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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정치

‘절대 강자’ 박근혜, 1인지배 함정에 빠지나

  • 글: 정연욱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jywll@donga.com

‘절대 강자’ 박근혜, 1인지배 함정에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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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유세 현장 곳곳에서 수많은 인파와 만나 직접 눈을 마주치며 손을 잡는다. 짧은 순간이지만 사람들에게 ‘진실하다’는 인상을 남겨주기에 충분하다는 게 박 대표 측근의 설명.

박 대표가 구사하는 용어나 표현은 간결하다. 유세를 마칠 때 “여러분을 믿고 가겠습니다”라는 표현은 박 대표의 ‘단골메뉴’가 된 지 오래다. 이와 관련, 박 대표는 최근 기자들에게 “나는 가급적 쉬운 표현을 쓰려고 하는데 그런 것이 듣기에 더 좋은 것 아니냐”며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 대표는 자극적인 표현을 싫어한다. 박 대표는 당내에서 호남과 충청권 등 열세지역을 공략하기 위한 노력을 ‘서진(西進) 정책’이라고 부르는 데 대해 불쾌함을 표시했다.

박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서진’이란 표현은 문제가 있다. 우리가 무슨 점령군이냐”며 “우리는 앞으로 보여주는 이벤트는 하지 않을 것이며 호남이나 충청인들이 ‘정말 한나라당이 잘하는구나’라며 한나라당을 찍고 싶은 상황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이 같은 스타일은 특유의 ‘진지함’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그는 손바닥만한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수시로 메모를 한다.



한 측근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박 대표는 며칠간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말도 거의 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고민이 끝나고 최종 결정을 내리면 뒤돌아보지 않는 성격”이라고 전했다.

박 대표의 성장 동력은 보수적 원칙 위에 서면서도 개혁과 변화의 화두를 계속 쥐고 있었던 데 있다. 그러나 그 원칙의 접점을 찾기가 어려워질 땐 그는 과감히 자기 길을 걸었다. 고집스러울 정도의 ‘강단’이 뒤따랐다.

실제 2002년 초 이회창(李會昌) 당시 총재가 자신이 요구해온 당권-대권 분리 등 정치개혁 방안을 거부하자 끝내 탈당(脫黨)을 결행했다. “설마 탈당이야 하겠느냐”는 주변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당이 불법대선자금 사건으로 파탄지경에 내몰리자 비주류의 외길을 고집스럽게 걸어온 행보는 그를 당의 전면에 올려놓은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양날의 칼’ 박정희의 그림자

박 대표에게 부친인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은 지우려야 지울 수 없는 ‘거대한 바위’나 다름없다. 박근혜 리더십의 발원지가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박 대표의 ‘국가주의’ 신념도 여기서 비롯됐다. 박 대표는 사석에서 “과거 청와대에 있을 때 식탁에선 나라와 국가, 국민에 대한 얘기가 대부분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에게 박정희 리더십은 후광(後光)이면서 그림자다. ‘양날의 칼’인 셈이다. 박정희 정권이 나라를 가난에서 건져낸 산업화세력의 본류이지만 인권 유린과 민주화세력 탄압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까지 걷어낼 순 없다.

박 대표는 “그 시대마다 시대의 역할이 있었다”며 ‘계승과 발전론’을 펴고 있다. 공과(功過)는 따질 수 있겠지만 일방적 매도는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선 그가 1974년 8월 육영수(陸英修) 여사의 피격 사건 이후 청와대에서 5년 남짓 ‘퍼스트 레이디 대행(代行)’직을 수행했던 특출한 경험에 주목하고 있다. 권력의 정점에서 권력의 생리를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평소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 대목에선 함구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통령이란 자리가 얼마나 고독한 지는 경험한 사람만이 안다”는 게 이유다.

작고한 ‘킹메이커’ 김윤환(金潤煥) 전 민국당 대표는 한때 이회창의 대항마로 박 대표를 꼽을 때 박 대표의 이 같은 ‘청와대 경험’에 주목했다. 권력의 운용 메커니즘을 꿰뚫는 경험은 무엇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정치적 자산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박 대표가 이미 가동중인 시스템의 운용, 즉 수성(守成)엔 능하겠지만 창업(創業)이나 다름없는 집권 과정을 헤쳐나갈 수 있느냐는 회의론이 바로 그것이다.

한나라당이 천막당사로 옮기는 ‘치욕’을 겪으면서도 과연 “바뀌어야 한다”는 뼈저린 반성을 체득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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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연욱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jyw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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