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권말부록|신의주특구 미스테리

클라이맥스에서 막내린 ‘양빈 신화’ 내막

신의주특구 미스테리

  • 번역·정리: 황의봉 동아일보 출판국부국장

클라이맥스에서 막내린 ‘양빈 신화’ 내막

3/22
허명규가 또 물었다.

“특구의 관세는 얼마입니까?”

양빈의 대답은 간단했다.

“면세(免稅)입니다.”

“그런데 특구의 여권은 어떻게 냅니까?”



허명규의 물음에 양빈이 반문으로 대답했다.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인데 조선측의 의견은 어떠합니까?”

“특구가 여권도 발급해야”

특구의 여권을 북한 정부가 발급하도록 하면 특구의 업무효율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특구 정부의 권위에도 손상이 갈 것이므로, 이 조항만큼은 반드시 특구 정부가 발급하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뤄교수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입장을 밝혔다.

“이 문제는 중앙 정부가 여권발급권을 특구장관에게 수여하고 특구 정부가 발급하도록 해야 합니다. 조선 정부가 세계의 여러 나라와 대부분 수교하였지만 일본 미국 등 미수교국이 있는데 그런 나라 사람들도 특구 여권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구 여권은 상업 거래에 편리한 것입니다.”

양빈도 한마디 거들었다.

“신의주 특구 여권은 특구가 발급해야 합니다.”

그러자 이번엔 허명규가 발언했다.

“중앙 정부가 발급권을 주면 특구는 하자 없이 잘 해야 합니다. 이건 다른 문제인데 특구에 왜 구기(區旗)와 구휘(區徽)가 있어야 합니까?”

허명규의 물음에 뤄웨이젠이 한마디로 대답했다.

“대외교류에 필요합니다.”

허명규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대외교류는 조선국기로도 될 것 아닙니까?”

이 부분에서 줄곧 말문을 닫고 있다시피 하던 마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안 됩니다. 우리 특구와 조선이 국제교류에서 같은 조선국기를 써서는 안 됩니다.”

뤄웨이젠이 한마디 덧붙였다.

“어떤 나라는 조선으로는 가지 못하게 하지만 특구로 가는 건 허가합니다. 그러므로 조선국기를 쓰면 불편하나 특구 구기를 쓰면 편리합니다. 특구 여권과 같은 이치입니다.”

양빈도 한마디 했다.

“일본의 이토사(社)도 정부의 규제 때문에 조선산 과일, 채소, 화훼, 수산물 등은 수입하지 못하지만 특구 산품은 가져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김 사장은 한 걸음 물러섰다.

“만약 필수적이라면 반드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이 건은 우리가 중앙에 보고하겠습니다.”

뤄웨이젠이 말했다.

“국제적인 회의에 참가하고 회원이 되려면 표징이 있어야 하고 회기(會旗)도 필요합니다. 여권을 발급하는 목적은 특구 여권 휴대자와 조선 여권 휴대자를 구별하는 것이므로 특구의 휘장이 있어야 합니다.”

“구휘, 구기, 여권에 대하여 우리가 중앙에 보고할 것입니다. 만약 중앙 정부가 특구의 기와 휘장을 비준한다면 귀측은 어떤 방안이 있습니까? 어떤 꽃을 상징으로 쓰려 합니까?”

김사장의 질문에 양빈은 “진달래꽃이 좋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양빈, 50㎢ 더 요구하다

3일째 회담은 네덜란드촌 암스테르담 기차역 3층홀에서 진행되었다. 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양측 대표들은 2층홀에 설치되어 있는 모래로 만든 신의주특구의 전경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 모형은 북한측이 제공한 82㎢의 신의주특구 지도에 따라 설계한 것이다. 신의주특구 모형은 압록강 연안에 긴 녹화 벨트가 놓이고 시내구역은 세계적 수준의 고층 빌딩과 하이테크 구역, 별장 구역, 공항과 널따란 8차선 도로, 공원처럼 꾸며진 생활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북한측 대표들은 눈길을 떼지 못하며 찬탄해 마지 않았다.

양빈이 북한측 대표단에게 신의주특구 모형을 구경시킨 것은 특구에 대한 북한측의 믿음을 확고히 하려는 목적 이외에도 항구와 향후 그 지역 거주민들을 이주시키는 문제를 북한측 대표들에게 인식시키려는 의도가 있다. 북한측이 제공하는 항구는 3000t급 화물선밖에 드나들지 못하는데 특구가 성공하려면 적어도 1만5000t급이 정박할 수 있는 항구가 필요하다. 우리가 희망하는 바는 주단도까지 끌어들여 항구, 창고 및 화학공업용지로 쓰려는 것이다. 신의주특구의 모형 앞에서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압록강의 출해구와 항구 선택의 편의성을 읽을 수 있었다.

3/22
번역·정리: 황의봉 동아일보 출판국부국장
목록 닫기

클라이맥스에서 막내린 ‘양빈 신화’ 내막

댓글 창 닫기

2021/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