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호

쇼클리 박사와 8인의 반란자

  • 류현정 전자신문 기자 dreamshot@etnews.co.kr

    입력2006-11-06 15:0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쇼클리 박사와 8인의 반란자
    노벨상 시즌이다. 올해 영예의 수상자 명단이 속속 발표되고 12월이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상식이 열린다. 반도체와 노벨상을 연관지어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있다. 미국 벨연구소에서 PN접합 트랜지스터를 개발한 공로로 1956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쇼클리 박사(사진)이다. 그는 반도체 시대의 서막을 올렸으며, 현대 전자공학의 기초를 닦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트랜지스터는 그동안 신호를 증폭한 진공관보다 크기가 작고 가벼울 뿐 아니라 전력 소비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트랜지스터의 발명은 ‘기계’의 등장으로 시작된 산업혁명이 ‘전자’로 대변되는 정보통신혁명으로 전환하는 분수령이 됐다.

    반도체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엄청난 성능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고 정보통신혁명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 정보처리 능력과 저장 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정보산업의 질적인 도약을 이끌었다.

    인텔사를 창업한 고든 무어는 1965년 ‘반도체 용량이 매년(이후 2년으로 수정) 2배씩 증가한다’고 말했고, 이는 훗날 PC에 들어가는 마이크로프로세서(CPU)에 집적된 트랜지스터 수가 2년마다 2배씩 늘면서 증명된 바 있다.

    집채만한 컴퓨터가 호령하던 30년 전, ‘모든 책상에 컴퓨터’라는 구호를 외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비전도 PC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인 마이크로프로세서의 혁신적인 성능 향상 없이는 실현 불가능했다.



    앞으로 다가올 유비쿼터스 시대에도 반도체가 여전히 중요한 정보혁명의 원동력이라는 점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모든 곳에 소형 컴퓨터가 내장되고 네트워크로 연결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시대에 고기능, 초소형, 대용량화한 반도체 기술은 필수다.

    반도체 덕분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는 정보처리 분야(CPU)보다 정보저장 분야(메모리)의 강자다. 2008년쯤 메모리 칩 10개에 국회도서관의 장서 220만권을 모두 저장, ‘손 안의 도서관’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세상을 바꾼 쇼클리 박사는 노벨상 수상 이후 어떻게 살았을까. 그는 ‘쇼클리 반도체 연구소’를 만들고 20대의 전도유망한 과학자 12명을 모았다. 속설에 따르면 쇼클리 박사는 반도체 내부에 돌아다니는 전자까지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고 한다. 그 정도로 비범했지만, 아쉽게도 연구원 12명 중 8명은 예측 불가능하고 괴팍하기 그지없는 이 천재의 행동을 참다못해 연구소를 박차고 나갔다.

    쇼클리를 대로케 한 ‘8인의 반란자’ 중에는 ‘무어의 법칙’의 주인공인 고든 무어도 있다. 비록 쇼클리 반도체 연구소는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8인의 반란자는 이후 인텔·AMD·페어차일드반도체·LSI 로직·내셔널 세미컨덕터 등 오늘날 업계를 주름잡는 기업을 창업, 대성공을 거뒀다.

    결국 쇼클리 박사는 세계 반도체 업체의 젖줄 노릇까지 톡톡히 한 셈이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