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만의 시대 김성진 지음
‘칠판’ ‘인디애나 존스와 최후의 성전’ ‘콜래트럴 데미지’ ‘아버지의 이름으로’ ‘비포 더 레인’ ‘착한 쿠르드 나쁜 쿠르드’ ‘살아 있는 붓다’ ‘마수드 아프가니스탄’. 이 책에 소개된 100여편의 영화는 분쟁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야만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저자는 외교전문기자로 6년 동안 지구촌 분쟁지역을 직접 취재했고 현재 동덕여대 교양교직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는 ‘영화로 읽는 세계 민족분쟁’의 강의록을 다듬고 보강해 책으로 펴냈다. 특히 제3세계 분쟁지역 출신 감독들이 만든 영화들은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탁월한 사실성을 바탕으로 분쟁지역의 고단한 삶을 세세히 그려내고 있다. 황소자리/ 304쪽/ 1만1800원
영혼을 훔치는 사람들 필립 쿤 지음/ 이영옥 옮김
청왕조 건륭제 치세의 한복판인 1768년 중국대륙에는 요술사들이 변발을 잘라 영혼을 훔치며 영혼을 도둑맞은 사람은 반드시 목숨을 잃는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소문은 양자강을 넘어 화북지역을 휩쓸고 수도 베이징까지 퍼졌다. 중국 전역이 요술공포에 휩싸이자 거지, 스님, 도사들이 사악한 요술사로 지목돼 체포됐고 이들 중에는 모진 고문에 못 이겨 허위자백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태평성대였던 청나라에서 왜 이처럼 실체 없는 공포가 퍼졌는지에 주목했다. 버마 원정 실패를 만회하고 관리들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건륭제의 정치적 전략이었다는 게 저자의 대답이다. 한편 일반 백성은 ‘희생양’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권력을 맛보고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 책과함께/ 464쪽/ 1만8000원
헌법의 풍경 김두식 지음
법은 어려운 것이어서 전문가에게나 맡겨야 할(탄핵정국에서 자주 등장한 ‘이제 전문가에게 맡겨두고 기다리자’는 말을 떠올려보라),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반인을 위해 쓰여진 법학 교양서. 검사 출신 법학자는 법 이전에 정의(正義)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동안 우리는 승자의 일방적인 폭력을 ‘법의 지배’로 오해하진 않았는지, 정의란 올바른 절차와 합리적 토론을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당신들의 법학’ ‘시민의 삶과 유리된 법’ ‘국가란 이름의 학살자’ 등 소제목만 보더라도 저자가 법조계 내부고발자의 시선으로 이 책을 썼음을 알 수 있다. 교양인/ 312쪽/ 1만2000원
좁쌀 한 알 장일순 최성현 지음
한국생명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무위당(혹은 조한알) 장일순 선생 서거 1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장일순 일화집 겸 서화집. 1970년대 반독재투쟁을 한 재야운동가로 훗날 수많은 인사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그는 1994년 세상을 떠나면서 “내 이름으로 가급적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낙타를 타고 바늘구멍을 빠져나간 사람’이라 불렸던 조부와 부친, ‘원주 예수’로 통한 그의 삶이 빚어낸 수채화 같은 일화가 담겨 있다. 시인 김지하는 ‘말씀’이란 시에서 스승을 이렇게 노래한다. ‘하는 일 없이 안 하시는 일 없으시고/ 달통하여 늘 한가하시며 엎드려 머리 숙여/ 밑으로 밑으로만 기시어 드디어는/ 한 포기 산속 난초가 되신 선생님.’ 도솔/ 304쪽/ 9800원
청바지 입은 오페라 문호근 지음
쉰넷, 무대에 대한 정열을 다 쏟아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예술의전당 예술감독 문호근의 3주기를 맞아 그의 저서 ‘내가 사랑한 음악 속의 사람들’(1997)을 아내 정은숙(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이 다듬어 다시 펴냈다. 7년 전 싣지 못한 4편의 글을 추가하고 관련 사진도 대폭 보강했다. 저자는 우선 오페라 제목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오페라에 대한 거부감이 호기심으로 바뀌면 1막의 내용과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그들이 부르는 아름다운 아리아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작곡가와 시대적 배경 등을 설명해 한 편의 오페라를 친숙한 예술로 다가서게 한다. 곁에 없는 문호근, 그러나 살아 있는 오페라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개마고원/ 432쪽/ 2만원