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에 대학원 논문을 쓰던 중 암이 발병했습니다. 허벅지 부위가 아프기에 처음엔 책상에 오래 앉아 있어서 그러려니 하고 가볍게 여겼는데 상태가 점점 심각해졌습니다. 허벅지가 시뻘겋게 부어오르면서 통증도 심해졌지요. 당시 사촌형이 민중병원(현 건국대 부설 새서울병원) 정형외과 과장으로 있었는데 전화로 상태를 설명했더니 당장 병원에 오라는 겁니다. 조직검사를 하고 일주일 후 결과를 보러 갔는데 암으로 판명됐습니다.”
왼쪽 대퇴부와 골반을 연결하는 부위에 생긴 악성종양을 제거하려고 피부를 절개하자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했다. 당시 병원진단서에는 ‘왼쪽 허벅지 대퇴부에 8×9×17㎝ 크기의 거대한 살코마(악성종양) 발견’이라고 적혀 있다. 근육과 신경다발에 거대하게 얽혀 있는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려면 하체를 절단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만약 다리를 살리기 위해 종양의 일부만 제거하고 그냥 두면 암이 상체로 전이되어 생명까지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다리는 자를 수 없다고 버텨 종양 일부만 제거한 채 수술을 마쳤습니다.”
그 뒤 이어진 10여차례의 항암치료는 그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았다.
“암을 죽이기 전에 내가 먼저 죽겠다 싶을 정도로 고통이 심했습니다. 머리는 다 빠지고 구토가 심해 음식을 전혀 입에 대지 못했어요. 수술 자리는 방사선 치료를 받느라 살이 짓무른 채로 아물지 않아 너무나 아팠습니다. 이 상태로 제대로 살 수 있을지, 항암치료는 언제까지 받아야 할지 막막하고 자괴감도 심했습니다. 평생 심리훈련에 대해 연구하고 상담하고 환자들 훈련시켜온 사람이 제 몸 하나 간수하지 못해 이 지경이 됐나 싶은 생각뿐이었습니다.”
고통이 극에 달하자 그는 마음을 바꿨다. ‘발버둥치지 말고 스스로 암을 극복하자. 그래도 안 되면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이자’고 생각하기로 한 것. 치료를 중단하자 담당의사는 앞으로 6개월도 못 버틸 것이라며 화를 냈다. 이 소장은 굳은 결심으로 마음 다루기를 통한 심리훈련에 들어갔다.
“우선은 암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이겨보겠다는 생각을 다졌습니다. 이것이 확고해야 주먹을 불끈 쥐게 되고 내 생리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암에 대한 생각, 수술에 대한 생각, 항암치료를 받던 생각을 지웠습니다. 내 몸에 난 수술 흔적은 과거의 흔적이고 나는 새로 시작했다, 내 몸의 주인은 나다, 살고 죽는 것도 내가 결정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을 살리는 생각을 가졌으면 말과 행동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과거로 돌아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일을 떠올리고 그 순간을 몸으로 재현한 뒤, 고도의 집중력으로 마음의 힘을 모아 그 기운을 내 몸 구석구석 돌게 해 암세포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건강한 세포를 더욱 활성화되게 만들었습니다.”
정신적으로 암에서 벗어나고 독립됐다고 해서 육체적으로 몸이 온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수술과 항암치료로 엉망이 된 몸이었지만 손수 밥을 먹고 옷을 갈아입는 등 건강할 때처럼 모든 걸 스스로 해나가면서 ‘육체적 독립’도 했다. 몸을 단련시키기 위한 운동도 거르지 않았다.
“수술 때 대퇴부 근육이 일부 잘려나갔기 때문에 왼쪽 다리가 불편해 한동안 목발을 짚고 다녔습니다. 이때부터 제자리에서 팔을 앞뒤로 흔들며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는 운동을 꾸준히 했습니다. 그랬더니 불편한 다리근육을 강화시키는 데 효과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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