리

댓글 창 닫기

2019/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