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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의 남성탐구

남에게 엄격한 봉두완의 말, 자신에 치열한 이외수의 글

  • 정혜신

남에게 엄격한 봉두완의 말, 자신에 치열한 이외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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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두완과 이외수는 우리의 삶에서 재능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또 어 떤 의미가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남자들이다. 때로 재능은 우리들의 눈을 멀게도 하는데….
봉두완 교수는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그는 신문기자, 방송진행자, 국회의원, 대학교수 등 각각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직업을 두루 섭 렵한 흔치 않은 사람이다.

93년 이래로 봉두완의 공식적인 직함은 광운대 인문사회과학대 신문방송학과 정교수다. 그런데 ‘돈 안되는 일’을 하기 위해서 맡고 있는 감투는 더 많다. 그는 현재 성(聖)나 자로마을(나환자촌) 돕기회 회장, 남북한 장애인 돕기 운동본부 고 문, 천주교 서울대교구 한민족 복음화추진회장, 적십자 봉사회 중앙 협의회 회장,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를 맡고 있다.

많은 사람이 봉두완이란 인물에 주목하고, 박수를 보내거나 신경을 곤두세우는 건 그의 공식적 직함이나 존경을 받아 마땅한 봉사활동 경력 때문이 아닐 것이다.

봉두완은 우리에게 영향력 있는 언론인 혹은 탁월한 진행능력이 돋보이는 방송인으로 인식돼 있다. 우리나 라 최초의 앵커맨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그는 나이가 벌써 66세임에도 방송진행 능력만큼은 아직도 절정의 감각을 유지하 고 있다.

“어디 이런 사람 없나요? 말 잘하고, 호감 주는 목소리에 딱딱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낼 만한 사람, 편파적이라는 이야기 듣지 않도록 시각은 균형 잡혀 있어야 하고, 사회 정치 경제 문화 환경 등 모든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일가견을 갖고 있는, 그러면서도 카 리스마가 있고 대중적인 지명도가 있는 그런 사람 혹시 어디 없나요 ?”



이 황당하고 불가능할 것 같은 구인광고의 카피는 라디오 시사프로 그램 제작진이 늘 하는 말이란다.

그렇다면 시사프로그램 제작진의 끊임없는 구애를 받고 있는 봉두완은 이런 불가능한 조건을 거의 완 벽하게 갖춘 사람이라는 의미 아닌가. 대단하다. 시사평론가나 방송 인으로서 봉두완의 재능이나 상품가치가 얼마나 대단한가를 잘 보여 주는 대목이다.

1970년 4월 1일 TBC라디오 ‘뉴스전망대’에서 꽃피우기 시작한 봉 두완의 탁월한 재능은 여전히 유효하다. 엄밀하게 말하면 여전한 정 도가 아니다. 이제 그의 풍자나 질타는 봉두완의 사회적 중량감이나 만만치 않은 인맥과 맞물려 그 파괴력이나 영향력에 있어서 메가톤 급이다.

이 대목쯤에서 봉두완의 놀라운 재능에 대한 부러움이나 감탄의 심 정을 잠시 접어보자. 대단히 변덕스럽고 방탕하며 무책임하기까지 한데 얼굴은 장동건인 남자가 있다 치자. 플레이보이 기질에 질려버 린 여자는 그 사내와 결별하고 싶어하지만 그때마다 흔들리는 자신 을 발견한다. 성격이나 기질이라고 하는 무형의 요소보다는 대리석 을 깎아놓은 듯한 그의 준수한 얼굴이 먼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때로 인간의 재능이란 ‘장동건의 얼굴’처럼 한 사람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봉두완은 이러한 인식의 걸림돌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인물이란 게 필자의 생각이다. 특히나 봉두완은 그의 빛나는 재능과 존경스러울 만큼 이타적인 삶이 어우러져 더더욱 그의 실체에 대한 정확한 인식 을 어렵게 한다.

필자는 이 글에서 봉두완을 찬찬히 다시 살펴보려고 한다. 살다보면 예전에 보았던 헝클어진 사진더미가 마음에 걸려 느닷없이 책상서랍 을 뒤엎어 놓고 정리를 시작하는 때도 있지 않은가. 바로 그런 것이 다.



타고난 작가인가, 노력하는 소설가인가

소설가 이외수는 자신이 문학에 별로 소질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 다.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은 사람의 자신감에서 나온 의례적인 겸양 은 아닌 것 같다.

“나는 딱 중간 정도의 인물이지요. 다만 남들보다 뛰어난 점이 있 다면 굶주림과 불면에 강한 것입니다. 그래서 시간 활용에는 남들보 다 강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94년 그가 한 잡지와 인터뷰할 때 한 말이다. 1980년 발간된 창작집 ‘겨울나기’의 작가 후기도 그런 마음의 일단을 잘 보여준다.

“제 소설에 속지 마십시오. 저는 실패의 천재, 사랑도 실패하고 자 살도 실패하고 소설도 실패만 합니다.”

소질 없는 사람이 소질 있는 사람처럼 보이게 쓰려면 어쩔 수 없이 몇 배나 많은 시간을 고통으로 뒤척일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주장 이다. 남들은 자기를 보고 ‘타고난 인물’이라는 평가도 하는데, 사실은 그렇게 되려고 노력할 뿐이라는 것이다.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다작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의 소설은 항상 40만∼50만 부가 고정적으로 팔린다. 더구나 첫 출간한 지 20년이 넘은 그의 첫 장편소설 ‘꿈꾸는 식물’에서부터 근작에 이르기까지 그의 전 소설은 ‘죽지 않고’ 계속 팔리는 스테디셀러 다. 간간이 간행하는 몇 권의 산문집도 15쇄 정도는 기본으로 찍어 낸다.

출판에 있어선 일종의 흥행 보증수표가 바로 이외수다. 이른바 ‘이 외수 마니아’란 독자군이 형성돼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아마 우 리나라의 모든 작가를 통틀어 2∼3명 정도만 이런 희귀한 경우에 속 할 것이다.

그의 문학활동 초창기인 1980년, 어떤 문학평론가는 이외수를 일러 만들어진 작가가 아니라 태어난 작가라고 평가했다. 타고난 듯한 상 상력과 아름다운 언어의 연금술을 터득하고 있는, 한마디로 천부적 인 재능을 타고난 작가라는 것이다. 그의 독특한 감성과 재능에 대 한 찬사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이외수는 자신의 재능없음을 한탄하면서, 선혈(鮮血)로 쓴 다는 말을 들을 만큼 처절한 노력으로 자신을 ‘타고난 작가’의 반 열로 밀어 올린다. 이 대목에 이르면 인간의 재능이란 게 도대체 무 엇일까 하는 의문이 생겨난다.

과연 동시대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작가 중 한 사람이라는 대중의 평가와 재능있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할 뿐이 라는, 이외수 본인의 말 중 어느 것이 진실일까. 늘 ‘재능이 있는 가 없는가’ 하는 화두로 해서, 부러움과 절망과 교만의 감정에 일 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이외수는 또 다른 호기심을 불러일 으키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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