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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 변호사의 ‘법률세상’

독점에 맞섰나 몹쓸 담합인가 9000억 배상 위기 애플 전자책

  •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KAIST 겸직교수

독점에 맞섰나 몹쓸 담합인가 9000억 배상 위기 애플 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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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선 쉽지 않은 소송

이번 판결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줬다. 카르텔(담합행위)이 어떤 경우에 위법한지, 카르텔의 경계가 어디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던진다. 기존 독점자의 기득권을 타파하기 위해 이뤄진 담합이 과연 공정거래법의 테두리 안에서 허용될 수 있을지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고민스러운 주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법원이 셔먼법을 과도하게 확대 해석했다는 주장도 많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주로 특정 기업의 시장독점이 가져올 폐해를 우려한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아직은 독점적 시장지배자인 아마존이 낮은 가격정책을 유지해 다행이지만,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향후 얼마든지 소비자의 권리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이번 판결은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 진입하려는 신규 기업의 경영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비판을 받는다. 이번 판결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기존의 독점구조에 대응하는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는 논리로 악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 법무부는 이런 종류의 사건을 주로 형사(刑事)적으로 해결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형사적인 소추 대신 민사소송을 통한 문제 해결을 시도한다. 법조계에서는 미국 법무부가 이번 사건을 민사적으로 다루는 이유에 대해 ‘형사소추 시 공소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의 노력을 감안해 법무부가 형사적인 제재보다 민사소송을 택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어떤 경우이든 간에 법원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판결이 나온 직후 애플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이번 판결이 파기될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 출판사들이 사실상 백기투항하며 법무부와 화해하고 사건을 종결한 것도 이번 판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국 법원의 판결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집단소송제 도입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우리나라의 사정 때문에도 그렇지만, 3200억 원 이상(2013년 기준) 규모로 성장한 우리나라의 전자책 시장을 생각해도 그렇다. 단순히 남의 나라 얘기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미국에서와 같은 소송이 벌어졌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과연 미국에서처럼 담합 사실을 인정받아 소비자가 천문학적인 금액의 배상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 아쉽게도 그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란 게 필자의 판단이다.

우리나라 법원은 기업의 담합 여부, 특히 담합 합의 여부 판단에 대해 유독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이미 여러 차례 대형 담합 의혹 사건이 제기됐지만 법원의 엄격한 입증 요구 때문에 번번이 과징금 처분이 취소됐다. 심지어 담합에 관여한 기업 중 하나가 스스로 담합을 시인해도 이를 담합으로 인정하지 않은 사례가 있을 정도다. 최근 여러 대기업이 관련된 ‘가격담합에 대한 과징금부과처분취소’ 사건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담합에 참여한 구성원 전체의 직접적 합의가 없어도 개별적 합의의 집합만으로도 담합 혐의를 인정(합의인정법리, Hub and Spoke Conspiracies)하는 미국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게 현실이다.

애플의 담합소송에 대한 시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소송이 가능하고, 또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아 소비자가 거액의 배상금을 기업으로부터 받아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다. 소비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한 우리의 법 현실을 생각하면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김승열

● 1961년 대구 출생 ● 서울대 법학과, 미국 노스웨스턴 법과대학 LL. M. ● 대통령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 금융위원회 자금세탁방지정책위원, Paul Weiss(미국 뉴욕)변호사


신동아 2014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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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KAIST 겸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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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에 맞섰나 몹쓸 담합인가 9000억 배상 위기 애플 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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