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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사례로 본 한국 의료시장의 앞날

의료시장 개방, 병원경영평가 시스템 도입 검토해야

  • 글: 민도영 조세연구원 재정분석센터 연구원

일본의 사례로 본 한국 의료시장의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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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의료시장 개방을 앞두고 정부 내에서조차 아직까지 완전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DDA 협상이 소강 국면에 있고, 의료의 공공성이 침해받을 가능성이 큰 데다 실익도 별로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통상교섭본부 민동석 DDA담당심의관은 “DDA는 일괄타결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어느 한 분야만을 개방에서 제외할 수는 없으며 의료 서비스 분야는 대다수 국가에 이익이 되기 때문에 결국 개방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보건 의료 발전 계획안을 통해 의료시장 개방과 영리병원 허가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5조원에 이르는 공공의료 확충, 부실병원 인수 등 이 계획에 필요한 9조원의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시행 과정에서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사실 영리법인 허용과 건강보험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도의 철폐는 국내 의료인들의 오랜 소망이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료시장 개방에 대해 의료 공급자의 63%가 찬성한 반면, 시민단체는 40%만이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리병원 개설에 대해서는 의료계의 80%가 찬성한 반면 시민단체의 경우 71%가 반대해 극명한 시각 차이를 보였다.

보건사회벤처협회 박인출 회장은 “시장을 개방하고 관계 법령을 정비하는 것보다 더 확실한 경쟁력 강화책은 없다”고 개방에 대한 의료계의 인식을 대변했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의 반응은 한·칠레 FTA협상 때 못지않게 심각하다. 김홍신 전 의원은 지난해 전국보건의료노조 등 12개 단체가 소속된 ‘의료개방저지 공대위’ 주최 공청회에 참석해 “의료 개방은 동남아 지역의 시민 건강권을 다국적 기업이 장악하려는 음모”라며 “공공의료가 취약하고 의료보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큰 상황에 의료시장이 개방된다면 엄청난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시장원리를 의료계에도

그런데 시민단체들은 시장개방 자체보다는 개방과 연계한 민간 의료보험 도입 시기를 앞당기는 데 더욱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영리법인 인정’과 ‘강제요양기관 지정제 철폐’를 우리나라 의료시장 개방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의사들과는 완전히 반대 입장이다. 그들은 의료시장 개방 자체에는 어느 정도 수긍하지만, 민간 의료보험 도입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환자는 자신의 경제력에 걸맞은 맞춤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저소득 계층에게는 정부가 제공하는 최소한의 진료밖에 받을 수 없는 부작용과 비인격적 대우를 받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그렇긴 해도 ‘영리병원 제도’ 채택은 대세다. 적자가 가중되고 있는 의료 부문을 정부가 계속해 전적으로 책임진다면,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병원은 병원대로 운영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개인 소유임에도 사회주의 성격이 강한 의료체계 탓에 영리성을 배제하다 보니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이미 영리병원이 허용된 상태다. 그러나 일본 역시 공익성에 무게를 두고 있어 병원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내는 것은 통제되어왔다. 대신 부족한 부분을 정부가 부담해주는 관치 영리병원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병원 자체의 경영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장기간 재정 지원을 통한 관치 영리병원 제도가 정부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자 일본 정부는 본격적인 의료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일고 있는 의료개혁의 핵심은 병원의 경쟁력과 자생력을 키우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병원의 영리성을 최대한 강화해, 자본주의 색채가 짙은 자금 조달 방법인 직접 금융을 허락했다. 직접 금융이 가능해지면 경쟁력이 있는 병원은 직접 금융으로 축적된 자금을 활용해 의료의 질을 높이고, 경쟁력이 없는 병원은 자연 도태된다. 즉 시장의 법칙을 의료계에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정책에 발맞추기라도 하듯이 피치 레이팅스를 비롯한 세계적인 신용평가 회사들이 병원 신용 평가 시장에 뛰어들었다. 진료 보수 채권의 증권화나 병원채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한 것이다. 특히 병원들이 주식회사처럼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지 않아 기업 통합이 어렵고 경영의 불투명함 등으로 투자자들이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신용평가 회사들이 속속 시장에 참여하는 이유다. 신용평가 회사들은 앞에서 언급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등급 평가의 필요성과 실제로 투자자를 끌어들여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반이 존재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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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민도영 조세연구원 재정분석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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